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 허수경이 사랑한 시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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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허수경>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텐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시다. 학창시절 배웠는데 지금 보니 와 새롭고 새롭다. 찬란한 슬픔의 봄에서 울렁거린다. 예전엔 안 그랬다. 봄이 오면 오는가 보다 가면 가는가보다 했다. 요즘은 시가 읽고 싶어진다. 잘 읽히지 않으면 계속 눈에 담아서 꼭꼭 씹어 흡수해버린다. 이상하다. 읽어가는데 있어선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어쩌면 글쓴이의 그 노고를 공감하고 쉬이 여기고 싶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다.

고 허수경 시인이 애정했던 시들을 모았다. 한번 보시라. 그리 후회하지 않을 듯

#사랑을나는너에게서배웠는데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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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반양장, 일반판)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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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

난생 처음 가본 여주대에서 시험 본 후 경강선 타고 오는 48분 지루한 길에 읽었다.

사람이 괴물 되는 건 순식간이다. 자기 자신과 주변의 모습을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고선 스스로 괴물이 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맞다. 인상깊은 구절들이 많은데 제일 뜨악 했던 건 삶을 살아내는 건 액정필름 붙이는 것과 같다는 비유다. 기포가 생기면 생기는대로 어쩔 수 없이 붙여야 하고 먼지가 들어가면 들어간대로 붙여야 하는 게 액정필름이다. 붙였다가 뗄 수 없다. 한 큐에 착! 기막히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단 두세 마디로 규정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내가 그 한 사람의 인생에 붙인 기포나 먼지 같은 걸 어찌 알겠는가. 잘 모르면서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닥치고 경청부터 하자.


#버티는삶에관하여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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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옥림 엮음 / 미래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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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옥림>

춘삼월에 펼쳐든 시집

오늘 세무사 시험 떨어진 친구에게 푸시킨 시로 달래고 6개월 뒤 합격을 기약했고 처음 가는 길을 보고 시인 도종환님의 저력을 다시금 느꼈다.

시는 마음의 본향이다. 시를 읽어야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 야수로 변하고 싶을 때쯤 확마 놔버리고 싶을 때쯤 어찌됐든 시집에 코박아야겠다.

#시가내게로와서꽃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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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야망 에세이
김진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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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김진아>

홀딱 빠져서 읽었네.

시들지 않는다. 지지 않는다. 쉽게 잘려나가지 않는다. 나는 꽃이 아니다. 불꽃이다.

카피라이터 저자가 쓴 문장인데 채택되지 않았다 하는데, 선영아 사랑해 보다 훨 임팩트 있다. 가능하면 여성 자영업자들을 응원하고 싶어 원두까지 바꿨다는 에피소드부터 자유를 찾아 탈혼한 경험까지 흥미롭다.

같이 끌어안고 나아가기...어제 생일이라 카톡에 뜬 나를 보고 죽었나 살았나 확인 연락한 친구들 후배들 흐릿한 얼굴들을 떠올려본다. 오겡끼데스까. 힘껏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민폐는 안끼치도록 할게.

#나는내파이를구할뿐인류를구하러온게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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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하이힐을 신는다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11
한분순 지음 / 현대시학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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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하이힐을 신는다, 한분순>

봄은 아스파린

낭만은
일렁이고
잎들은 웅성댄다

바스락,
발끝에서 내는 소리는
기다림

겨울이
혀 아래 숨긴
그대라는
봄의 뜻

오늘 그동안 기세등등했던 한기를 제치고 해가 유독 스몄던 날이었다. 지리했던 겨울이 그새 갔네 그려. 점심 밥 후딱 먹고 한분순 시인의 <시인은 하이힐을 신는다>를 읽었다.

역시 시는 아무나 못써. 뭐 좀 써보려고 기지개 좀 펴보려고 했더니만 이거 보고 기가 팍 꺾이네.

캬. 근데 끝내주지 않나. 겨울이 혀 아래 숨긴 그대라는 봄의 뜻이래. 창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보니 코로나19로 온전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우리에게도 봄은 이렇게 오나봐.

오늘은 참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해. 평범한 나날을 향한 첫걸음, 백신접종을 시작하는...신문을 펼쳐들면 전 세계 나라 중 몇번째니 드럽게 느리네 이런 부정적 따따부따는 정신건강상 가볍게 패싱

10시쯤 되니까 사진들이 우수수 카톡으로 전해졌어. 글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 눈물이 찔끔 나더라고. 이제 안도의 생각도 들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던 날에 시집


#시인은하이힐을신는다
#현비의밑줄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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