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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 AI 시대, 새로운 인재의 조건
백영재 지음 /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 2026년 7월
평점 :
저자는 서로 다른 세계와 분야를 오가며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경계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33명의 경계인에게서 메타인지(M), 적응력(A), 리스크 테이킹(R), 생성적 혁신(GI), 호기심(N)이라는 다섯 가지 힘, 즉 M.A.R.GI.N을 발견한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다시 초보자가 되어야 살아남는다’는 메시지였다.
익숙한 분야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는 순간 그동안의 경험과 성공 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별것 아니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순간을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배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진정한 적응은 나를 환경에 맞춰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낡은 나를 허물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하는 확장의 기술’에 가깝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다시 배우는 일은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내가 만들어진다.
그랬다.
알고 보니 나 역시 첫 회사에 입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경계인이었다.
여자이고, 문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처음부터 내가 속한 세계의 경계에 서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사기업 다니다가 갑자기 공직에 가기도 했고 영업, 사업팀 업무를 하기도 했다. 지금 대행사 업무까지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를 오가며 배워야 했고, 때로는 내가 어느 쪽에 속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이런 경험들을 ‘경력의 우여곡절’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경계인』을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나온 여러 경계가 오히려 나만의 자산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경계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못했다는 것은 때로 불안한 일이다. 이쪽에서는 저쪽 사람처럼 보이고, 저쪽에서는 이쪽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중간에 있기 때문에 양쪽의 언어와 방식을 동시에 이해할 수도 있다.
한 세계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다른 세계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경쟁력인지도 모른다.
특히 책을 읽으며 **‘낯선 연결이 새로운 지도를 만든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점과 점이 만나 선이 되듯,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경험과 지식도 연결하는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또 연결이다.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보다 내가 가진 경험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서로 다른 것들 사이에서 어떤 질문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경계인』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경험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나는 지금까지의 경력을 하나의 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지나온 여러 경험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에 있다는 것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AI가 정답을 빠르게 찾아주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정답을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만들고, 낯선 것을 연결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다시 초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경계인』은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준 책이었다.
혹시 지금 자신의 일이 맞는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앞으로도 의미가 있을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새로운 경계 위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는다.
“나는 지금 어떤 경계에 서 있는가?”
어쩌면 그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첫 번째 힘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