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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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노 나기 / 그해 푸른 벚나무

도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이야기를 짓는 작가, 시메노 나기는 자신이 경험한 계절의 변화와 사람들 사이의 온기를 담아, 따뜻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한다.

카페 체리 블라썸의 마당에는 100년 된 벚나무가 서 있다. 한때는 외할머니 야에의 호텔이었고, 어머니 사쿠라코의 레스토랑 이었으며, 지금은 손녀 히오의 카페가 된 이곳. 그 모든 시간을 기억하는 벚나무의 시선으로, 우리 모두의 삶을 다정히 바라보는 따뜻한 소설이 시작된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남긴 공간을 물려받은 히오는 완벽하진 않지만 진심을 다해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이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녀가 운영하는 이 조용한 카페에는 화과자를 만드는모녀, 장난꾸 러기 아들을 둔 워킹맘, 불안한 마음으로 꿈을 좇는 소녀들까지 다양한 사연을 품은 여성들이 찾아와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다.

잎이 진 겨울을 버텨낸 벚나무가 다시 꽃을 피우듯,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의 아픔을 지나 작은 기적과 재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야기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잔잔히 이어지며, 삶의 순환과 치유, 그리고 성장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그 모든 시간은 100살 된 벚나무 아래에서 피어나고 흘러가며, 계절처럼 다시 돌아오는 삶의 순환이 된다.

작은 카페를 드나드는 다양한 여성들, 모두가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지나간 계절은 끝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시작이라는 것. 시들고, 지고, 다시 피는 그 모든 자연의 순리를 사람의 삶에 빗대어 풀어낸 방식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무의 존재는 마치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인생의 어른 같았다. 판단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며 말없이 지탱해주는 존재. 우리는 모두 그런 벚나무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사람일 수도 있고, 공간일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일 수도 있다. 히오에게 체리 블라썸이라는 공간이 그렇듯, 독자인 나에게는 이 책 한 권이 그랬다.

출판사 '더퀘스트'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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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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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 요루 / 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국내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스미노요루 데뷔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장편소설 사랑과 우정, 삶과 죽음,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10대의 감정을 여름이라는 찰나의 계절로 그려냈다.

고등학생 메메는 하숙집 동료이자 같은 반 친구인 사브레를 짝사랑하고 있다. 고백하지 못한 마음을 간직한 채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느 날, 자살한 친척의 방을 보기 위해 멀리 떨어진 할아버지 댁으로 간다는 사브레는 메메에게 같이가자 제안하고 둘은 특별한 여행길에 오르게된다.

정해진 목적지, 지루한 야간버스에서 함께 나누는 플레이리스트. 함께하는 여행이 길어질수록 메메는 자신이 사브레에게 느끼는 감정이 우정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흔들리는 버스 안,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 함께 나누는 음악 그 모든 순간이 감정의 은유가 된다. 사랑은, 그렇게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마음을 다시 꺼내 보게 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삶과 죽음 사이 피어난 사랑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사랑이 되지 못한 마음에 더 오래 머문다.

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는 한 소년의 조용한 짝사랑이자, 여름이라는 계절 속 잠시 멈춘 시간의 기록이다. 메메의 감정은 너무 작고 소극적이어서, 읽는 내내 나는 그가 애써 삼킨 말과 마음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들 속에 사랑을 숨겨둔 청춘의 한 시절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작품이었다.

제목은,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메메의 짝사랑은 서툴고 작으며, 사브레는 닿을 듯 닿지 않는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는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일지 기다리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출판사 '소미미디어'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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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쓰는 시간 - 한 줄의 기록이 삶을 바꾼다
장예원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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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원 / 나를 쓰는 시간

글로 남기는 나, 글로 찾는 나

일기 쓰기를 포기했던 사람도, 기록을 어려워했던 사람도 '나를 쓰는 시간'과 함께라면 작고 꾸준한 기록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100개의 물음에 답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난다. 그렇게 하루 한 줄씩, 나만의 이야기가 채워진다.

삶의 의미, 관계, 감정, 성장, 목표, 태도라는 여섯 가지 주제의 질문을 담아냈다. 꼭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일단 써 내려가는 순간, 기록은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삶을 원하는지, 스스로 삶의 작은 순간을 글로 남길 때 비로소 마음속에 쌓인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하루 한 장, 나를 위한 글쓰기로 이제 막연한 기록이 아닌 나를 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마음 필사는 나만의 경험, 나만의 감정, 나만의 언어로만 채워야 하는 답이다. 나를 만나는 과정에 더 집중하게 하고, 머릿속보다 종이 위에서 함께 내면의 온기를 되찾는 기록 여행을 떠나보자.

한 줄을 쓰기 위해 마음속에서 여러 겹의 껍질을 벗겨내야 했다. 오래된 기억, 잊어버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질문들이기에 더욱 내 삶의 결을 다시 만져보는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때의 기분, 그때의 나, 나를 둘러싼 환경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하루하루의 조각 같은 기억들을 아무도 보지 않는 나만의 노트에 담아내는 시간, 그리고 언젠가 이 기록을 다시 읽을 때가 기대된다.

자신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고 싶거나, 마음속 깊은 질문과 마주하고 싶다면, 나를쓰는 시간이 그 용기의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북로망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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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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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 기기묘묘 방랑길

괴이하고 애틋한 조선의 여정, 마음을 풀어주는 기담

조선시대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담 추리 판타지, 7편의 기기묘묘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출생의 비밀을 지닌 세도가의 서자 효원과 여우의 자식이라 불리는 이방인 사로는 전국 팔도를 떠돌며 기묘하고도 애틋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최대감댁에서 금두꺼비가 사라지고,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계집종과 일노비 갑석을 구하기 위해 효원과 사로가 나선다. 그날 이후, 이들은 조선 팔도를 함께 떠도는 방랑이 시작한다.

가는 길마다 기이한 사건이 피어났다. 금두꺼비 실종, 날개를 숨긴 아이, 목각인형 어머니, 꺼지지 않는 도깨비불 이처럼 다양한 사건 사고들 속에서 서자와 여우의 자식,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감춰진 마음을 볼 수 있었다.

p56 산 너머 마을로 시집을 갔지만 남편은 100일도 되지 않아 뱃속 아기와 저만 남겨두고 허망하게 세상을 떴다. 원인도 알 수 없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날개 달린 아이가 태어났고 산파의 말 한마디에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이는 주변을 불행하게 하니 없애 버려야 한다. 엄마는 업둥이를 살리기 위해 날개를 숨겼고, 업둥이는 엄마의 결단으로 날개를 감춘 채 꼽추처럼 살아가야 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한 엄마의 선택은 슬프도록 깊은 사랑이었다.

방랑은 겉으론 길 위를 떠도는 일이지만, 이 이야기에서의 방랑은 결국 마음속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었다. 괴담을 풀어가는 효원과 사로의 여정은 기이하면서도 묘한 따뜻함을 전해 준다.

p327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세상 속에서 각자의 생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그 안에서 엉켜버린 크고 작은 매듭을 자신이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기를.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자 살아가는 의미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괴이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판타지, '기기묘묘 방랑길' 상처와 치유가 교차하며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존재들은 한 편의 고전 설화처럼 익숙하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참신함이있었다. 이야기는 나를 낯설고도 매혹적인 세계로 이끌었다.

출판사 '다산책방'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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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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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 / 고독한 용의자

포스트코로나로 더욱 차갑게 굳어버린 도시 홍콩을 배경으로, 미스터리의 거장 찬호께이가 돌아왔다. 13.67과 망내인으로 중화권 추리문학의 지형을 뒤흔든 그가, 리얼리즘을 표방한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로 돌아았다. 더욱 현실적이고, 더욱 고독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래된 단칭맨션 아파트에서, 41세 은둔형 외톨이 셰바이천이 자신의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 발견된다.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한 바이천의 방에는 타살의 흔적이 없었다.

처음엔 단순한 자살로 보였지만, 옷장 속에서 스물다섯 개의 표본병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충격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병 안에는 절단된 팔다리와 장기, 그리고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싼 머리가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 셰메이펑은 바이천이 사회공포증으로 20년간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옆집에 사는 추리소설 작가 칸즈위안 역시 같은 증언을 한다. 바이천의 고립된 삶 속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사건은 형사 쉬유이를 복잡한 미궁으로 이끈다.

숨겨진 유서 '망자의 고백'과 수수께끼의 소설 '제목 미정'의 발췌본은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주며, 팬데믹 이후 고립된 도시, 무관심한 행정 체계의 민낯이 교차한다.

은둔과 학대, 매춘과 토막살인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들은 사회의 이면으로 드러냈다. 찬호께이는 그것들을 기억해야 할 사회의 상처로 그려냈으며, 고독한 용의자를 통해 독자를 기자처럼 사건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목격자도, 증거도, 동기도 모호하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사건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뿐이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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