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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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 / 미술관에 간 할미

기억에 오래 남는, 모두를 위한 유쾌하고 따뜻한 명화 수업

할미 왔다~ 구수하고 발랄한 첫인사 한마디로 시작되는 미술관에 간 할미 기존의 미술사 교양서가 결코 주지 못했던 특별한 온기와 유쾌함을 선사한다. 30만 유튜브 구독자와 누적 조회수 5천만 회를 기록한 화제의 채널 #할미아트의 주인공, 그림사랑꾼 할머니가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미술사의 흐름을 사람에 집중하여 풀어낸다. 작품과 그 작가의 삶, 그들이 처했던 시대적 배경을 엮어 마치 드라마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와 그림이 생겨난 이유, 그 안에 담긴 고민과 진심, 사랑과 절망이 뒤엉킨 순간들이 정 많은 할머니의 따뜻한 말투로 전해지며, 깊은 감동과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31p 우리 똥강아지도 비록 지금 세상이 알아봐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렴. 당장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도 괜찮단다. 진짜 훌륭한 건 때로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법이니까. 네 안의 보석이 빛날 순간은 분명 올 거야.

매 장마다 감정을 중심에 두고 명화를 소개하는 방식이 정말 좋았다. 책 속 할미와 함께 걸으며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기분과 명화 한 점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어려울 줄만 알았던 미술이 이렇게 따뜻하고 재밌을 수 있다니, 이제는 그림 앞에 서는 시간이 기대된다.

미술관에 간 할미2도 나왔으면 좋겠다. 또 다른 이야기로 할미를 다시 만나고 싶다.

#더퀘스트 @thequest_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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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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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 매듭의 끝

홍학의 자리로 한국 미스터리 문학의 반전을 새로이 정의한 작가 정해연 "두 번 다시 이런 소설을 쓸 자신이 없습니다." 말하며, 지금껏 써온 미스터리 중에서도 가장 처절하고 가장 인간적인 소설을 선보인다.

모성은 인간 감정 중 가장 순결하고 헌신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매듭의 끝은 그 모성이 욕망과 뒤얽힐 때 어떤 비극이 닥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신뢰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던 가장 믿고 싶은 존재가 어느 순간 가장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며, 선을 넘는 순간 드러나는 두 모자관계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는 박희숙, 그리고 그 사랑이 때로는 폭력처럼 느껴지는 아들 최진하. 이 모자 관계와 교차하듯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 형사 이인우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후, 그 용의자로 어머니를 의심하며 살아간다.

강박과 통제, 희생과 헌신, 그리고 끝내 집착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양극단을 오가며, 인간이 맺는 가장 복잡하고 내밀한 관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이면.

“지금까지처럼 가만히 있어. 내 뒤에 어린애처럼 숨어있어. 넌 그러면 된 거야."

“내 인생에는 단 하나의 목표밖에 없었어. 회사를 지키는 것, 그리고 네가 성공하는 것.”

하지만 그 성공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정교한 플롯, 흔들림 없는 캐릭터, 긴박한 전개.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처절한 사랑.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읽힌 올해 읽은 미스터리 중 단연 최고였다. 진실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외면한 만큼, 그것은 더 날카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정해연 작가는 이번에도 인간의 가장 깊은 그림자를 들여다봤고,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고개를 숙인다.

#현대문학 @hdmh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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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지음, 최주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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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라리 젠틸 / 살인 편지

하얀 봉투 위 선명한 핏자국, 밀봉된 편지 그 안에는 검은 속내가 숨어 있다. 살인편지 봉인된 진실을 열어젖히는 순간, 모든 것이 뒤집힌다.

살인 편지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는 액자식 미스터리 소설 속 소설이 존재하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따라 현실또한 살아 움직인다.

이야기는 보스턴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다. 작가 지망생 프레디는 차기작의 영감을 얻기 위해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있다. 그녀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세 명의 사람을 관찰하며 이야깃거리를 떠올리고, 그들 을 프로이트 걸, 만화 주인공 턱, 잘생긴 남이라 이름 붙인 뒤, 이들과 함께 소설의 주인공처럼 사건을 만들어가기로 한다. 그러나 바로 그때, 도서관 밖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며, 사건은 현실이 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실은 또 하나의 소설 도서관 비명 살인사건 속에서 펼쳐지는 픽션이다. 그 소설을 쓰고 있는 이는 호주의 미스터리 작가 해나 타이곤은 미국 보스턴에 사는 ‘리오’라는 독자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글을 집필 중이다.

리오는 소설 속 살인 장소에 적합한 실제 장소를 제안하고, 우연히 살인 현장을 발견했다며 사진을 보내오는 등, 점점 선을 넘는 조언과 논평의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한다. 선을넘는 논평과 조언의 편지를 보내는 리오 존슨. 마치 모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해나가 아직 쓰지 않은 장면들까지 예측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유도한다.

해나는 점점 혼란에 빠졌다.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것이 소설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과거를 대신 써 내려가는 보고서처럼 느껴졌기에. 리오의 편지 한 줄 한 줄은 해나에게 이 글이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점점 키워나가게 했다.

욕망과 복수, 로맨스까지 얽히며, 서로를 의심하는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는 관계가 정말 흥미진진했다. 강렬한 표지처럼 이야기의 밀도도 탄탄해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충격적인 반전까지 읽는 내내 몰입감이 좋았다. 내용과 구성 또한 완벽하게 어우러져 진짜 선물용으로도 딱 좋은 책이다.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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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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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 불멸의 유전자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이기적 유전자로 과학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리처드 도킨스. 이번 책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과거 죽은 이들의 이야기, 실패와 성공, 예측과 적응의 기록을 유전자로 품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개체는 유전자가 자신을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운반 수단이자 탈 것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변이와 선택을 거치며 영속적으로 전달되며, 때로는 똑같이, 때로는 조심스럽게 바뀌며 수십만, 수백만 년을 이어간다. 바로 이 유전자의 불멸성, 유전이라는 정보의 연속성과 복잡한 축적의 흐름이 불멸의 유전자의 핵심 주제다.

특히 불멸의 유전자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팰림프세스트라는 개념이다. 고대 양피지에서 오래된 글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글을 썼던 방식으로 도킨스는 유전체를 이 팰림프세스트에 비유했다.

도킨스는 이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사자의 유전서라는 개념을 들고 온다. 지금 우리가 보는 생물의 몸은 단지 현재에 맞게 적응된 결과물이 아니라, 과거의 수많은 생태적 환경, 생존과 번식의 도전을 견뎌낸 수천 세대의 기록이 켜켜이 쌓인 복합물이라는 것.

결국 생물의 유전체란 지금 이 순간의 생존만을 위한 설계도가 아닌 수백만 년 전 조상들의 환경에 대한 응답이며, 생존 전략이자, 실패와 성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다층적인 진화의 문서였다.

유전자는 우리를 과거로부터의 예측으로 만들었지만, 우리는 그 예측을 읽고, 해석하고, 때로는 새로운 문장을 쓰는 존재다. 유전자는 나를 설계했지만, 유전자는 나를 조종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유전자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이로서 진화는 리셋이 아니라, 덧쓰기다. 삶도 마찬가지 지워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지만, 결국은 그 위에 계속해서 살아가며 덧쓰는 수많은 예측의 산물이며, 과거로부터 이어진 유전적 흐름의 일부.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조차도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계속 이어지기 위해 수많은 생명들이 선택해온 기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수많은 기억의 합이고,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출판사 '을유문화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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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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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남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눈을 통해 인종차별과 인간성, 정의,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고전 명작이다.

메이컴이라는 조용한 남부의 작은 마을 주인공은 여덟 살 소녀 스카웃으로, 오빠 젬과 함께 아버지이자 변호사이며 도덕적 신념을 지닌 애티커스 핀치와 살고있다.

이야기의 초반은 어린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모험과 호기심, 시골마을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흘러가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분위기는 마을 전체를 뒤흔드는 한 사건이 일어난다.

한 백인 여성 메이엘라가 흑인 남성 톰 로빈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 했고, 애티커스는 톰의 국선변호를 맡게 된다. 그는 전통적인 인종 차별 관념이 깊게 뿌리내린 마을의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의를 향한 싸움을 시작한다.

147P 아빠, 모든 변호사는 다 깜······ 흑인을 변호하나요?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변호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왜 하시는 거예요?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그일을 하지 않는다면 너랑 네 오빠에게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다시는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야.

애티커스 핀치는 사회적 비난 속에서도 정의를 따르려 한다. 자신의 신념과 도덕적 책임을 지키고자 하며, 아이들에게도 그런 자세를 가르치려 한다.

실상은 메이엘라가 톰에게 먼저 접근했고, 이를 목격한 메이엘라의 아버지 밥 유엘이 자신의 체면을 위해 그를 고소한 것이다. 모든 증거는 톰의 무죄를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백인 배심원단은 결국 유죄 판결을 내린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은 오히려 어른들의 위선과 이중성을 더 날카롭게 비췄다. 어른들의 세계는 너무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 흑인과 백인,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그 사이에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은 아이들의 눈에도 쉽게 보인다. 그러나 그런 편견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켜내려는 이들. 애티커스 핀치는 오늘날까지도 가장 이상적인 문학 속 아버지로 손꼽히며, 그가 보여준 도덕적 용기는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인간의 무지, 혐오, 편견, 두려움, 차별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현대 사회에서의 인종차별, 젠더 편견, 난민 문제 등도 모두 이 소설이 제기한 질문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세상의 차별, 그 안에서 애써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 애티커스는 말한다.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워낙 많이 회자된 작품이고,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어른이 되면 더 똑똑해질 줄 알았는데, 사실 더 복잡해지고 비겁해지기만 했다는 걸.

이야기 자체가 아름답고, 메시지는 그보다 더 아름답다. 모든 청소년, 아니 모든 사람이 반드시 한 번은 읽어야 할 이야기.

출판사 '열린책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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