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셸리
이정연 지음 / 산지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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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 re, 셸리

수림문학상 수상 이정연 소설가의 장편소설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불공정성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왜곡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선택을 밀도 있게 담아낸 소설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다르다.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때로는 무너지고 왜곡되면서 나아갔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홍이라는 인물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한 인간의 고군분투.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조각처럼 흩어진 진실을 하나씩 맞춰 간다.

주인공 윤지홍은 불우한 가정환경 지방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가까스로 입사했지만,승진이나 인정 대신, 팀장 재욱의 허드렛일을 처리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어느 날, 병원에서 우연히 대학 동기 승훈을 만나며 잊고 있었던 과거의 진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홍은 대학 시절, 연극 무대 위에서 이상과 희망을 품은 셸리를 연기했다. 그 시절의 셸리는 맑고 자유로운 청춘의 상징이었으며, 지금의 지홍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만난 재욱과 승훈은 그녀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로, 지홍은 그들 사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입장에 놓인다.

과거의 자신을 철저한 피해자라고 믿었던 지홍. 하지만 돌이켜 보았을 때 타인을 짓밟고 지나온 순간도 있었다. 이처럼 이 소설이 매혹적인 이유는, 선과 악의 선명한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인물은 자기만의 이유로 움직이고, 타인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그런 구조 속에서 지홍이 겪는 혼란, 후회, 자기방어는 인간적이었다.

이정연 작가는 냉정하리만큼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응시했고,
생생하게 파고드는 문장들은 매력적이었다.

완전한 피해자도, 완전한 가해자도 없다.
그럼에도 누구도 그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출판사 '산지니'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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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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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X귀찮 /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도시와 회사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두 작가, 김미리와 귀찮이 사계절 동안 주고받은 교환 편지를 엮은 책이다. 이들은 자연 생활자이자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선택한 동반자다. 서로 다른 지역에 살지만 비슷한 고민과 일상, 선택의 이유를 공유하며, 이 책은 그들의 나란한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그려낸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지만 선뜻 옮기기 어려운 도시 밖의 삶. 시골살이의 낭만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불편과 불안, 자립의 무게까지 함께 기록했다. 나만의 시간을 찾기 위해 왔지만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나날, 숨김없이 전하는 이들의 고백. 그럼에도 이 삶을 택하길 잘했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편지.

누군가 내 삶을 묻고, 내가 답하며, 그 답을 함께 지나가는 방식으로 사는 삶은 너무 아름답고 따뜻했다.

잡초가 무성해도 계절의 흐름을 오롯이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충만한지, 이런 삶도 괜찮지 않을까 한 번쯤 떠올렸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 주었다.

삶이 버거울 때, 새로운 삶을 꿈꿀 때, 나다운 삶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특별한 일이 없어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하다.

당신은 늘 도시의 바쁜 하루를 살아가지만
사실 누구보다 자연을 그리워하고,
느린 삶을 동경하는 사람이다.

출판사 '밝은세상'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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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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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노 나기 / 그해 푸른 벚나무

도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이야기를 짓는 작가, 시메노 나기는 자신이 경험한 계절의 변화와 사람들 사이의 온기를 담아, 따뜻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한다.

카페 체리 블라썸의 마당에는 100년 된 벚나무가 서 있다. 한때는 외할머니 야에의 호텔이었고, 어머니 사쿠라코의 레스토랑 이었으며, 지금은 손녀 히오의 카페가 된 이곳. 그 모든 시간을 기억하는 벚나무의 시선으로, 우리 모두의 삶을 다정히 바라보는 따뜻한 소설이 시작된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남긴 공간을 물려받은 히오는 완벽하진 않지만 진심을 다해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이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녀가 운영하는 이 조용한 카페에는 화과자를 만드는모녀, 장난꾸 러기 아들을 둔 워킹맘, 불안한 마음으로 꿈을 좇는 소녀들까지 다양한 사연을 품은 여성들이 찾아와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다.

잎이 진 겨울을 버텨낸 벚나무가 다시 꽃을 피우듯,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의 아픔을 지나 작은 기적과 재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야기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잔잔히 이어지며, 삶의 순환과 치유, 그리고 성장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그 모든 시간은 100살 된 벚나무 아래에서 피어나고 흘러가며, 계절처럼 다시 돌아오는 삶의 순환이 된다.

작은 카페를 드나드는 다양한 여성들, 모두가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지나간 계절은 끝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시작이라는 것. 시들고, 지고, 다시 피는 그 모든 자연의 순리를 사람의 삶에 빗대어 풀어낸 방식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무의 존재는 마치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인생의 어른 같았다. 판단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며 말없이 지탱해주는 존재. 우리는 모두 그런 벚나무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사람일 수도 있고, 공간일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일 수도 있다. 히오에게 체리 블라썸이라는 공간이 그렇듯, 독자인 나에게는 이 책 한 권이 그랬다.

출판사 '더퀘스트'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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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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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 요루 / 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국내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스미노요루 데뷔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장편소설 사랑과 우정, 삶과 죽음,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10대의 감정을 여름이라는 찰나의 계절로 그려냈다.

고등학생 메메는 하숙집 동료이자 같은 반 친구인 사브레를 짝사랑하고 있다. 고백하지 못한 마음을 간직한 채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느 날, 자살한 친척의 방을 보기 위해 멀리 떨어진 할아버지 댁으로 간다는 사브레는 메메에게 같이가자 제안하고 둘은 특별한 여행길에 오르게된다.

정해진 목적지, 지루한 야간버스에서 함께 나누는 플레이리스트. 함께하는 여행이 길어질수록 메메는 자신이 사브레에게 느끼는 감정이 우정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흔들리는 버스 안,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 함께 나누는 음악 그 모든 순간이 감정의 은유가 된다. 사랑은, 그렇게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마음을 다시 꺼내 보게 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삶과 죽음 사이 피어난 사랑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사랑이 되지 못한 마음에 더 오래 머문다.

사랑과 그것과 그리고 전부는 한 소년의 조용한 짝사랑이자, 여름이라는 계절 속 잠시 멈춘 시간의 기록이다. 메메의 감정은 너무 작고 소극적이어서, 읽는 내내 나는 그가 애써 삼킨 말과 마음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들 속에 사랑을 숨겨둔 청춘의 한 시절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작품이었다.

제목은,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메메의 짝사랑은 서툴고 작으며, 사브레는 닿을 듯 닿지 않는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는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일지 기다리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출판사 '소미미디어'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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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쓰는 시간 - 한 줄의 기록이 삶을 바꾼다
장예원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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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원 / 나를 쓰는 시간

글로 남기는 나, 글로 찾는 나

일기 쓰기를 포기했던 사람도, 기록을 어려워했던 사람도 '나를 쓰는 시간'과 함께라면 작고 꾸준한 기록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100개의 물음에 답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난다. 그렇게 하루 한 줄씩, 나만의 이야기가 채워진다.

삶의 의미, 관계, 감정, 성장, 목표, 태도라는 여섯 가지 주제의 질문을 담아냈다. 꼭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일단 써 내려가는 순간, 기록은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삶을 원하는지, 스스로 삶의 작은 순간을 글로 남길 때 비로소 마음속에 쌓인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하루 한 장, 나를 위한 글쓰기로 이제 막연한 기록이 아닌 나를 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마음 필사는 나만의 경험, 나만의 감정, 나만의 언어로만 채워야 하는 답이다. 나를 만나는 과정에 더 집중하게 하고, 머릿속보다 종이 위에서 함께 내면의 온기를 되찾는 기록 여행을 떠나보자.

한 줄을 쓰기 위해 마음속에서 여러 겹의 껍질을 벗겨내야 했다. 오래된 기억, 잊어버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질문들이기에 더욱 내 삶의 결을 다시 만져보는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때의 기분, 그때의 나, 나를 둘러싼 환경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하루하루의 조각 같은 기억들을 아무도 보지 않는 나만의 노트에 담아내는 시간, 그리고 언젠가 이 기록을 다시 읽을 때가 기대된다.

자신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고 싶거나, 마음속 깊은 질문과 마주하고 싶다면, 나를쓰는 시간이 그 용기의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북로망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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