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이 별로 없던 시골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종례 때마다 들려준 옛날이야기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한 대상이 도깨비다. 그 이야기 속 도깨비는 사람을 해치기보다는 늘 착한 편에 서서 나쁜 사람을 혼내 주는 심판자였다. 약간은 어수룩하여 인간에게 농락당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인간의 교묘한 속임수를 간파하고 악인을 징벌하는 훌륭한 역할을 담당하여 어린이의 답답했던 가슴을 속 시원히 풀어주던 친숙한 존재였다.  그만큼 우리와 친숙한 대상이기에 도깨비는 책의 주인공으로도 꽤 자주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역시 도깨비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돈 욕심에 모으고 모으는 데만 열을 올리는 구두쇠 영감을 가장 통쾌히 혼내주는 방법은 그 돈을 빼앗아서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처음엔 이 도깨비도 어수룩하여 그저 돈을 모으는 데만 열중했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주인이던 구두쇠 영감이 돈에 집착해서 고리짝에 담아두기만 했기에 고리짝 도깨비로서도 그저 돈 냄새에 익숙해진 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고리짝 도깨비는 책의 소중함을 깨닫고 도서관을 짓는 데 모든 돈을 투자한다.

    이처럼 이 책도 도깨비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뭔가 소중한 진리를 일깨워주고자 시도한다. 즉 주제 의식이 아주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에 돈이나 땅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책 읽기의 중요성이다. 책이 어린 시절 자신의 친구였고, 또 자신의 꿈을 키워 준 고마운 존재였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기쁨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어쩌면 그것은 땅 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시각이나 돈이 최고라는 세상의 왜곡된 가치관에 일침을 가하는 통쾌한 일갈이다.

    이런 주제의식은 몇 가지 장면에서 확실히 부각된다. 우선 돈에 집착하는 구두쇠 영감의 손아귀에서 아무도 몰래 돈을 훔쳐낸 고리짝 도깨비가 돈에 집착하는 장면이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돈 냄새를 쫓아 돈을 훔쳐내고 그것을 벼락 맞은 은행나무 굴 속 깊숙이 숨기는 행동은 꼭 구두쇠 영감을 따라한 행동이라기 보단 자본주의 사회의 보편적 인간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론 그 돈으로 명당을 잡아 집을 짓고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도깨비들의 발상이다. 그래서 찾아낸 명당을 놓고 인간과 경쟁하는 도깨비는 세상 곳곳의 명당을 찾아 땅 투기에 열을 올리는 복부인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이 찜해둔 그 땅에 이미 다른 주인이 있어도 이를 몰아내기 위해 변을 뿌리는 등 치졸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다. 도깨비의 행동은 졸부 근성을 그대로 드러낸 코미디라 아니할 수 없다.     다행히 도깨비들은 이런 부도덕한 사람만을 만나진 않는다. 멋진 보금자리를 꾸미려 인간과 다투던 중 강력한 적수를 만난다. 어수룩한 도깨비는 한 훌륭한 선비의 교묘한 술수에 말려들어 땅을 놓고 지적 대결을 펼친다. 선비가 던진 '인불통고금(人不通古今)이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꼼짝 없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도깨비들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책방 가는 기쁨, 책 사는 기쁨, 책 읽는 기쁨을 누린다. 결국 지은이의 의도는 이 대목에서 여실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나는 이 책에서만큼은 지은이의 의도가 상당히 성공했다고 본다. 아이들은 도깨비가 무슨 마법이라도 건 것처럼 이 책을 집어 든다. 아마도 그것은 <책 읽는 도깨비>라는 신선한 제목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덕분일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도깨비가 그만큼 친숙한 덕분이기도 하리라. 어쨌든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읽기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할 만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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