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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 내가 처음 만난 예술가 1 ㅣ 내가 처음 만난 예술가 1
실비 지라르데 지음 / 길벗어린이 / 199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덕수궁 미술관에서 있었던 밀레와 바르비종파전을 관람했었다. 미술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순전히 아이의 그림에 대한 눈높이를 위한 관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흘깃흘깃 겉치레로 지나쳐 버린다. 어찌나 관람객이 많은지 진득이 서서 볼 여유조차 없었다. 인파에 밀려 계속 정해진 관람 노선을 따라가다 보니 도대체 무엇을 보았는지 전혀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그저 교과서에서 보았던 ‘이삭줍기’, ‘만종’ 정도가 다시 뇌리에 새겨졌다고나 할까?
아이를 키우면서 예민한 아이들의 호기심과 감수성을 사장시키지 않고 고양시켜주는 것은 역시 미술이라 생각해서 부모들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한 부분이 또한 이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미술 학원이나 동네 가까이의 미술 놀이방 등에 보내보아도 그림 그리는 기교나 가르치지 아이들의 예리한 관찰력을 키워준다거나 예민한 감수성을 신장시켜주는 교육을 하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자신도 처음엔 가정에서 운영하는 미술 학원에 아이를 보냈다가 몇 개월 만에 그만 둔 적이 있다. 차라리 미술 관련 전시회나 도서를 통해 접근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도 내심 있었지만 의욕만 앞서고 행동에 게으른 보통의 엄마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전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도서를 구입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이전에 골라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명화집’ 이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도서가 바로 이 책이다. 역시 아이들은 단순히 명화를 소개하거나 그림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이 직접 무엇인가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된 책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이 도서는 다른 도서와 달리 퍼즐 맞추기를 응용한 측면이 있다. 아이들이 부모와 제일 먼저 해보는 놀이이고 아주 재미있어 하는 놀이 중에 하나가 바로 퍼즐 놀이이다. 이 책은 바로 이점을 노려 샤갈의 생애와 작품들을 퍼즐 맞추기 식으로 접근한다. 아이들은 퍼즐로 제공된 그림과 설명을 짜맞추다 보면 저절로 샤갈에 대한 지식을 얻을 것 같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샤갈의 작품을 이전 작품들처럼 설명식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림 속 소재들을 따로 따로 찾아보는 숨은 그림 찾기의 묘미가 담겨 있다. 이것은 그림을 구석구석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이다. 아무리 명화라고 해도 아이들은 그림을 요모조모 뜯어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흘겨보고 무심히 지나치는 게 보통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그림의 소재를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것은 그림의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또한 그림 속 소재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이용되고 있는지 암묵적인 암시를 줄 것이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이 책은 초등 저학년들이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괜한 욕심으로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그림을 좋아할 수 있도록 이런 도서를 제공해 주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