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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배우고 싶은 꼬마 이다 - 개구쟁이 에밀 이야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비에른 베리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는 아이의 거울입니다. 아이들의 행동 방식은 부모를 매개체로 해서 형성해갑니다. 따라서 아이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모방 심리는 부모의 행동을 여과 없이 자신의 행동으로 수용합니다. 아이들은 형이나 누나, 오빠나 언니 혹은 부모의 행동 거지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아직 인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 자체를 일정한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지 못합니다. 시비를 가리기 보다는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윗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버리는 것이지요. 따라서 아직 어린 나이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이다도 모방 심리를 지닌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입니다. 그녀는 오빠 에밀을 졸졸 따라 다니면서 그의 행동을 답습하지요. 현재 그녀에겐 오빠의 행동이 절대적인 표준이 되어 있습니다. 그녀가 오빠를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말썽을 피워서 목공실에 갇힌다는 것입니다. 실은 그것이 오빠가 저지른 말썽에 대한 벌인데도 오히려 이다에게는 이것이 재미있고 신비하고 특별한 경험인처럼 보입니다. 목공실에 갖힌 오빠 에밀의 행동도 결코 그 벌칙을 싫어하는것 같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이다도 말썽을 부려 목공실에 혼자 갇혀보고 싶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말썽을 피워보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 그것은 티없이 맑은 어린 아이의 짖궂은 장난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오빠의 말에 따르면 말썽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말썽도 아무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다가 드디어 말썽을 부렸습니다. 짖궂은 말괄량이 암탉 비틀 비틀로타가 덤불 속에 몰래 낳은 달걀을 발견한 에밀과 이다는 오래도록 덤불에 내버려진 달걀들이 썩은 달걀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오빠가 알 낳을 곳을 지정해주기 위해 암탉을 들고 간 사이 이다는 달걀을 확인하기 위해 나무에 대고 달걀을 깨뜨려 보게 됩니다. 달걀의 상함 여부에만 집중하고 있던 이다에게 달걀을 깨뜨린 이후에 벌어질 일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다시 돌아온 오빠에게서 자신이 한 일이 어떤 의미인지 확인 받고서야 이다는 자신이 말썽을 부렸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하지만 이다에게는 이 말썽이 자신이 지금껏 원했던 일이었기에 별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한 일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지요.
이처럼 아이들의 말썽은 저절로 이루어지나 봅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의도적 범죄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지요. 아이들의 말썽이란 대부분이 그것을 말썽으로 인식하고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한것이 아니란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런 사고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아이들의 심리를 훨씬 더 정확하게 이해 할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아이들의 비행을 범죄로 접근하기 보다 교육의 대상으로 여길수 있는 열린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이다의 말썽도 그냥 윽박질러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란 생각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튼 이 책은 어린이의 모방 심리를 잘 보여준 책입니다. 아이들의 독특한 모방 심리에 따른 말썽이 오히려 함박 미소를 머금게 하는 즐거운 책입니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행동이 어른들에게 어린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겁니다. 또한 자녀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