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자랐네
홍당무 지음 / 소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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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 놓인 작은 화분을 우연히 맞닥뜨린 할머니가 집 안에 두고 키우면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보일 듯 말 듯 작고 귀여운 화분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커지는 모양새에 눈이 즐겁습니다.


 화분은 어린 아이들이 종이 한 장씩 넘어가면서 흥미로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별로 안 자랐네”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표정과 커지는 화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행동도 재밌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핵심은 후반부에 접혀진 세로로 긴 페이지입니다. 책을 읽어주는 학부모는 책 표지만 확실하게 잡아주고, 옆에 있는 아이가 직접 종이를 펼치게 유도하면 더 재미있겠습니다. 펼쳐진 종이의 크기는 물론이고, 인쇄된 수많은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른과 아이 모두 압도될 것 같습니다. 편집부와 제작부의 배려도 느껴집니다. 펼쳐지는 페이지의 손상이 최소화 되도록 적당한 절개 부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러 번 접었다 펼쳐도 책이 덜 망가질 것 같습니다.


 리소그래피 기법으로 색다르게 인쇄된 그림이 돋보입니다. 미세한 구멍을 통해 색색의 잉크가 스며들어 종이 위에 새겨지는 방식인 리소그래피가 사용되었습니다. 지금껏 동화책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인쇄 방식이 신기하기도 하고, 페이지마다 인쇄된 그림을 보자 하니, 독특함이 느껴집니다.


 별로 안 자랐다는 말을 거듭하는 할머니가 마침내 무슨 말씀을 하실지, 어떤 개성 넘치는 그림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질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이 글은 소동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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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회복 수업
멜라니 그린버그 지음, 정지현 옮김 / 시공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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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당연한 것, 따라서 그냥 받아들일 것. 나에게 스트레스란 이런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죽을 때까지 나를 따라다닐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왜 이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책의 서문과 1부를 읽으며 스트레스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한편, 뒤늦게 지금이라도 이 책을 집어든 것에 안도했다. 이어 2부와 3부를 거쳐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접하며  『마음 회복 수업』을 읽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2016년 영어로 출간된 『The Stress-Proof Brain: Master Your Emotional Response to Stress Using Mindfulness and Neuroplasticity』를 번역한 책이다. stress(스트레스), brain(뇌), response(반응), mindfulness(마음 챙김), neuroplasticity(신경가소성, 인지유연성) 정도를 핵심 단어로 한 다소 긴 부제까지 딸린 제목을 ‘마음 회복 수업’으로 짧게 옮겨졌다. 핵심 소재인 ‘스트레스’도 포함해 한국어 제목을 지었다면 더 직관적으로 책의 내용을 예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느낀다. 


 스트레스의 종류, 스트레스에 따른 뇌의 반응, 이를 가능하게 하는 뇌의 구조 등과 같이 스트레스에 관한 기초 사항으로 책이 시작된다. 인간이라면 모두 느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가 복잡한 뇌 구조 속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소개된다. ‘우리 모두 가장 중요한 기본을 간과해오지 않았나’라는 반성의 물음을 갖게 한다.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고민해왔는데, 그 전에 스트레스란 무엇인지부터 정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스트레스의 본질, 특히 뇌와 스트레스 메커니즘을 알지 못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스트레스란 ‘외부 자극에 대한 나의 반응’ 정도로 단순히 생각해 온 나 같은 독자들에겐 꼭 읽어 보아야 할 부분이겠다. 


 스트레스를 제어할 나만의 내적 유연성을 기를 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작가만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후, ‘연습’ 섹션을 통해 독자 스스로 스트레스 대처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다. 작가 개인 한 명의 경험담을 주로 담은 비슷한 종류의 도서에 싫증을 느낀다면, 이 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편집과 내지 디자인도 신경 쓴 느낌을 받는다. 지루할 수 있을 이론 설명과 독자의 능동적 참여 부분을 확실히 구분하고 적절한 비율로 나눠 놓았다.


 장기간에 걸쳐 본문 꼭지 하나씩 음미하며, 내 삶에 적용해보고, 연습해보기 좋은 책이다. 이를 의도한 시공사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표지가 오염과 훼손에 강한 특수 소재로 제작되어 있다.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읽어나가기 좋겠다.   



이 글은 시공사,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자의 솔직한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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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역, 역세권
박은주 지음 / 미디어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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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가운데에 있는 종각역, 안국역, 광화문역, 종로3가역, 독립문역부터 주변의 쌍문역, 망원역, 남영역, 동두천역 등 열 개가 넘는 역 주변에 있는 주요 공간을 방문한 작가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어본다. 현재 남아 있거나 조성된 공간들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까지 관련 인물과 사건을 이야기한다. 자주 오고 가던 역 근처에 생각지도 못한 의미 있는 공간이 있던걸 발견해 흥미롭다. 때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누군가의 눈물과 노력이 상당했음을 알게 되면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 아쉬움을, 또 이렇게 대중서로 책을 펴낸 박은주 PD께 고마움을 느낀다.


한옥 마을이 모여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안국역 근처 북촌한옥마을에서 여성 인권 운동사를,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기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역 근처에 있는 박물관, 전시관, 역사관 그리고 가끔씩 옛집, 마을, 학교 등을 평상시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멀게는 조선시대부터 가깝게는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역사가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펼쳐낸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익숙한 공간을 통해 중요한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살펴본다. 


 마치 내가 직접 장소를 방문한 듯 현장감을 주는 문장 덕에 읽기 편하다. 장소를 방문한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부분에서 옛날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부분으로 물 흐르듯 이어진다. 



 문학 작품, 인터뷰, 기사 등 1차 및 2차 사료를 적극 활용해 직접 인용하면서 역사 기행문의 깊이를 더한다. 작가가 방문한 곳에서 과거에 어떤 사람들이, 무얼 했는지 쉽게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겠다. 장소 후반부마다 제시된 약도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집필 대상 장소가 우리에게 익숙한 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도보로 얼마나 소요되는지 정겨운 그림과 함께 알려준다.


이 글은 미디어샘,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자의 솔직한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 곳은 본채 누마루에 걸린 현판이다. 옥정연재(玉井硏齋), ‘우물에서 퍼 올린 구슬 같은 맑은 물로 먹을 갈아서 글씨를 쓰는 집’이라는 뜻이다. 1922년 종로4가 본가에 그의 아버지 전영기가 간송의 서재를 만들어주자 외숙부 박대혁이 지어준 이름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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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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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차례(목차)에 나열된 제목만 살짝 보길 권한다. 도파민 폭발! “민주주의를 만든 포르노”, “고대 목욕탕에서 이루어진 성매매”, “왜 서양에는 나체주의자가 많을까”를 포함한 열일곱 개 짜릿한 제목이 나열되어 있다. 성이 공론의 영역이 아닌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이정도 제목만 리뷰 글에 쓸 수 있겠다. 나머지 아찔한 제목 열네 개가 궁금하신 분은 바로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 기능을 이용해 참고하시길.


 책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인물 편의 제목은 수위가 살짝 누그러져 있다. “약에 취해 글 썼더니 명작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때리며 쾌감 느낀 남자 – 사드 후작”, “60세 연하에게 청혼한 대문호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등 제목만 그렇지 사실상 전반부 주제 편의 글과 비슷하게 호기심 불러일으키는 글 열 개가 실려 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책을 펼치기 시작해 흥미진진함에 책을 놓기 힘들다. 살면서 생각을 하지 않았거나 궁금증을 느껴 본 적 없는 사안들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다가온다. 한국 사회에서는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은밀한 것으로 취급받는 성 관련 이야기로서 인간으로서 누구나 관심 가질만한 글 모음이다. 특히 서양사에서의 성 문화가 주를 이루고, 일부 주제에 한정해 한국 사회 맥락에서 설명이 이어진다.


 깊게 파고 들어가려면 한없이 깊게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매일경제신문 강영운 기자의 이번 글은 독자의 흥미 유발을 통해 성에 대한 폐쇄적 분위기가 공유되는 한국 사회에 변화를 위한 계기를 제공한다. 따지고 보면 인간으로서 굳이 숨길 이유 없는, 뭐 그렇다고 굳이 떠벌리고 다닐 것들은 아닌,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인간의 성 문화사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떤 책에서도 보기 힘든 내용이 담긴 ‘맛있는 책’을 요리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는 강영운 기자가 앞으로 쓸 기사와 책이 기대된다.       

 


 


이 글은 인물과사상사,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자의 솔직한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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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박물관 에세이 - 문화·예술·역사가 궁금한 십 대에게 들려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 이야기
강선주 외 지음 / 해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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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과 얽혀 있는 다양한 소재를 알기 쉽게 설명한 『청소년을 위한 박물관 에세이』는 청소년의 진로 선택과 교양 공부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해냄 출판사에서 이미 스무 권 넘게 펴내고 있는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근간이다.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서 청소년의 지식과 교양을 위한 양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시리즈다. 내용은 사실상 성인이 읽어도 될 정도로 알찬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박물관을 소재로 한 도서 역시 읽어보니 박물관 관련 직업과 유물, 전시, 박물관과 관련해 폭 넓은 소재를 다뤄,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물관의 개념과 역사, 유물과 전시, 아카이빙, 유물 보존, 미술관 교육, 박물관 운영, 박물관의 미래라는 일곱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주제의 글이 책 한권에 담겨 있어 박물관과 관련한 진로를 탐색하는 학생들, 그런 학생을 둔 학부모가 손 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집필진 7인이 있었기에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가 책 하나로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미술관 학예연구사, 한글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박물관 교육 전공 연구자 등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전문 분야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친근감 느껴지는 문체도 책의 매력을 더한다. 아마 해냄 출판사 편집부에서 편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이 전달방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주 독자층으로 설정한 시리즈답게, 삽화와 사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도 하고, 정규교육과정 교과서가 떠오를 만큼 장 하나에 여러 섹션으로 구성되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질문 형식으로 소단원 제목 구성이 된 곳이 꽤 많은 점도 눈에 띈다. 박물관에 관심 가진 사람이라면 가질 만한 의문 사항이 제기되고, 친절하게 설명된다. 




이 글은 해냄 출판사,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자의 솔직한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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