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품은 역, 역세권
박은주 지음 / 미디어샘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 한가운데에 있는 종각역, 안국역, 광화문역, 종로3가역, 독립문역부터 주변의 쌍문역, 망원역, 남영역, 동두천역 등 열 개가 넘는 역 주변에 있는 주요 공간을 방문한 작가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어본다. 현재 남아 있거나 조성된 공간들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까지 관련 인물과 사건을 이야기한다. 자주 오고 가던 역 근처에 생각지도 못한 의미 있는 공간이 있던걸 발견해 흥미롭다. 때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누군가의 눈물과 노력이 상당했음을 알게 되면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 아쉬움을, 또 이렇게 대중서로 책을 펴낸 박은주 PD께 고마움을 느낀다.


한옥 마을이 모여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안국역 근처 북촌한옥마을에서 여성 인권 운동사를,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기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역 근처에 있는 박물관, 전시관, 역사관 그리고 가끔씩 옛집, 마을, 학교 등을 평상시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멀게는 조선시대부터 가깝게는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역사가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펼쳐낸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익숙한 공간을 통해 중요한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살펴본다. 


 마치 내가 직접 장소를 방문한 듯 현장감을 주는 문장 덕에 읽기 편하다. 장소를 방문한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부분에서 옛날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부분으로 물 흐르듯 이어진다. 



 문학 작품, 인터뷰, 기사 등 1차 및 2차 사료를 적극 활용해 직접 인용하면서 역사 기행문의 깊이를 더한다. 작가가 방문한 곳에서 과거에 어떤 사람들이, 무얼 했는지 쉽게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겠다. 장소 후반부마다 제시된 약도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집필 대상 장소가 우리에게 익숙한 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도보로 얼마나 소요되는지 정겨운 그림과 함께 알려준다.


이 글은 미디어샘,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자의 솔직한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 곳은 본채 누마루에 걸린 현판이다. 옥정연재(玉井硏齋), ‘우물에서 퍼 올린 구슬 같은 맑은 물로 먹을 갈아서 글씨를 쓰는 집’이라는 뜻이다. 1922년 종로4가 본가에 그의 아버지 전영기가 간송의 서재를 만들어주자 외숙부 박대혁이 지어준 이름이다. - P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