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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어릴때부터 책 또는 만화영화로 많이 봐와서 익숙한듯 하지만 따지고보면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게 그리스 로마 신화인것 같다. 이름도 어렵고, 우리와는 너무나 먼 서양의 고전이라 그런것 같다. 그래서 더욱 더 번역자의 역할이 중요한 영역인것 같은데, 이윤기 선생님의 책이라 좀 더 기대를 갖고 읽게 되었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이윤기 선생님은 그리스 로마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양 문화의 무수한 표현법과 수사법을 조명하겠다고 하셨다. 서양 문화를 통해 우리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싶다는 뜻이다. 우리가 중국의 고전에서 나온 사자성어나 단어들을 일상 생활에 섞어 쓰듯이 서양에서는 기원전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유래한 표현들과 단어들을 많이 사용한다. 예를들면, 카이사르가 승전보를 전할때 썼던 'veni,vidi,vici',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같이 너무나도 유명한 문장이나,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신의 침대에 자게한 뒤,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늘려서 죽이고, 크면 잘라서 죽이는 괴물의 이야기에서 나온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단어들. 서양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그리스 로마 문화와 역사들을 좀 알아 두는게 좋을것 같다.
p11
"수사법은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미는 기술이다.
수사법을 동원한 논증의 기술은 때로는 진실을 슬며시 가리기도 하고
때로는 한시적 진실을 영원한 진실이게 하기도 한다.
수사법은 고함보다 큰 울림을 자아낸다."
p12
"이제 기원전의 그리스와 로마로 되돌아가
그 현란한 수사가 솟아난 시간과 공간의 배경을 기행해본다."
번역자의 책답게 언어에 상당히 고심하신 흔적이 보이는데, 특히 지명과 이름은 그리스 원명으로 적어 놓으셨다. 그리스 고유명사는 대개 '오스(-os)'로 끝나는데, 라틴어로 옮겨지면 '우스(-us)'로, 영어로 옮겨지면 '어(-er)'로 바뀌어 버린다고 한다. 예로써 알렉산드로스는 알렉산더, 호메로스는 호머로 변한다. 그동안 여러 책들에 이름과 지명이 달라서 어느걸 따라야 하나 헷갈렸는데 이번에 정리가 된것 같다.
1권에는 모두 다섯명의 영웅들이 나온다. 한번 들어가면 못 빠져나온다는 미궁에 들어가 반신반우(半身半牛)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테세우스,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스파르타의 아버지 뤼쿠르고스, 현자 솔론, 공명한 의인 아리스테이데스. 영웅들의 일대기 뿐만아니라 주변인물들, 그 시대의 상황 같은 것들을 같이 알 수 있었다. 테세우스 이야기에서는 우리의 주몽 신화와 연결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동서양이 차이가 있는것 같지만,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다 비슷하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들어가는 말>에 나온 것처럼, 기원전 그리스와 로마의 이야기들 속에는 현재 서양에서 쓰는 여러가지 표현법들의 기원이 담겨져 있었다. 서양 문화의 출발점인 그리스 로마 문화를 접하니 그들의 문화가 좀 더 이해가 되었다. 이윤기 선생님이 직접 촬영하신 사진들과 여러 그림들이 실려 있어서, 글과 함께 그 시대의 분위기가 전해져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