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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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다다미 넉 장 반’이라는 공간은 주인공이 머무르는 작은 하숙방으로, 일본 특유의 대학 문화와 젊은이들의 방황을 상징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며, 때로는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을 궁금해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현실과 가상을 절묘하게 엮어내며, 교토를 배경으로 한 ‘교토 청춘 판타지’라는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시트콤처럼 얽히고설키며 펼치는 소동극은 때로는 어처구니없고, 때로는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아이러니와 희극성을 음미하며, 자유로운 상상력 속에서 한바탕 웃음을 짓게 된다. 내 대학 시절을 추억하게 되고... 읽는내내 주인공처럼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청춘들의 이야기를 듬뿍 담아낸 책이라 정말 좋았다-! 책을 읽고 나면 결국 인생 자체를 긍정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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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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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모리미 도미히코의 독특한 상상력과 유려한 스토리텔링이다. 일상의 사소한 소재 하나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한여름의 하숙집에서 벌이는 소동을 이렇게까지 확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니-! 나는 상상력이 거의 없는 편이라서... 이런 작가의 능력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후속편은 전작보다 더욱 경쾌한 느낌이 들었다. ‘타임머신’이라는 SF적 요소가 가미되면서도, 여전히 한없이 가볍고 유쾌하다. 그러나 단순한 코미디 소설로 읽히지는 않는다. 이 엉뚱한 모험 속에서도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가 은근히 스며든다.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청춘의 시간도, 사실은 그 자체로 충분히 특별하다는 것. 미숙하고 서툰 이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결국 가장 반짝이는 시간으로 기억된다는 것. 작가는 그런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는 듯했다.


솔직히 요즘에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피로감을 주는 작품들도 많다. 하지만 <다다미 넉 장 반> 시리즈를 읽는 동안은 순수하게 웃고, 공감하고, 청춘의 어리숙한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었다. 마치 한여름 밤, 친구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로 밤새 수다를 떨다 지쳐 잠드는 그런 소중하고 애틋한 추억이 떠올려진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이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과거를 바꾸려 애쓰는 등장인물들처럼, 나 또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쩌면 중요한 건 ‘시간여행’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일지도 모른다. 괜히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즐겁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계절을 소중히-!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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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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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스타샤 마르탱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에벤인을 연구하던 중, 숲에서 곰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인간과 자연의 경계는 사라진다. 곰은 그녀의 얼굴을 물어뜯었고, 그녀는 얼음도끼를 휘둘러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육체적 상처보다 더 깊이 남은 것은 그 경계를 경험한 자의 의식이었다. 그녀는 곰의 습격을 ‘사고’나 ‘비극’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곰과 마주할 운명이었으며, 그 만남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이야기한다. 에벤인들은 그녀를 ‘미에드카’(반은 인간, 반은 곰)라고 부른다. 그녀는 이제 인간도, 곰도 아닌 경계의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 p.39
‘그가 말한다. 나스티아, 곰을 용서했어? 다시 침묵. 곰을 용서해야 해.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처음으로 나는 운명에, 연결고리들에, 우리가 향하는 이 모든 불가피한 것들에 저항하고 싶다. 곰을 죽이고 싶었다고, 내 체계 밖으로 곰을 쫓아내고 싶었다고, 내 얼굴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은 것을 무척이나 원망한다고 그에게 소리 지르고 싶다. 그러나 나는 소리 지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숨을 모아쉰다. 그래, 곰을 용서했어.
(...)
곰은 너에게 표식을 남기고 했어, 너는 이제 미에드카야. 서로 다른 세상의 경계에서 사는 자.

책을 읽는내내 ’나였으면‘을 대입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를 죽이려고 한 존재를 용서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용서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두려움이 아닌 변화의 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 점이 정말 경이롭고 놀라웠다. 나였다면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곰과 싸우고 살아 돌아왔지만,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연구 대상으로, 동정의 대상으로, 때로는 광기 어린 존재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기록한다. 그녀의 글은 시간의 흐름대로 배열되지 않는다. 사고 당일, 의료 분쟁, 곰과의 조우, 에벤인과의 생활이 자유롭게 교차하며 펼쳐진다. 이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녀가 경험한 충격과 사유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ᨒ ོ ☼

작가는 이후 어떻게 살아갈까? 그녀는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내린다. 곰에게 습격당하고도, 그녀는 다시 자연 속으로 나아간다. 많은 사람이 이 결정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선택이야말로 그녀가 인류학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걸어가야 할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한 후, 그 경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곰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다. 곰에게서 받은 표식은 그녀가 감당해야 할 삶의 일부가 되었고, 그녀는 그것을 회피하지 않는다.

곰과 마주한 순간, 그녀는 인간과 곰의 세계가 겹치는 그 지점에 존재하는,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가 이 책을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하나의 철학적 선언으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작가는 곰을 ‘짐승’으로,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곰은 적이 아니었고, 그저 서로 다른 세계 속에서 살아가던 존재 자체였다. 그녀는 곰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깨닫는다.

책을 완독한 이후에도 숲으로 떠난 그녀의 모습이 그려져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숲은 그녀가 있어야 할 ‘집’ 그 자체다. 곰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그녀는 곰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만남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이야기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나스타샤 마르탱은 미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존엄한 인간이다.

*비채 3기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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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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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홀로코스트에 관심이 많아 관련 영화나 다큐를 자주 찾아보곤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읽는내내 예상을 뛰어넘어 예측이 불가했고 장면마다 생생히 그려져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외 사회적으로 혼동이 큰 요즘… 저마다의 신념과 믿음, 난무하는 혐오와 악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책이였다.

결국 책을 덮고 나면, 단순한 사칭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유대인의 정체성과 역사적 트라우마, 문학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샤일록 작전>은 단순한 정치 소설도, 스릴러도 아니다. 그것은 필립 로스가 만든 하나의 거대한 문학적 장치이며, 독자를 현실과 허구의 경계로 초대하는 위험한 실험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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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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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내내 유치원 시절, 엄마와 동생과 함께 동네 뒷산을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록 그날은 날씨가 흐려 풍경이 또렷이 보이지 않았지만…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함께 웃던 순간만큼은 선명하다-! 그후로 따로 등산을 하거나, 등산을 취미삼지는 않았지만 가끔 그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작은 산길을 걸으며 느꼈던 포근함, 가족과 함께한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유년시절의 그리움까지. <노을 진 산정에서>를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웃음 지었고 사연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은 언제나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산을 오르지만, 사실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다. 깊이 묻어 두었던 감정들,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들이 산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리고 내려올 때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이 된다.

‘나에게 산은 어떤 의미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상 속에서 등산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자연이 주는 위로는 언제나 크다. 어릴 때부터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집에 돌아가는 순간마다 그곳에 있는 자연을 만끽하며 힘을 얻곤 했다. 내게 있어 도시는 여전히 갑갑하고 복잡하여 늘 이방인이 된 기분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돌아갈 곳에 자연이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힘든 순간들이 와도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스치는 바람과 나뭇잎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 그 순간마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순간순간이 머물러 있을 것이다.

산은 그리고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오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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