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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
김문희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
김문희
2026
바른북스

랜디라는 이름이였다. 대학 입시로 고생을 하던 시기, 벼락 같이 찾아온, 잘 걷지도 못한, 요키 품종의 강아지 한 마리는, 내가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하는 순간 까지, 내 삶의 인연이 되었다. 밤 늦게 집에 와도, 새벽에 출근을 해도, 랜디는 진짜 가족 보다 나를 반겨 주고, 나의 외출을 슬퍼 했다.
<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는 삶을 바꾸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우연히 찾아온 작은 인연들이 한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보여주는 기록이다. 다친 까치 한 마리와 길고양이들이 저자의 삶에 스며드는 과정은 생명을 돌보는 이야기를 넘어, 결국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거창한 위로나 특별한 행운이 아니라 일상의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의 가장 큰 특징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의미로 확장하는 서술 방식이다. 종갓집 7남매의 맏며느리로 살아오며 시어머니를 돌보고 친정어머니를 간병했던 시간, 가족을 위한 책임과 희생 속에서도 저자는 삶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에게 다가온 생명들을 품으며 다시 웃음을 배워 간다. 까토리와 오냥이, 용문이, 남실이와 함께한 에피소드는 유쾌한 웃음을 전하면서도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의 무게와 이별의 아픔을 동시에 담아낸다. 특히 구조한 까치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순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장면은 사랑이란 결국 소유가 아니라 보내줄 줄 아는 용기임을 일깨워 준다.
또한 <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는 동물을 소재로 하지만 중심에는 결국 사람의 삶이 놓여 있다. 남편과의 갈등, 부모를 돌보는 시간,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는 삶에 정답이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말하는 '마음의 코어 근육'은 고난을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며, 스스로가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자신을 응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는 과장된 감동이나 억지스러운 교훈을 내세우지 않는다. 담백한 문체와 유머, 소소한 일상은 오히려 더 큰 설득력을 지니며, 작은 생명을 향한 다정한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인연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정함은 결국 다시 다정함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결국 <인연은 온다, 다정한 모습으로>는 동물과 사람의 동행을 그린 에세이를 넘어, 인연과 돌봄, 상실과 성장, 그리고 삶을 견디게 하는 온기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특별한 기적보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생명,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찾아온 인연을 소중히 품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가장 소박하지만 가장 깊은 진실을 조용히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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