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 - 탄생과 죽음 사이, ‘삶’을 고찰하다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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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

김수림

2026

바른북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는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호기심이나, 문법적 의문보다는 묵직한 과거가 떠올랐더. 태어난 날과 죽고 싶은 날이 하나의 문장 안에서 공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슬픔의 깊이를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이 작품은 단순히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소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를 무너뜨리는 죄책감과 침묵, 그리고 끝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학폭의 실제 피해를 본 입장에서, 강산이 몇 번이 바뀐지도 모를 시간이 흘렀지만 그 순간의 고통과 죽고 싶음은 사실 아직 나를 둘러 쌓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나의 고통보다 어쩌면 더 큰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의 주인공 유영은 태어난 순간부터 죄책감을 짊어진 채 살아간다. 자신의 탄생이 어머니의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유영에게 생일조차 축복이 아닌 고통의 날로 남는다. 누구에게나 기쁜 날이어야 할 생일이 가장 견디기 힘든 기억이 된다는 설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유영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스스로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는 점이었다. 그 마음은 너무도 오래 방치된 상처였고, 누구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외로움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새로운 삶을 기대했던 유영 앞에 펼쳐진 현실은 또 다른 절망이었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는 학교폭력의 잔혹함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교실을 지배하는 침묵과 방관의 구조를 더욱 섬세하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괴롭히고, 누군가는 맞장구를 치며, 더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그 침묵이 결국 가장 거대한 폭력이 된다는 사실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가해자의 행동만큼이나 방관자의 선택 역시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특히 학교를 감옥으로, 교복을 죄수복으로, 자신을 '죄수번호 1506'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매일 가야 하는 학교가 두려움의 공간이 되고, 교실이 자유를 빼앗는 감옥이 되어 버린 현실은 결코 소설 속 이야기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뉴스를 통해 접했던 수많은 학교폭력 사건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지금도 누군가는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처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니 유영의 감정 하나하나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담담한 문장일수록 오히려 더 큰 슬픔을 전해 주었다. 과장된 감정이나 극적인 복수 대신, 상처가 사람의 마음속에 어떻게 남아 삶 전체를 흔드는지를 차분하게 그려낸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문장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유영의 바람이었다. 너무도 소박한 소원이 끝내 가장 어려운 바람이 되어 버린 현실은 많은 생각을 남겼다. 우리는 누군가를 특별히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면하지 않고 이름을 불러 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침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조용히 일깨워 준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는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과 존재의 의미, 그리고 타인의 아픔 앞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읽는 동안 마음이 여러 번 무너졌지만, 마지막에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믿고 싶어졌다.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이해와 공감은 누군가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가장 소중한 진실을 오래도록 가슴에 남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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