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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항 潛航 - 부자父子 잠수함 함장이 추적한 영화 속 심해의 진실
서강흠.서정훈 지음 / 예미 / 2026년 7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잠항
서강흠,서정훈
2026
예미

<잠항>은 잠수함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전쟁과 평화,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세대의 계승이라는 문제를 함께 사유하게 하는 독특한 군사·인문 교양서다. 대한민국 잠수함 전력의 초창기를 이끈 아버지 서강흠과 현재 장보고급 잠수함 함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아들 서정훈이 함께 쓴 이 책은,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초의 부자 잠수함 함장이라는 이례적인 이력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해군사관학교의 계보는 <잠항>을 단순한 군사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책임과 사명의 기록으로 확장한다.
<잠항>의 서술은 <해저 2만 리>의 노틸러스호에서 출발해 <특전 U보트>, <U-571>, <붉은 10월>, <크림슨 타이드>, <헌터 킬러>, <쿠르스크>, <유령> 등 16편의 잠수함 영화를 따라간다. 그러나 <잠항>은 영화의 줄거리를 해설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스크린에 구현된 극적인 장면을 실제 잠수함의 작전과 비교하면서 소나와 음탐, 잠항 심도, 대잠전술, 승조원의 생활, 함장의 의사결정 등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풀어낸다. 영화적 허구와 실제 작전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독자는 익숙했던 장면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 <잠항>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지점은 잠수함을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신뢰가 극한으로 시험되는 공간으로 묘사한다는 데 있다. 외부와 단절된 심해에서는 정보가 제한되고 구조가 쉽지 않으며, 함장의 한 번의 판단이 승조원 전체의 생명과 직결된다. 따라서 <잠항>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권위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결단하고 그 결과를 끝까지 감당하는 책임의 능력이다.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해야 한다”는 신조는 이러한 세계의 본질을 압축한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잠수함의 일상은 화려한 영웅주의보다 반복되는 훈련과 절차, 침착함과 팀워크 위에서 유지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잠항>은 잠수함을 ‘침묵의 암살자’로만 바라보는 통념을 넘어선다. 심해의 침묵은 공격을 위한 은폐인 동시에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절제이며, 그 침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름 없는 승조원들의 헌신이다. 나아가 <잠항>은 변화하는 해양안보 환경과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를 짚으며 국가가 스스로의 안보 역량을 갖추는 일이 왜 중요한지도 환기한다.
결국 <잠항>에서 가장 깊이 잠항하는 것은 잠수함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이다. 아버지가 지나온 바다와 아들이 이어가는 바다가 하나의 서사로 만나는 순간, 이 책은 기술과 전쟁의 기록을 넘어 책임의 유산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 된다. 수면 위의 평화가 보이지 않는 곳의 헌신 위에서 유지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잠항>은, 심해를 알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어떤 방향으로 항해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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