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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작은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설은일기
작은콩
2025
스튜디오오드리

시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설은일기』는 그 질문을 몸의 시간, 고통의 시간,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라는 결로 풀어낸 기록이다. 이 책은 젊은 시절부터 병과 함께 살아온 한 사람의 투병기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과장된 감정이나 극적인 연출 대신, 하루하루를 견뎌낸 시간들이 차분히 쌓여 있다.
어린 나이에 몸이 아프다는 것, 특히 희소병 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이다. 『설은일기』는 빠르지 않은 호흡으로 그 삶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배려받지 못하고, 사회의 암묵적인 기준 속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순간들 역시 숨기지 않는다. 작가는 그 모든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며,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삶의 결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고통을 미화하지도, 축소하지도 않는 태도에 있다. 병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곁에서 함께 견뎌온 가족의 시간까지 담아낸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이 얼마나 깊은 고립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그 고립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설은일기』는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동정의 대상이 되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넘어지는 순간이 있어도 다시 일어나는 쪽을 택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이어간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하루를 계속 살아내겠다는 선택임을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설은일기』는 위로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삶이 얼마나 다양한 속도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정상적인 삶’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좁은지, 그리고 그 기준 바깥에서도 분명한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투병기의 기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쉽게 지나쳐 온 시간과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