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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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읽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인 듯 하다. 2005년에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3편(화부, 선고, 변신)의 단편집과, 2010년에 문학동네에서 발간된 '소송' 이후 다시 5년만인 것 같다.

카프카의 여러 단편작품을 읽고 싶어 가급적 많은 작품이 수록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4 '변신•시골의사' 단편집을 골라보았다.

총 3부로 나뉘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은 1부에 수록된 것들로서 이미 기존에 읽어 본듯한 기시감이 감도는 것들이다. 아마도 군 복무 시절 읽었던 여러 책들 중에 카프카의 책도 있었던 모양.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 '변신'과,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작품인 '판결(도스토예프스키적 지옥을 묘사한 것 같다)',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같은 '시골의사', 훗날 하루키가 레퍼런스로 삼았을 법한 '학술원에의 보고', '성'의 기원이 되었을 '법 앞에서' 등... '굴'이란 작품은 이해하기 좀 어려웠다.

2부와 3부는 매우 짧은 단문 등이 수록되었는데 문체 때문인지 추상적 관념 때문인지 쉽사리 읽혀지지는 않았다. 얼마 전에 읽은 카프카의  '꿈'도 마찬가지였는데 이것이 카프카적 글쓰기라면 도통 이해하기 힘든 작가임이 분명하다.

민음사 버전을 골라본 이유는 집에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좀 있어서이기 때문인데, 솔직히 번역이 좀 아쉬웠다. 책날개에도 써있듯, 새 시대엔 새 번역이 필요하다고 나름 자부하였으나 이 책의 번역도 벌써 17년 전 것이다...('98년 7월) 이왕이면 새 번역본을 사서 읽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

다음으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성(열린책들 버전)'을 읽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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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32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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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작품 성을 읽었다...아니, 읽었다라기보다는 훑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리라.

이 책은 우선 압도적인 분량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며, 당최 읽고 읽어도 쉽사리 파악이 되지 않는 이야기의 플롯으로 인해 머리속이 멍해지고 만다.

주인공 K는 측량사의 자격으로 성에 들어가려 하지만 도통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흡사 중세 시대의 고립된 마을에 갖혀 혹독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일상을 엿보는 듯 하다. 등장인물 간에 주고받는 대화는 핵심을 비켜난듯 겉돌기를 반복하고, 인물들의 행동 역시 어설픈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마냥 작위적인 느낌이다.

카프카의 소설이었지만 읽는 내내 곤욕이었다. 가벼운 읽기에 젖은 나에겐 도통 어려운 책이었다. 그나마 책 말미의 역자해설 및 요약줄거리가 아니었다면 이마저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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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 철학과 인문학으로부터 업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 미켈 B. 라스무센 지음, 박수철 옮김 / 타임비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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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취업시장 관련 기사나, 교육 관련 기사를 보면 댓글란에 어김없이 많은 공감수를 이끌어내는 어떤 경향이 있다- 이공계는 취업이 잘 되고, 인문계는 문송하다느니 전혀 쓸데없는 학문이라느니 하는 류의 댓글들 말이다. 이러한 경향은 조금 더 나아가보면 이공계=이성적 / 인문계=감성적이라는 대립구도까지 만들어지는데, 소위 '감성팔이는 극혐'이라는 논리까지 만들어져 아무런 논리없이 그저 감성적으로만 대하는 여성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최근의 우리 사회에서 인문사회계열이 대우받는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아무래도 과거 조선 시대로부터 이어진 사농공상, 아무런 능력도 없이 그저 책이나 보고 글만 쓰는 선비들이 만들어낸 조선이 얼마나 '헬'이었는지를 말하며 반대로 산업화로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성취를 대조하며 자연스럽게 이공계가 더 우월하다는 논리가 무의식 중에 팽배히 사로잡히게 만든다.
 
서두가 길었다.
 
이 책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업 또는 회사가 변화라는 것을 마주하게 될 때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사례를 통해 독자를 납득시키는 인문서이다. 저자는 흔히 우리가 의지해온 디폴트 사고 만능주의(1)의 허구에 대해 송두리째 까발리고, 인문과학으로부터 얻어낸 센스 메이킹(2)이라는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서 비즈니스의 본질을 재탐구하는 시간을 가진다.
 
(1)디폴트 사고 만능주의란 소위 도구적 합리주의에 뿌리를 둔 문제해결 모델로, 문제들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이른바 사실과 근거들이야말로 의견이나 선호 같은 것들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숫자를 기반으로 하는 정량 분석에 관여한다.
 
(2)센스 메이킹이란 개념화하거나 언어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문과학에 바탕을 둔 탐험적인 성격의 비선형적 프로세스를 말한다. 가설 기반의 연구와는 달리 막연한 '왜'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성적인 데이터를 활용한다.
 
디폴트 사고/정량적/속성에 대한 이해는 사물에 대한 실제적인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어떠한 양상aspects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물은 대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그 의미를 가지므로, 사물이 경험되어지는 양상을 파악해야만 사물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사물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사람들에게 왜 우리가 필요한가?' 이러한 고민을 하는 회사는 일종의 여정을 거친 후에 마침내 하나의 관점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관점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아무리 정량적인 숫자 데이터가 많다 한들, 그것을 분석하고 재조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관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제어 장치를 마우스로, 고층 건물을 마천루로, 경량 운동화를 에어라고 부르는 식은 인문학적 은유를 활용하여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본 결과의 예시가 될 것이다. 은유는 우리가 이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또한 다양한 양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설명해줌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이 책의 원제는 'The Moment of Clarity'이다. 명료함의 순간. 핵심 통찰 덕분에 초점이 뚜렷해지는 순간을 말한다. 이러한 핵심 통찰은 시간을 두고 사람을 이해해갈 때 가지게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회사는 그들만의 관점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디폴트적 사고가 가진 함정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하지만 절대로 그것이 불필요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섣불리 어느 한 쪽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기존에 이공계가 인문계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전혀 쓰잘데기없는 것처럼. 좋은 부분만 잘 섭취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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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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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클래식이라 불리우는 고전 소설을 읽을 때에는 다음과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 '죽기 전에 들어야 할 1001장의 명반' 중 하나를 골라 들을 때의 기분 말이다. 명반은 내 취향과는 별개로(대체로 취향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많다), '이것은 이것대로 대단하군'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알베르 카뮈는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이방인'에 대한 충격으로 좋은 감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게으르게도 이후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사실 고전소설의 경우 명작 위주로 읽는 편이 많다 보니 이방인 외에는 다른 작품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졸업 후, 이방인은 일러스트와 함께 이쁘게 만들어진 책을 다시 구입하여 읽어보았을 정도로 꽤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그 때 까뮈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최근 프란츠 카프카의 다른 소설도 읽은 참이라 이번엔 카뮈의 페스트를 읽어보기로.
 
카프카의 '성'과 마찬가지로 열린책들 출판사의 버전을 골랐다.
 
페스트는 194X,년에 알제리의 어느 한적한 도시인 오랑에서 벌어진 전염병 페스트를 둘러싸고 성쇠를 관찰하고 기록한 일지이다. 관찰일지의 저자는 의사 베르나르 리유로, 도시 오랑이 페스트에 감염되는 초기부터 도시 폐쇠, 그리고 전염병이 도는 동안 시민들의 태도 등을 최대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록하려 노력했다. 이 소설에는 별다른 감상이 담겨있지는 않다.
 
한편, 소설은 총 5부작으로 인상깊은 도입부(쥐가 집단폐사하는 것을 시작으로)부터 도시 폐쇠로 인한 혼돈과 절망, 시민들의 페스트를 대하는 태도 등이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담겨 있어 흡사 독자 자신도 도시에 갖힌 채 생활하는 기분을 갖게 만들어준다.
 
페스트를 대하는 태도는 성직자부터 무직자까지 각양각색이고, 희망을 잃고 절망에 둘러싸여 지내는 인간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대부분이 아마 교훈으로 꼽았을, 제4부에 담긴 타루의 태도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존경받을 만한 사람, 즉 어느 누구에게도 거의 병균을 옮기지 않는 사람이란 되도록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라는 대사는 꽤나 울림이 크다.
 
우리 사회는 최근 페스트는 아니지만 메르스 사태로 큰 혼란을 겪었다. 그것이 이 소설과 중첩되어 자기반성을 하게끔 한다. 절망 속에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그리하여 이 사회의 건강함을 유지하는데 일조한다는 타인에 대한 공헌감...
 
뭐 사실 이해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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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일종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사춘기 시절 읽은 이래로,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나와 같은 소년에게도 홀든 콜필드의 감수성과 태도는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말이다. 샐린저는 이 소설을 썼지만 소설은 샐린저의 손을 떠나버렸다. 독자적인 소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얘기.

대학 시절에는 샐린저의 다른 작품들을 탐독했더랬다. 9가지 이야기, 목수들이여 대들보를 높여라, 그리고 프래니와 주이 말이다. 샐린저는 그리 많은 작품을 쓴 작가가 아니어서 금방 다 읽어버렸는데, 그 다음에는 일대기라던가 전기, 호밀밭의 파수꾼 분석글 등을 읽어댔더랬다.

프래니와 주이가 문학동네를 통해 재출간되었다. 역시나 샐린저답게 표지는 단촐하고 작가소개 또한 없다.

프래니와 주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을, 한창 샐린저에 빠져있었던 시절 번역본을 뒤진 끝에 중고서점에서 '영혼의 파수꾼'이라는 제목의 낡아빠진 문고본을 구해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도통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프래니와 주이 두 인물간의 (너무나도) 장황한 대사들로 인해 머리골이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번 독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샐린저의 작품 중 제일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루하기 짝이 없다. 흡사 연극무대 위에서 두 배우 간의 어색한 연기를 보는 것처럼 곤욕스럽다. (그러고보니 사실 이 책은 소규모의 연극을 위한 스크립트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시모어 가의 이야기는 샐린저의 다른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9가지 이야기'라는 단편에서 봤었나...하여간에 그 단편은 꽤 재미나게 봤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 책은 지루하다. 차라리 하루키 번역이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조금은 나았을 것이라는 상상에도 확신은 잘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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