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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 철학과 인문학으로부터 업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 미켈 B. 라스무센 지음, 박수철 옮김 / 타임비즈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의 취업시장 관련 기사나, 교육 관련 기사를 보면 댓글란에 어김없이 많은 공감수를 이끌어내는 어떤 경향이 있다- 이공계는 취업이 잘 되고, 인문계는 문송하다느니 전혀 쓸데없는 학문이라느니 하는 류의 댓글들 말이다. 이러한 경향은 조금 더 나아가보면 이공계=이성적 / 인문계=감성적이라는 대립구도까지 만들어지는데, 소위 '감성팔이는 극혐'이라는 논리까지 만들어져 아무런 논리없이 그저 감성적으로만 대하는 여성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최근의 우리 사회에서 인문사회계열이 대우받는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아무래도 과거 조선 시대로부터 이어진 사농공상, 아무런 능력도 없이 그저 책이나 보고 글만 쓰는 선비들이 만들어낸 조선이 얼마나 '헬'이었는지를 말하며 반대로 산업화로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성취를 대조하며 자연스럽게 이공계가 더 우월하다는 논리가 무의식 중에 팽배히 사로잡히게 만든다.
서두가 길었다.
이 책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업 또는 회사가 변화라는 것을 마주하게 될 때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사례를 통해 독자를 납득시키는 인문서이다. 저자는 흔히 우리가 의지해온 디폴트 사고 만능주의(1)의 허구에 대해 송두리째 까발리고, 인문과학으로부터 얻어낸 센스 메이킹(2)이라는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서 비즈니스의 본질을 재탐구하는 시간을 가진다.
(1)디폴트 사고 만능주의란 소위 도구적 합리주의에 뿌리를 둔 문제해결 모델로, 문제들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이른바 사실과 근거들이야말로 의견이나 선호 같은 것들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숫자를 기반으로 하는 정량 분석에 관여한다.
(2)센스 메이킹이란 개념화하거나 언어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문과학에 바탕을 둔 탐험적인 성격의 비선형적 프로세스를 말한다. 가설 기반의 연구와는 달리 막연한 '왜'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성적인 데이터를 활용한다.
디폴트 사고/정량적/속성에 대한 이해는 사물에 대한 실제적인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어떠한 양상aspects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물은 대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그 의미를 가지므로, 사물이 경험되어지는 양상을 파악해야만 사물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사물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사람들에게 왜 우리가 필요한가?' 이러한 고민을 하는 회사는 일종의 여정을 거친 후에 마침내 하나의 관점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관점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아무리 정량적인 숫자 데이터가 많다 한들, 그것을 분석하고 재조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관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제어 장치를 마우스로, 고층 건물을 마천루로, 경량 운동화를 에어라고 부르는 식은 인문학적 은유를 활용하여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본 결과의 예시가 될 것이다. 은유는 우리가 이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또한 다양한 양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설명해줌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이 책의 원제는 'The Moment of Clarity'이다. 명료함의 순간. 핵심 통찰 덕분에 초점이 뚜렷해지는 순간을 말한다. 이러한 핵심 통찰은 시간을 두고 사람을 이해해갈 때 가지게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회사는 그들만의 관점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디폴트적 사고가 가진 함정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하지만 절대로 그것이 불필요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섣불리 어느 한 쪽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기존에 이공계가 인문계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전혀 쓰잘데기없는 것처럼. 좋은 부분만 잘 섭취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