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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흔히 클래식이라 불리우는 고전 소설을 읽을 때에는 다음과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 '죽기 전에 들어야 할 1001장의 명반' 중 하나를 골라 들을 때의 기분 말이다. 명반은 내 취향과는 별개로(대체로 취향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많다), '이것은 이것대로 대단하군'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알베르 카뮈는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이방인'에 대한 충격으로 좋은 감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게으르게도 이후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사실 고전소설의 경우 명작 위주로 읽는 편이 많다 보니 이방인 외에는 다른 작품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졸업 후, 이방인은 일러스트와 함께 이쁘게 만들어진 책을 다시 구입하여 읽어보았을 정도로 꽤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그 때 까뮈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최근 프란츠 카프카의 다른 소설도 읽은 참이라 이번엔 카뮈의 페스트를 읽어보기로.
카프카의 '성'과 마찬가지로 열린책들 출판사의 버전을 골랐다.
페스트는 194X,년에 알제리의 어느 한적한 도시인 오랑에서 벌어진 전염병 페스트를 둘러싸고 성쇠를 관찰하고 기록한 일지이다. 관찰일지의 저자는 의사 베르나르 리유로, 도시 오랑이 페스트에 감염되는 초기부터 도시 폐쇠, 그리고 전염병이 도는 동안 시민들의 태도 등을 최대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록하려 노력했다. 이 소설에는 별다른 감상이 담겨있지는 않다.
한편, 소설은 총 5부작으로 인상깊은 도입부(쥐가 집단폐사하는 것을 시작으로)부터 도시 폐쇠로 인한 혼돈과 절망, 시민들의 페스트를 대하는 태도 등이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담겨 있어 흡사 독자 자신도 도시에 갖힌 채 생활하는 기분을 갖게 만들어준다.
페스트를 대하는 태도는 성직자부터 무직자까지 각양각색이고, 희망을 잃고 절망에 둘러싸여 지내는 인간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대부분이 아마 교훈으로 꼽았을, 제4부에 담긴 타루의 태도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존경받을 만한 사람, 즉 어느 누구에게도 거의 병균을 옮기지 않는 사람이란 되도록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라는 대사는 꽤나 울림이 크다.
우리 사회는 최근 페스트는 아니지만 메르스 사태로 큰 혼란을 겪었다. 그것이 이 소설과 중첩되어 자기반성을 하게끔 한다. 절망 속에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그리하여 이 사회의 건강함을 유지하는데 일조한다는 타인에 대한 공헌감...
뭐 사실 이해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