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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평점 :
이 책에서 말하는 판은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흐름의 판, 다른 하나는 지각의 판.
이 둘은 우리의 생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더 나아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 올림픽때인가,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더이상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뿌연 먼지의 회색도시에 인공강우를 내려 하늘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제 날씨까지도 지배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가짜 자연은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짜 자연에는 결코 이길 수가 없다.
근래에도 지진과 홍수로 인해 우리는 다시 한번 자연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알 수 있었다.(물론 정부의 대응 또한 최악이었던 것도 한 몫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국가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몇년에 걸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라든지 국가의 역할이라든지 이런 것이 아니라 첩보전, 즉 국정원?을 다루고 있다. (물론 우리는 몇십년에 걸쳐 다양한 이름의 정부요원들을 알게 되었고-개인적이 아니라-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냉전시대가 끝났을때 나는 더이상 스파이라든가, 첩보원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가나 국민을 위한 스파이나 첩보원이 아니라 기업과 돈을 위한 스파이와 첩보원이 등장했다. 여전히 우리 세계는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 세계는 신 냉전시대로 가고 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의 요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무명인'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불리기를 원한다. 물론 많은 무명인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가겠지만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은 솔직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미국과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우리나라를 보면 마치 조선시대 후기 제국주의 강대국에 휘말린 모습과 닮아 공포와 함께 서글픔이 밀려온다.
만약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 중 누가 자신의 삶과 목숨을 바쳐 싸울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최후와 사후의 모습, 후손들의 생활과 또한 친일과 변절을 했던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나는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애국심은 국가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또한 국가는 국민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국민이 국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때 국가, 국민 모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아쉬웠던 점은 각 나라의 요원들의 모습들은 잘 그려졌지만 개개인으로 들어갔을때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라든지 갈등이 부각되지 못했던 점이다. (특히나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요원들이 하는 일이라곤 결국 인터넷 정보와 사랑놀음?이라니. 차라리 일본과 우리나라 요원들을 중점으로 그려졌더라면 더 좋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대한 내용과는 달리 결말 또한 허무했다는 점에 점수를 짜게 주었다.
하지만 007 또한 처음에는 작은 걸음이지 않았던가.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발전하는 모습의 요원들이길 바란다.
덤으로, 소중한 국민 세금을 비밀예산의 이름으로 댓글잔치를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무명인의 이름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요원들의 얼굴에 먹칠 좀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