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모형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9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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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것은 F가 된다 는 본격추리 혹은 이공계 추리 쪽으로는 거의 전설?이 되다시피 한 추리물로 알고 있다. 전공이 이공계쪽은 아니지만 그래도 흥미는 있어 몇년 전에 책을 구입해서(이때는 진한 남색의 표지였다) 읽었더랬다. 몇몇 부분이 이해되지 않아 한참을 생각하곤 했던 기억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래서 후속작이 나오기를 기다렸었다.

이번에 S&M 시리즈가(사이카와와 모에) 완간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시리즈물이 완간되기까지 참 힘든 것 같다. 사실 추리물은 매니아적인 측면이 있어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힘들고 요새들어 정말이지 책값도 비싸고(사실 안비싼건지도 모르지만 최저시급이 만원도 안된 시점에서는 비싸다고 본다ㅜㅜ) 또한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다보니(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냥 쉬거나) 책판매량이 저조하다.(서점의 숫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서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잡지나 문제집으로 먹고 산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이 시리즈가 완간되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기쁘다.(원서를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여튼 이번 년도에 그동안 못읽은 이 시리즈를 정독할 계획이다.

다행히 시리즈는 차례대로 읽어도 재밌지만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도 재밌다.

이번에 '수기 모형'도 재미있었다.

밀실의 문제는 역시나 풀지 못했지만(여러가지 가설을 세워봤지만 역시나 나 또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억울하지 않다. 나에게 있어서 추리의 문제는 범인을 맞추느냐, 트릭을 맞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나에게 흥미를 끄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탐정이나 주인공이 많은 고민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읽어가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로 사이카와와 모에가 사건을 바로보는 시각, 사고, 해결 등이 흥미로웠다.

특히나 이번에는 모에의 사고가 나에게 있어 흥미로웠다.

1과 0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무엇을, 어디까지를 하나로 보는지, 정상과 이상(異常)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 책의 중심을 통과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와 타인이 같지 않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닌가?"


"인간과 지면은 다르지? 그러니까 서 있을 수가 있어. 사람은 제각각 다르기에 그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고 그 마찰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 마찰이 없었다면 꽈당 넘어질 테니 말이야."


본문에 나오는 사이카와의 말이다.


나도 내가 타인과 같지 않아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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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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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는 너무나 피상적이다.

메마른 흙먼지가 날리는 넓은 대지, 우거진 정글, 무언가 살고 있는 늪, 헐벗은 원주민들, 이름모를 새들, 동물들....

다큐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다다.

과연 그런 것이 아프리카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제국주의의 서양인의 시선인 것이다.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듯이 자신들의 멋대로 상상하고 단정해버린다. 결코 동물원의 원숭이의 생각을 알려고 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고립시켜 버렸다.

문명화라는 명목하에 과연 그들은 아프리카에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이 책은 아프리카인이 쓴 스릴러책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사실 현실이 더욱 더 비참하고 잔혹하고 절망스럽다고 단연코 이야기할 수 있다.

(현실을 돌아보라!)

마약범들로 인해 자신의 삶인 아들을 잃어버린 토벨라.

끔찍하고 줄어들지 않는 범죄현장으로 인해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린 그리설.

절망의 끝에서 콜걸의 길을 가는 미혼모 크리스틴.


삶을 잃어버린 토벨라의 선택, 알콜중독을 벗어나려는 그리설의 선택, 자신과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한 크리스틴의 선택이 그들의 인생을 뒤바꾸어 평온한 삶으로 아니 더이상 불행하지는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먹먹했고, 읽은 후에도 먹먹했다.

이 책은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영웅이 없는 아프리카. 절망의 피만이 흐르는 늪을 보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남기고는 나는 작은 희망을 보았다.

제발 그 희망의 불빛이 아프리카에 가득하기를.


디온메이어의 소설들 모두를 다 읽을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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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7 7 시리즈
케리 드루어리 지음, 정아영 옮김 / 다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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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텔레비전 뉴스를 안보게 되었는지, 아니 언론 자체를 불신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워낙 리얼리티쇼(사실 말로만 리얼리티지 과연 그것이 리얼리티인지는 알 수 없는)나 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안보았지만 그래도 뉴스는 가끔씩 보곤 했다- 아예 뉴스 자체를 안보게 된 계기는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24시간 동안 뉴스는 바다를 비추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탄과 배주위를 빠른 속도로 정찰하는 보트들과 지상최대의 작전이라는 아나운서의 멘트.

이틀이나 지났을까, 한 아침 뉴스에서 정부와 해경의 대대적인 구조-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를 흥분한 목소리로 전하는 리포트의 목소리 사이로 분노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거짓말하지마! 이 XXX야!!!"

날 것 그대로의 진실.

그랬다. 우리가 보아온 것은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았고, 그들이 들려주고 싶은 것만 들었고, 그들이 의도한 대로 우리는 행동했다.

...

그렇게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그저 노예나 개돼지로 분류되어 사육되고,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한다.


이 책 셀7은 어떤 면에서는 허술하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감정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소설 속의 권력자들의 탐욕과 추악함은 현실 속보다는 덜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지금 실감나게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권력자와 그들의 주위를 호화찬란하게 비호하고 아름답게? 치장하던 언론은(그들에게 모욕적인 기레기라는 단어가 붙여졌어도) 언제 그랬냐며 차갑게 돌아서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찬양했던 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하고 있다-


열여섯의 소녀 마사는 유명한 사회인사 잭슨 페이지를 죽인 혐의로 수용실에 갇힌다. 수용실은 모두 7개로 이루어졌으며 한단계 위로 옮겨가는 것은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된다-한명이 한표가 아니라 돈만 있으면 수많은 표를 살 수 있다-.

이 곳의 사법제도는 재판도 변호도 없고 그저 투표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수용실의 사람들을 엿보는 관음증의 언론과 시청자들.

증거도 뭣도 필요없는 혐의만으로도 사형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사와 마사의 남자친구 아이작은 작지만 커다란 모험을 계획한다. 과연 그들의 계획대로 될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알 수 없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지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많은 계란을 수없이 바위에 던지면 생채기 정도는 생기지 않을까?


어쩌면 이 소설은 수많은 계란들이 만들어내는 생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만들어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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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 하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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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때는 나오미와 가나코 이후로 나온 오쿠다 히데오의 신간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2009년에 나온 방해자의 개정판이다.(요새 출판업계도 장기적인 불황인 탓인지 모험적인 신인작가들을 발굴하기보단 유명한 작가의 예전 책들을 개정판으로 낸다는 소식을 몇 주 전에 뉴스로 접했엇다. 그 뉴스를 접한 이후로 둘러보니 확실히 개정판이 눈에 띄게 많아지긴 했다.)

여튼 그래서 읽게 된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였다. (공중그네와 인더풀, 남쪽으로 튀어 등, 올해에는 나오미와 가나코를 재미있게 읽었다. 왜 방해자를 읽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만큼 재미있다.)

제목이 방해자여서 책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방해자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누가 방해자인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여기에서 말하는 방해자는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의미는 각자 다르겠지만)


7년전 갑자기 사랑하던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후 불면증에 시달리는 형사 구노.

경마를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쿄코.

그리고 어디에도 희망이 없고, 대충대충 살아가지만 폼은 재고 싶은 10대 아이 유스케.

이 세명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날 술취한 아저씨들의 삥을 뜯던 유스케 일행이 잠복하던 형사 구노에게 혼나고, 그날 어느 회사창고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사건은 구노, 쿄코, 유스케의 인생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평온한 일상이 깨어지기란 유리창에 던져진 돌맹이처럼 참으로 쉽게 부서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것일테다.


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커다란 절망과 마주치면 도망치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그 시점을 극복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들이 외면했던 진실을 알게 된 구노와 쿄코, 유스케.

그들은 과연 이 진실을 극복할 수 있을런지.

이 책은 어쩌면 열린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판도라의 상자속의 마지막에 남겨진 희망처럼.


나에게는 유독 안쓰러운 캐릭터는 형사인 구노였다.

그 구노가 이 책 말미에서 하는 이야기가 가슴 깊게 남았다.


[만약 계속 살 수 있다면 행복에 등 돌리는 짓은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행복을 두려워하는 짓은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사람은 행복해지고 싶어서 살아간다. 그 당연한 것을 구노는 비로소 깨달았다. - 방해자 하권 410~411 중에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세상의 모든 불행한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혹은 더이상 불행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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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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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판은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흐름의 판, 다른 하나는 지각의 판.

이 둘은 우리의 생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더 나아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 올림픽때인가,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더이상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뿌연 먼지의 회색도시에 인공강우를 내려 하늘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제 날씨까지도 지배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가짜 자연은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짜 자연에는 결코 이길 수가 없다.

근래에도 지진과 홍수로 인해 우리는 다시 한번 자연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알 수 있었다.(물론 정부의 대응 또한 최악이었던 것도 한 몫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국가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몇년에 걸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라든지 국가의 역할이라든지 이런 것이 아니라 첩보전, 즉 국정원?을 다루고 있다. (물론 우리는 몇십년에 걸쳐 다양한 이름의 정부요원들을 알게 되었고-개인적이 아니라-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냉전시대가 끝났을때 나는 더이상 스파이라든가, 첩보원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가나 국민을 위한 스파이나 첩보원이 아니라 기업과 돈을 위한 스파이와 첩보원이 등장했다. 여전히 우리 세계는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 세계는 신 냉전시대로 가고 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의 요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무명인'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불리기를 원한다. 물론 많은 무명인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가겠지만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은 솔직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미국과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우리나라를 보면 마치 조선시대 후기 제국주의 강대국에 휘말린 모습과 닮아 공포와 함께 서글픔이 밀려온다.

만약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 중 누가 자신의 삶과 목숨을 바쳐 싸울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최후와 사후의 모습, 후손들의 생활과 또한 친일과 변절을 했던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나는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애국심은 국가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또한 국가는 국민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국민이 국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때 국가, 국민 모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아쉬웠던 점은 각 나라의 요원들의 모습들은 잘 그려졌지만 개개인으로 들어갔을때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라든지 갈등이 부각되지 못했던 점이다. (특히나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요원들이 하는 일이라곤 결국 인터넷 정보와 사랑놀음?이라니. 차라리 일본과 우리나라 요원들을 중점으로 그려졌더라면 더 좋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대한 내용과는 달리 결말 또한 허무했다는 점에 점수를 짜게 주었다.

하지만 007 또한 처음에는 작은 걸음이지 않았던가.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발전하는 모습의 요원들이길 바란다.

덤으로, 소중한 국민 세금을 비밀예산의 이름으로 댓글잔치를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무명인의 이름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요원들의 얼굴에 먹칠 좀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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