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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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랜만에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었다. 나를 일미(일본미스터리)에 빠뜨린 미미여사.

십몇년전쯤?에 화차(사실 도서관에서 빌려읽을 당시에는 '인생을 훔친 여자'였다. 그 뒤로 이 책이 유명해지고 영화화되면서 우리나라에 '화차'라는 이름으로 책이 다시 나왔다)를 읽고는 일미에 빠졌더랬다. 물론 지금도 일미에 빠져있다(초창기에 일미만 주로 보았다면 중반기부터는 일미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미스터리와 스릴러에 빠져있다가 현재에도 여전히 그렇다능). 초창기 무조건 미야베 작가와 히가시노 작가는 믿고 보는 작가였다. 그러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름다운 흉기'에서 꺾어졌고, 미야베 미유키는 'ICO'에서 꺾어졌다. 하지만 역시나 애정하는 작가들이다보니 '공허한 십자가'로 인해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펼치게 되었고, 미야베 미유키는 '솔로몬의 위증'을 펼치면서 에도시대의 이야기들을 사모으고 있다.

여튼, 이렇듯 선택은 사소한 계기로 일어난다는 이야기.


이 책 '가상가족놀이'는 예전에 'R.P.G'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렸을적 소꿉놀이가 생각이 났다. 누구나 한번쯤은 했을 놀이.

넌 엄마, 난 아빠, 그리고 너는 아기.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역할극의 모습이 아닐까?

아이들의 소꿉놀이를 보고 있으면 그 집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예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아이가 아빠역을 했는데 매일밤 술에 취한 아빠를 리얼?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나왔다. 물론 엄마역을 한 아이는 바가지를 긁는 모습을 묘사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지 않나. 아이들은 어른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그러면 전혀 다른 설정을 해보면 어떨까?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들이 소꿉놀이를 해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설정이다.

각자 가정이 있고, 그 속에서 외롭고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인터넷에서 만나 가족을 구성해 놀이를 벌이는 것이다.

진짜 가족과 가짜 가족.

여기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선택'이다.

진짜 가족은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다. 부모도 자식을 선택할 수 없듯이 자식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가짜 가족은 선택할 수 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가족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거짓'이라는 모래성에 세워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가족도 결국 가짜라는 점이다.

9그런데 그 가짜 가족을 이끌어온 아빠가 살해당하자 진짜 가족은 물론 가짜 가족 또한 혼란에 빠진다.

과연, 누가, 왜 그를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군가의 가족을 연극무대에서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어렸을 적 나 또한 자상한 아버지, 친구같은 어머니, 자랑스러운 누나나 사랑스런 동생을 꿈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고 자라면서 나 또한 이상적인 사람-나 자신을 돌아보자 얼마나 이기적이고 고집스런 인간이던지 ㅋㅋ-이 아니기에 가족에 대한 기대감은 저 멀리 던져놓고 가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에 이 책 속 인터넷으로 가상가족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부담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많은 것들이 생각났다. 나의 어릴적, 나의 부모, 나의 형제들.

부모 또한 오래전에는 어느 한 부모의 자식이었을텐데.

우리는 어떻게 성장했고, 성장해야 하는가를 한번쯤은 고민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

일생을

아이처럼, 쓸쓸하게

이것을 쫓았노라고.]

사이조 야소의 나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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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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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어느 프로그램에서 천재 소년을 소개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기억력 천재였는데 수없이 적혀 있는 칠판을 몇십초동안 보고는 되돌아서서 그 모든 숫자를 외우는 장면이었다. 그때 난 그 애를 부러워했었다. 그렇게 기억력이 좋으면 공부가 쉬울텐데,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절망에 빠지거나 시련에 빠지거나 할때 선배들이나 어른들한테 들은 말은 "걱정마, 다 잊혀져. 망각이 가장 큰 치료제야."였다.

시간이 약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하지만 이 진리?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을 사진처럼, 영화처럼 기억하는 남자. 자신이 유일하게 살아가는 이유인 아내와 딸을 잃고 그 끔찍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 남자.  

아마도 죽음만이 남자의 고통을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몇일만에 읽어버린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아쉬움의 깊은 한숨이 나왔다. 스피드한 전개와 흥미진진한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들. 어느 것 하나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오래도록 이 책을 기억할 것 같다. 작가도.


이문세의 '기억은 사랑보다 더 슬프다'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누군가와 가슴 아프게 헤어졌을때 연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장소의 기억때문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카페를 갔을때, 영화를 볼때, 밥을 먹을때. 사람은 상대방과 공유했던 기억에 힘들어하고 슬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은 사랑보다 더 슬픈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억으로 인한 슬픔과 절망. 많은 사람들은 망각이라는 치료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치료제가 없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면서 문득 '잘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정당성은 없지만 그래도 이해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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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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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역사소설에 빠진 적이 있었다. 객주에서 시작해서 태백산맥까지 이어지는 역사소설의 여정이었는데(그 당시 우리나라의 역사소설의 부흥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한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닌 거의 5권 이상에서 10권 정도되는 분량이었다.)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사실 고1때 객주를 읽을 당시-학교도서관에서 빌려읽었는데- 그 책은 세로글씨였다. 요새는 어떠한지 모르지만 참으로 돈이 없는 학교였던 것인지 아니면 책에 돈을 쓰고 싶지 않은것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몇 안되는 세로로 써진 책이었다- 사실 가로책도 나왔던 것 같은데 학교 도서관에는 들여놓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그 당시 용어들을 써서 책 뒤의 해설을 보면서 읽어야만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역사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사극 한편을 본 느낌이었다.

온갖 고난을 겪고 결국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주인공이 나오는 사극.


이 책은 드라마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도 충분히 흥미롭게 그려졌다. 추리소설과 스릴러소설, 특히 법의학에 관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띠지에서도 보여주듯이 세계 최초의 법의학서 세원집록을 쓴 송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송자의 인생이야기는 픽션이지만 소설 속 법의학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수사기법은 사실 현대와 비교한다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과학적이고 논리적임을 알 수 있다.


가독성도 좋고, 스릴과 반전(사실 이쪽 미스터리물을 많이 읽었다면 어느정도 눈치채겠지만, 뭐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미까지. 작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사실 송자시리즈를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뭐 그것도 작가 마음이고)

 

송자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았다.

"...아마도 죽는 방법은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확신하는 건, 사는 방법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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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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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와 인더풀의 코믹과 풍자의 날카로움도 없으며, 나오미와 가나코, 방해자와 같은 스피드한 전개의 반전도 없는 너무나 평범한 작은 마을의 이야기.

관광산업도 없는 작은 시골에 젊은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있고, 모두다 나이든 사람들만 있는 그런 농촌시골의 풍경이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 가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아이들은 줄고, 젊은이들은 3포도 아닌 4포시대에다가 노인빈곤율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실정의 우리나라는 더욱더 심각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각 나라의 정부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어떠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전통시장에 청년창업을 도모했지만 불경기와 인구감소로 인해 전통시장 또한 스러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점포를 내주었지만 몇달 버티다못해 거의 장사를 접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결국 탁상행정의 결과이다. 현실은 이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아직도 공무원들은 모르고 있는지.).

무코다 이발소가 있는 도미자와에 돌아온 무코다씨의 아들 가즈마사는 쇠락해진 마을을 활기차게 변화시키고 싶어한다. 과연 변화시킬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코다 이발소를 읽는 내내 어렸을 적 보았던 드라마 전원일기가 생각났다.

그 작은 마을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지 매주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무코다 이발소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작은 마을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지루해죽을 것이다. 물론 도시처럼 서로 익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는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져도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는 누군가 결혼하는 것도 누군가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사건이면 사건인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건들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친밀해지고, 활력을 찾기까지 한다는 말씀.

때론 웃으면서 때론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면서 이 책을 읽었다.

가볍지만 가볍게 읽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왜냐, 우리는 늙어가고 있으니까.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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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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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은 어느날 전남편에게서 소설을 하나 받는다. 무언지 모를 불안감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수잔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꾸만 책읽기를 미루다가 전남편의 아내가 전남편이 그녀를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책읽기를 시작한다.

그 책이 바로 토니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에드워드(수잔의 전남편이자 토니의 이야기를 창작한 작가)의 글쓰기와 수잔의 책읽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와 책읽기.

과연 둘 중의 무엇이 더 어려울까? 혹은 더 쉬울까?

뭐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가 어렵지 않겠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책읽기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책이 재미있고, 폭 빠져들만한 매력이 넘치는 글이어야하며, 흐름이 끊기지 않고 주욱~ 읽을 수 있는 환경과 여유, 그리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더더욱 힘들다.(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독자들을 이끌기도 하고,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책의 의도를 그냥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을 선택한다. 물론 때로는 평론가들이 작가들과 독자들 모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여튼 글쓰기가  작가의 온전한 몫이라면 책읽기 또한 독자의 온전한 몫이라 할 수 있다.


수잔은 책을 읽으면서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나 또한 불안감에 엄습해온다.

그 이유는 토니 때문이었다.

토니의 모습은 흔한 스릴러 소설의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때 드라마나 영화 속의 독립운동가들의 고문장면을 보면서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생각했었다. 만약 저 시대에 저 사람들처럼 자신이 고문을 당한다면 나는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고문이 아니라 작은 협박에도 바로 두 손을 들고는 항복을 선언할 것이다.(그렇기에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영웅들을 반기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해피엔딩까지.)


그런데 이 책 속의 액자소설인 토니의 이야기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배신하며(혼자 스스로 배신당했다는 생각), 작중 작가 에드워드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계속해서 토니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는 어느새 그의 이야기가 어쩌면 정말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수잔은 토니의 이야기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며 여러가지 궁금점이 남았다.

과연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토니의 이야기를 보냈는지?(나는 개인적으로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작중 토니는 복수를 한 것인가?(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수잔은 에드워드의 책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을까? 불안감을 해소했을까?(솔직히 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여튼 매력적인 소설 토니와 수잔은 올해 처음 읽은 스릴러 첫 책으로 손색이 없다. 또한 영화도 보았는데 원작에 충실했지만 다른 매력을 물씬 풍겼다.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수잔처럼 나 또한 며칠 동안 이 책의 분위기에 빠져있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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