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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평점 :
어렸을 적 어느 프로그램에서 천재 소년을 소개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기억력 천재였는데 수없이 적혀 있는 칠판을 몇십초동안 보고는 되돌아서서 그 모든 숫자를 외우는 장면이었다. 그때 난 그 애를 부러워했었다. 그렇게 기억력이 좋으면 공부가 쉬울텐데,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절망에 빠지거나 시련에 빠지거나 할때 선배들이나 어른들한테 들은 말은 "걱정마, 다 잊혀져. 망각이 가장 큰 치료제야."였다.
시간이 약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하지만 이 진리?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을 사진처럼, 영화처럼 기억하는 남자. 자신이 유일하게 살아가는 이유인 아내와 딸을 잃고 그 끔찍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 남자.
아마도 죽음만이 남자의 고통을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몇일만에 읽어버린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아쉬움의 깊은 한숨이 나왔다. 스피드한 전개와 흥미진진한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들. 어느 것 하나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오래도록 이 책을 기억할 것 같다. 작가도.
이문세의 '기억은 사랑보다 더 슬프다'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누군가와 가슴 아프게 헤어졌을때 연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장소의 기억때문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카페를 갔을때, 영화를 볼때, 밥을 먹을때. 사람은 상대방과 공유했던 기억에 힘들어하고 슬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은 사랑보다 더 슬픈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억으로 인한 슬픔과 절망. 많은 사람들은 망각이라는 치료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치료제가 없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면서 문득 '잘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정당성은 없지만 그래도 이해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