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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ㅣ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꽤 오래전에 모 방송국에서 5.18 광주이야기에 관한 드라마(제목이 낮에도 별은 뜬다였다-인터넷을 찾아보니)를 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주인공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잔인하고 악랄하게 고문을 하는 계엄군이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sorry"
만신창이가 된 주인공이 어리둥절하며 상대방을 바라보자 그가 웃으며 주인공을 때리며 다시 말했다.
"이 XX야, 내가 쏘리, 라고 말하면 너는 댓츠올라잇(That's all right) 해야지"
주인공은 못배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쏘리는 알아도 댓츠올라잇이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모진 고문을 피하기 위해 그가 '쏘리'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댓츠올라잇'을 외쳤다.(물론 풀려나서 그 뜻을 알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고문으로 인해 평생 장애인의 삶을 살고 인생 자체도 파괴되었다. 그러다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이 텔레비전에 성공한 삶을 산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것을 보고는 그의 집으로 향한다. 자신의 인생을 무고하게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삶은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해보였다. 결국 자신도 못알아보는 그의 몸을 칼로 찌르며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쏘리, 쏘리, 쏘리"
"내가 쏘리, 라고 말하면 당신은 댓츠올라잇, 해야지!"
이 책에서 조 올로클린(주인공인 심리학자)은 '양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누군가는 가지고 있지 않고, 누군가는 잃어버리는 혹은 잊어버린 '양심'.
그 '양심'이 없는 누군가가 십대 두 여자아이를 납치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후 여전히 이 아이들은 실종된 상태이다.
책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파이퍼(실종된 소녀 중 한명)의 이야기와 실종된 소녀들의 가족들, 그리고 조 올로클린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하루의 시간을 내서 읽고 싶었지만-그만큼 가독성이 좋다- 일하는 틈틈히 읽었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고 싶지 않을 정도였지만 잠을 이길 수는 없었다.ㅜㅜ)
개인적으로는 파이퍼의 이야기가 좋았다. 아마도 그녀의 글이 솔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은 좀 급하게 마무리짓지 않았나 싶다. 중간쯤에 '그'가 범인이 아닐까 추측했었지만 마지막에 가서 틀렸다. 하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부족했고, 범인에 관한 이야기도 마지막 몇페이지로 끝나서 '왜'라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매력적인(성적인 매력은 별로이다-왜 똑똑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은 항상 섹스어필하는 여성과 자야만 하는건가?! ㅡㅡ)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고, 읽은 후에도 행복했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읽고 난 후 이 작가 책은 꼭 소장하리라, 생각했다. 책꽂이에 얌전히 놓여있는 '내것이었던 소녀'를 내친김에 읽으리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조 올로클린'시리즈가 출간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못하는 세가지 말이 있다고 한다.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물론 요새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엔 요새도 같을 듯하다.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고도,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들은 모두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결국 남탓만 할뿐이지.)
왜일까?
이 세 단어에는 대상이 있고, 그 대상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만 제대로 전달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아무리 '미안해'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석고대죄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금방 눈치챈다.
물론 타고난 거짓말쟁이나 자신이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속아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 올로클린이 말한 '양심'이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 어떤 타인도 본인의 상처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슬픈지, 얼마나 절망스러운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본인도 마찬가지이다. 타인의 상처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그렇기에 '마음'이 있는 것이다.
만약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더라면, 만약 그 일이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일어났더라면... 그런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당신에게 '양심'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것을 잃어버리지도, 잊지도 말기를 나 자신에게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자면,
거기 벌거벗은 임금인 당신! 남이 하면 불륜이고 당신이 하면 로맨스라 믿는 당신이 아무리 '쏘리'라고 말한다고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소. 당신은 '양심'을 버린 껍데기이니까. '댓츠올라잇'은 꿈도 꾸지 마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