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조킹의 드로잉노트
민조킹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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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적부터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하긴 모든 아이들이 맨처음 집안에 굴러다니는 크레파스, 볼펜, 싸인펜, 심지어는 엄마의 립스틱까지 벽에다 바닥에다 뜻모를 그림을 그려놓지 않았던가.

음악과 미술은 아주아주 태고적부터 인류와 함께한 '락(즐거울 樂)'이 아니었을까.

즐거움과 더불어 음악과 미술은 인간에게 있어 '인간' 다음으로 가장 위로가 되는 존재가 아닐까?

그래서 마음이 아프거나 다친 이들을 위해 음악과 미술은 향유를 넘어 치료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여튼 이 책 민조킹의 드로잉노트는 귀엽고야하고 사랑스러운 그림그리기의 행복을 담고 있다.

프로처럼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큰 안도감을 느끼며 주눅들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야한 그림 자체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고 민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성인이라면 소설이나 야동? 심지어 영화에서 더 야함의 수위가 높으니 안심하도록.

 

처음 야한 그림을 본 것은 우연찮게도 고등학교때 미술잡지에서 특별 기획으로 김홍도의 춘화(섹스 행위를 노골적으로 그린 그림, 대표적으로 일본의 춘화가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를 소개하면서였다. 물론 비닐로 봉해있었는데 아는 분이 그 잡지를 사서 보게 되었는데 쇼크라기보단 오히려 김홍도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의외로 노골적이지 않고 김홍도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들어있어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민조킹의 드로잉노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쪼큼 야한 그림들은 나에겐 발칙하고 즐거운 이미지이지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민조킹만의 개성넘치는 그림에 푹 빠졌다.


예전에 자동차 디자인을 할때 여성의 몸매를 주로 생각해서(유명한 코카콜라병도 여성의 몸을 응용했다) 디자인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여성의 몸은 부드러운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마르고 뚱뚱하고 그런 것을 떠나서)

그래서인지 남성의 몸보다는 민조킹의 그림에서는 여성의 몸이 더욱 부드러운 선으로 되어 있다. ^^ 물론 작가 자신이 여성이어서 더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직장을 때려친 민조킹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봤을때 아름다운 그림보다는 자신만의 개성넘치는 그림을 그리라고, 또한 하루에 한장이라고 하더라도 꾸준히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 고등학교때 만화가가 꿈이었던 나는 그때 당시에는 빈종이가 보이면 무턱대고 무엇이든 그리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저 취미의 형태조차도 되지 못했지만 ^^;;; 취미로 하고 싶다.)

늦는 시기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아무 연필이나 펜을 잡고서 빈 종이에 아무거나 그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잘 안그려지고 삐뚤빼뚤하면 어떠랴. 그래도 안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


그래서 나도 한번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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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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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열흘, 열흘만 살아남으면 안전해. 살아남아. 네가 마지막 한 명이야."



 


열아홉 건설노동자 시게토 슈지

개성있는 미용사 아렌

왕따 형사 소마

소마의 오랜 친구 야리미즈

늙은여우 정치인 이소베와 뱀같은 비서 핫토리

의문의 남자 스키마스크

기업중진 나카사코

실종된 전 폐기물 수거 운반업자 마자키 쇼고

 그리고 사사키 구니오라는 남자와 사키코 모자(사키코와 쓰바사)

-쓰바사는 멜트페이스증후군을 앓고 있어 한쪽 얼굴이 없다. 멜트페이스증후군은 원인 불명의 고열이 나다가 안구를 포함한 안면 조직이 차례차례 괴사하는 무서운 병 괴사조직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얼굴에 심각한 손상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관상동맥 장애라는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는다는 사실도 밝혀져다. 환자는 관상동맥에 생긴 거대한 동맥류 때문에 평생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갓난아이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이 병은 신기하게도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한달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그 후로는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여러사건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균가습기 사건과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린 M패스트푸드의 덜익힌 쇠고기 패티사건. 하긴 세계의 곳곳에서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3월의 어느 따스한 벚꽃이 날리던 날 역 앞 분수대 앞에서 서로를 전혀 모르는 다섯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sf영화 속 다스베이더와 같은 복장을 한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평온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는 무차별 살상을 하기 시작했다. (사건이나 소설을 읽었을때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는 내가 무슨 사건에 휘발렸을때 내가 '왜' 죽어야하는지 알고서 죽고 싶다. 누군지도 모르고 얼굴을 못본채 죽고싶지는 않다. ㅜㅜ)

왜냐고, 묻기도 전에 모두들 순식간에 그의 칼에 스러져갔다.

단 한명을 빼고.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슈지는 의문의 무테안경의 남자로부터 '열흘만 살아남아'라는 말을 듣고는 웃어넘기려 했지만 다시 한번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 생기자 왕따형사 소마와 소마의 친구 야리미즈의 도움을 받아 몸을 숨긴다.


약쟁이(사건이 일어난 그날 바로 범인은 약의 과다복용으로 한 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다. 증거는 모두 그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의 묻지마 살인인 줄 알았는데 치밀한 계획으로 분수대 앞 다섯명을 죽이려고 했다면?


왜?


커다란 의문점은 조금씩 한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


사키코 모자가 방송에 모자이크처리없이 실명을 밝히고 나오면서 이 말도 안되는 모든 것들이 시작되는 나비의 날개짓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거대한 태풍을 만들기 위해 모두들 각자의 역할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주에는 반도체 공장들이 꽤 많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방진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 그 모습을 보았을때 나는 유해물질로 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인간으로부터 '물건'을 보호하기 위한 방진복이었음을 알고는 나는 충격을 받았다.

거대한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은 '물건'보다 못한 존재라는 사실에.

자본주의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기업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단지 주주와 건물 그 자체인가. 그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원들과 노동자들은 소외되어 있다. 가족같은 기업은 신기루같은 이야기이다. 대주주의 가족들 이야기일뿐이다.)을 위해서라면 몇명, 몇백명, 몇천명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 위에 군림한 법 따위야 그들에게는 그저 형식적인 테두리일 뿐이다. 그 안전장치로 권력을 가진 정치가들을 자신들의 사람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이제는 정치가들뿐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자들까지도 좌지우지하는 모양새다.

80년대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는 것을 보면 분노하다못해 자조스런 웃음마저 지어진다.

'돈'과 '권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이다.



오타아이의 '범죄자' 티저를 읽으면서 나는 결말을 기대하고 있다. (오랜만에 일본미스테리 작가 중 대형작가가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설랜다. 이분의 작품들이 모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계란에 바위치기라고 하고, 당신 같은 사람은 길가다가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을 거라고 한다.

물론 몇십년을 그런 환경에서 지내다보면 왜 나만 이래야하나, 왜 내가 송곳이 되어야 하나, 라고 생각할 것이다. 무기력해지고 그저 다른 이들처럼 순응하고 살아가는게 맘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았다.

계란들이 바위를 무너뜨리는 것을.

하나의 계란은 약하디 약해 그저 자신이 깨질 뿐이지만 수많은 계란들은 결국 바위에 흔적이라도 남기는 것을.


나는 그래서 수많은 불의에 항거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진실을 향해 가는 모든 이들에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슈지가, 야리미즈가, 소마가, 사키코 모자가 살아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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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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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듯이(마치 시간여행자들이 타고온 배가 바다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읽어내려갔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2063년 부산에서 곰탕(지금과 다른 쥐인지 소인지 돼지인지 정체모를 그 무언가로 만든, 소와 비슷한건 노린내밖에 없는)집을 하는 80대 사장의 부탁(2019년에 유명한 부산 곰탕집에서 곰탕비법을 알아가지고 오라는 부탁, 물론 많은 돈을 주면서)으로 이우환(고아로 자라 곰탕집에서 20여년을 주방장도 아닌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는 40대 아저씨)은 목숨을 건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시간여행이 가능하지만 목숨을 건 시간여행.

하긴 시간여행이 안전하고 쉬웠다면 이 세상에 역사라는 것이 유지되었을까? 수시로 바뀌었을 것이다. 아니 바뀌다못해 서로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종국에는 서로를 멸망의 길로 인도했을 것이다.

이우환을 비롯해 13명(언제나 정원은 13명이다)을 태운 시간여행배는 2019년으로 향한다. 눈을 뜨자 모두 도중에 죽고 살아남은 이는 이우환과 19살 김화영 뿐이었다.

'누군가를 죽이러 왔다'는 김화영과 곰탕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온 이우환.

그리고 곰탕집 주인과 주인장 아들내미 이순희, 순희 여친 유강희, 의문의 귀와 목뒤를 긁는 남자 박종대, 면허가 취소된 성형외과의사 도깨비, 왕따 형사 양창근, 무대포 형사 강도영.

이들이 펼치는 씨줄과 날줄의 향연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많은 sf소설과 영화에서 소재로 나오는 시간여행은 인류의 이루고 싶은 꿈일 것이다.

나 또한 매우 흥미로운 관심분야이기도 하다.

과학시간에 '광속'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부터 정말이지 머어언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매번 그 '시간여행'은 '과거의 역사'에서 턱, 막힌다.

과연 시간여행자는 과거를 바꿀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에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시간여행자는 '흔적'을 남긴다. 자신은 아무것도 바꾼게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 시간대에 존재하지 말아야할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바꾼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인간'이기에 아무것도 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후회의 동물이니까.

매번 아, 과거에 내가 이럴껄, 이렇게 할껄, 하면서 후회하는 족속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 끝도 없는 욕심은 어찌할건가 말이다.

여튼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그런 인간들로 인해 세상은 우울하다.



 



인생이 자신 혼자 망쳐지는 것이라면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텐데.

하지만 그 무엇도 혼자 태어날 수는 없고,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우환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아버지, 어머니 일지도 모르는 순희, 강희와 함께 뿅카를 타고 검은 밤바다 위에서 건물 사이로 걸려있는 달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밤하늘 위에 둥글게 떠 있는 달을 보면 언제나 먼저 드는 생각은 아, 여기는 지구라는 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끝없는 우주 속에서 점으로도 표시되지 않을 작은 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간들이 웃고, 울며, 살고, 죽는 그 별, 지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주 속에서 먼지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 존재하는 우리.

그래서 나는 이우환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예상되는 결말일지라도 그가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운명을 그 누구라도 부질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삶은 노을과 닮아 있다. 슬픔을 베어문.

그래서 시간여행을 온 김화영과 이우환의 모습과 삶은 슬프고 애달프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으며 잡초보다 못한 취급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추악한 인간들보다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마음'만은 결코 그 누구도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달릴수록 달릴 곳을 내주는 도시 2019년 부산이 그들의 자리를 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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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S. L. 그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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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와 스테프는 어린 딸과 케이프타운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다가 무장한 강도들로 인해 강도를 당했지만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후로 자신들의 집이 낯설고 작은 소리에도 움찔거리며 무서워했다. 평온하고 평범했던 자신의 집이 강도사건 이후로 언제라도 위험할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마크 친구의 권유로 온라인 숙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하여 서로의 집을 맞교환해서 파리로 여행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가본 파리의 집은 너무나 낡았고, 어두웠고, 이상한 여자만이 살고 있었다. 게다가 맞교환하기로 한 젊은 커플은 케이프타운으로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강도사건 이후로 점점 우울해졌던 남편 마크는 파리에서의 여행에서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스테프 또한 신경쇠약증에 걸릴 정도로 남편과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마크와 스테프.

하지만 여전히 집은 낯설고, 마크는 이상해졌다.


[우리가 그 아파트에서 뭔가를 가지고 돌아왔어]


집도 무섭고 남편 마크도 무서워지는 스테프. 과연 스테프는 파리 그 집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을까?

아니, 스테프가 가지고 왔을까. 아니면 마크?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과 파리가 배경인 이 책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 인간(마크)의 마음 속에 있는 어둠(죄책감)이 어떻게 자신의 가족을 파괴하고, 자신의 인생마저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조금씩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책은 마크와 스테프의 시선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더해주고, 상대방의 행동을 어떻게 다르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은 이런 의미로 이렇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다면 상대방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거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유명한 노래 김국환의 '타타타'처럼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라는 가사처럼 어쩌면 우리는 가까운 사이에서 흔히 하는 저 친구 내가 잘 알지?라는 자만을 한다. 이번 미투로 인해 나 또한 너무나 많은 인간들에게 실망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을까? 내가 보기엔 아주 가까운 가족조차도 그들을 모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그리고 인간은 가면을 참 잘 쓴다.)


마크와 스테프는 더 많은 대화를 했어야 했다.

마크는 자신의 어둠을 태양 아래에 드러냈어야 했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 사고였을뿐인데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 어둠을 만드는 것으로 결국 자신을 벌주었다.


책을 덮고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크와 스테프가 파리의 아파트에서 가지고 온 것은 아무 것도 없었는지도 모른다고.


덮고 끈적거리는 여름이 곧 닥쳐올 것이다. 공포를 즐기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물론 한국식 공포는 아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마크의 어둠이. (저자 S.L.그레이는 새러 로츠와 루이스 그린버그의 공동 필명으로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현실적인 공포스릴러소설을 쓴다고 한다. 이번 작품이 개인적으로 내 취향이어서 그들의 작품 '언더 그라운드'도 볼 생각이다. 폐쇄적인 초호화 벙커-상위 1%에게만 허락된 안식처라는데-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이라고 한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게 당신이어서 미안해요.] -p362


이 문구가 가장 공포스러웠다.

마치 행운의 편지처럼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로 그 무언가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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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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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이런 충격적인 문구가 너무나 선해보이는 초식동물 사슴의 모습을 한 세일즈맨이 문앞에 있는 표지에 떡하니 적혀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뒷표지에는 "함부로 현관문을 열지 마라, 그곳에 선한 얼굴의 악마가 서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적혀있어 왜 앞표지가 그러한지 이해를 했다.


선한 얼굴의 악마라. 이 세상엔 너무도 많지 않은가. (예전의 어느 책에서 사실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이코패스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본성을 너무도 잘 감추고 살기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궂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엔 비상식적인 사람이 너무도 넘쳐나서 내 짝꿍은 차라리 귀신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도 한다. 살아있는 인간이 더 무섭다고. ㅡㅡ;;;)


여튼 이 책은 표지문구에서 보이듯이 방문판매살해사건을 다룬다.

(이웃인 일본의 소설이지만 요새들어 일본의 범죄유형이 점차 우리나라의 범죄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사실 걱정이다. 하여간에 좋은 건 안배우고 나쁜 건 참으로 쉽고 빠르게 배운다. -일본 만화 '검은사기'가 있는데 참으로 대단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도 있지만 만화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 어쩌면 이렇듯 다양하고 촘촘하게 사기를 치시는지, 결국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기 또한 그들과 닮아있다. 법의 테두리는 쉽게 넘어가버리는 그들의 수법은 무섭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그래서 우리나라 또한 수많은 사기범들을 참으로 쉽게 법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족이 길었다.)



50대의 프리저널리스트이자 대학 시간강사인 다지마는 자신의 형이 고독사한데 이어 자신 또한 이혼남에다가 홀로 살고 있어 고독사할 가능성이 많아 몇달전 허름한 빌라에서 젊은 여성과 딸이 굶어죽은채 발견된 사건을 고독사라는 문제로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자신의 옆집에 살고 있던 자매가 고가의 정수기를 구입하라며 방문판매업자가 협박하고 있다며 다지마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일로 인해 미도리카와 형사의 요청으로 과거의 방문판매 살인사건으로 보이는 사건들을 조사하게 된다.

결국 이 방문판매살인사건들과 모녀 아사사건은 묘하게 이어져 있음을 다지마는 깨닫는데.


'크리피'의 저자 마에카와 유타카의 '한낮의 방문객'은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저널리스트인 다지마의 시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상당히 산만해보이지만(마치 신문의 여러 단신들을 읽듯이) 결국 모든 꼭지점을 선으로 그어 하나의 도형을 만든다.


물론 추리적인 요소로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범인을 알아차리기 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다.

결국 모든 사람들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 속에서도 선과 악이 공존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함부로 문을 열지 말기를. (뭔가 공짜로 해준다는 말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안믿지 않을까? 나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똑같은 것을 내놓지는 않더라도 그만큼의 대가는 있는 거니까.)

요새 자꾸 할렐루야분들이 문을 두들긴다. 무교지만 그들을 빨리 문밖으로 보내기 위해 절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한다. 솔직히 왜 내가 미안하고 거짓말을 해야하는가.

종교라는 것이 자신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종교가 되야할텐데 이거야 원. 올빼미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아침에 두들기는 현관문 소리에 흠칫흠칫 놀라며 안식을 방해받아 심히 불편하다 못해 끈질긴 그들이 공포스럽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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