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듯이(마치 시간여행자들이 타고온 배가 바다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읽어내려갔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2063년 부산에서 곰탕(지금과 다른 쥐인지 소인지 돼지인지 정체모를 그 무언가로 만든, 소와 비슷한건 노린내밖에 없는)집을 하는 80대 사장의 부탁(2019년에 유명한 부산 곰탕집에서 곰탕비법을 알아가지고 오라는 부탁, 물론 많은 돈을 주면서)으로 이우환(고아로 자라 곰탕집에서 20여년을 주방장도 아닌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는 40대 아저씨)은 목숨을 건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시간여행이 가능하지만 목숨을 건 시간여행.

하긴 시간여행이 안전하고 쉬웠다면 이 세상에 역사라는 것이 유지되었을까? 수시로 바뀌었을 것이다. 아니 바뀌다못해 서로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종국에는 서로를 멸망의 길로 인도했을 것이다.

이우환을 비롯해 13명(언제나 정원은 13명이다)을 태운 시간여행배는 2019년으로 향한다. 눈을 뜨자 모두 도중에 죽고 살아남은 이는 이우환과 19살 김화영 뿐이었다.

'누군가를 죽이러 왔다'는 김화영과 곰탕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온 이우환.

그리고 곰탕집 주인과 주인장 아들내미 이순희, 순희 여친 유강희, 의문의 귀와 목뒤를 긁는 남자 박종대, 면허가 취소된 성형외과의사 도깨비, 왕따 형사 양창근, 무대포 형사 강도영.

이들이 펼치는 씨줄과 날줄의 향연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많은 sf소설과 영화에서 소재로 나오는 시간여행은 인류의 이루고 싶은 꿈일 것이다.

나 또한 매우 흥미로운 관심분야이기도 하다.

과학시간에 '광속'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부터 정말이지 머어언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매번 그 '시간여행'은 '과거의 역사'에서 턱, 막힌다.

과연 시간여행자는 과거를 바꿀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에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시간여행자는 '흔적'을 남긴다. 자신은 아무것도 바꾼게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 시간대에 존재하지 말아야할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바꾼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인간'이기에 아무것도 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후회의 동물이니까.

매번 아, 과거에 내가 이럴껄, 이렇게 할껄, 하면서 후회하는 족속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 끝도 없는 욕심은 어찌할건가 말이다.

여튼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그런 인간들로 인해 세상은 우울하다.



 



인생이 자신 혼자 망쳐지는 것이라면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텐데.

하지만 그 무엇도 혼자 태어날 수는 없고,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우환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아버지, 어머니 일지도 모르는 순희, 강희와 함께 뿅카를 타고 검은 밤바다 위에서 건물 사이로 걸려있는 달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밤하늘 위에 둥글게 떠 있는 달을 보면 언제나 먼저 드는 생각은 아, 여기는 지구라는 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끝없는 우주 속에서 점으로도 표시되지 않을 작은 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간들이 웃고, 울며, 살고, 죽는 그 별, 지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주 속에서 먼지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 존재하는 우리.

그래서 나는 이우환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예상되는 결말일지라도 그가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운명을 그 누구라도 부질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삶은 노을과 닮아 있다. 슬픔을 베어문.

그래서 시간여행을 온 김화영과 이우환의 모습과 삶은 슬프고 애달프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으며 잡초보다 못한 취급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추악한 인간들보다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마음'만은 결코 그 누구도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달릴수록 달릴 곳을 내주는 도시 2019년 부산이 그들의 자리를 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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