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홍콩 - 우리가 '홍콩'이라 불렀던 것들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아시아 총서 46
류영하 지음 / 산지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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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두엽이 발달한 사람인가, 측두엽이 발달한 사람인가? 아니면 당신은 명분을 중요시하는 사람인가,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홍콩과 중국문제에 나는 홍콩의 우산혁명을 지지해왔다. 그것은 홍콩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더 나아가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진지함보단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홍콩영화와 음악이 하루아침에 과거의 뒤편으로 사라질뿐만 아니라 다른 색으로 입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아쉬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일국양제에 대한 약조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중국을 원망하는 마음 또한 컸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마음과 판단은 아주 얄팍하고 협소한 소견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홍콩이 단순히 영화와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도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중매체에서 보여지는 그 화려함에 눈이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홍콩속에서 살고 있고, 살아갈 사람들의 마음과 선택이 아닐까.


이 책은 앞선 나의 협소하고 얄팍한 홍콩, 중국문제에 대한 식견을 많이 넓혀주었다. 두뇌과학이나 사회심리학을 곁들여서 홍콩 중국문제에 대해 쓰여진 이 책은 저자의 홍콩산책보다 더 심도있게 쓰여진 책으로 1997년 주권반환 이전, 이후의 홍콩과 중국의 양측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정치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이쪽이 옳고, 저쪽이 그르다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역사속에서 반성과 배움을 얻는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모습을 보면 한쪽의 일방적인 시스템이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반성은 우리나라와 북한의 모습에도 해당된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과 홍콩문제를 폭넓은 이해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기사, 교과서, 박물관의 스토리텔링들의 의미를 곱씹어보자고, 우리는 시시각각 깨어있어야 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바라보게 될 홍콩이 낯섬과 아쉬움이 가득한 모습이 아니라 새롭지만 낯익은 그 홍콩이기를. 홍콩을 그 속에 살아가고, 살아갈 사람들이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맨 처음 질문의 답을 한다면 나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중요하다. 실리가 없는 명분도, 명분이 없는 실리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홍콩이 아니라 그 속의 사람들이 오래도록 살아갈 곳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천하흥망은, 필부유책이다. 란 말이 나온다. 세상이 흥하고 망하는 것은 한 사람, 한사람 모두의 책임이라고........우린 더 현명해지고, 더 나은 선택을 해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아야하지 않을까? 홍콩 중국문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국의 상황과 대입해서 읽는다면 다양한 시각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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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산책
류영하 지음 / 이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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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만 보지 말고, 양쪽을 보고, 전체까지 보라 ' - 자크 엘륄


중국학도로써 수학한지, 어언 20여년 지났지만, 항상 간체자와 중국대륙에 관심이 있었지, 대만에 대해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1992년 한중수교이후 대만과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아, 최근에는 거의 메이드 인 타이완 물건을 보기도 쉽질 않아서 더더욱 대만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도, 가고 싶은 곳도, 공부해야 할 곳도 아니었다.  


이 책 대만산책을 읽기전에는 나에게 있어서 대만은 관광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대만이 얼마나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깊고, 풍부한지 알게 되었다. 사실 무인도가 아닌한 그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다면 어찌 그저그런 관광지이기만 하겠는가?  그래서 이제는 나에게 있어서 대만은 가보고 싶고, 죽기전에 꼭 한번 가야만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 책의 저자는  대만의 특징을 포용과 절도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 안내서가 단순하게 볼것, 먹을것만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이 책의 저자는 독자에게  쉽게 대만에 대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를 권하고 있다. 대만의 식민역사,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같이 고민해보고,  대만인들의 사고, 음식, 문화 등을 인문학적으로 쉽게 풀어내었다. 여행인문학책으로 손색이 없다.  이 책의 목록은  먹기, 걷기, 보기,  알기 등으로 이루어져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와 함께 먹고, 걷고, 보고, 알아가는 산책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대만이라니! 1%의 무매력이 이 책으로 인해 99%의 매력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대만을 여행하면서 대만인들의 따뜻한 표정과 섬세한 배려, 그들의 절도를 느껴보고 싶다!


덧붙여 이야기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인종간, 세대간 성별간 등 혐오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물론 포용이 가득한 대만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혐오의 시대에 대만의 포용과 절도를 배워야하지 않을까한다. 함께 살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굴이 희던, 누렇던, 까맣던 언어가 영어든, 한국어든, 중국어든, 대만어든, 아프리카어든 또한 남자던 여자던 늙던, 젊던, 어리던 간에 우리가 '인간'이라는 커다란 공통점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잖은가! 그 모두 속에 뜨거운 붉은 피가 흐르는 '인간'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 싸울일도 혐오할 일도 없지 않을까?


이토록 매력적인 대만! 여행하고 싶다면, 가지고 다니기 좋은 크기의 대만산책!! 꼬옥 꼬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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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캐릭터 그리기 - 다양한 연애장면 표현법
하야시 히카루 지음, 김재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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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캐릭터도 멋지지만, 두근두근 둘만의 캐미가 돋보이는 두 사람의 밀착포즈도 멋지다.

하야시 히카루의 '밀착 캐릭터 그리기'는 다양한 둘(남녀, 남남, 여여, 동물과 사람 등)의 밀착포즈를 그릴때 필요한 방법과 팁을 알려준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장에서는 기본밀착표현으로 기본적으로 한사람을 그리는 법부터 두 사람을 그리는 과정과 포인트, 음영효과도 알려준다. 제2장에서는 소프트한 밀착 표현으로 친밀, 우정, 연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두 사람의 다양한 포즈를 표현하도록 한다. 제3장에서는 더욱 친밀한 밀착표현으로 허그와 키스, 그리고 로맨스에서 빠질 수 없는 공주님 안기의 포즈를 표현한다. 물론 키스장면의 작화와 함께 잠드는 모습까지 로맨스에서 꼭 들어가야할 포즈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제4장에서는 프로만화가들의 작화테크닉을 엳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어느 정도 캐릭터 그림을 기본적으로 그릴 줄 알면 더욱 좋은 캐릭터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열심히 따라서 그린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밀착 포즈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어떤 사람이 캐릭터의 얼굴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얼굴만 연습한 나머지 캐릭터의 다른 부분은 그리지 않았다. 캐릭터의 완성은 얼굴만이 아니라 포즈에서 완성된다. 아무리 멋진 얼굴을 가진 캐릭터라도 말이다.

수없이 다양한 포즈의 드로잉을 연습한다면 완성높은 캐릭터의 포즈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손동작과 허그장면이었다.

손동작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 예를 들어 깍지를 낀 모습, 상대방과 손을 잡는 경우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얼굴의 표정만큼 손동작도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식으로 손을 잡는 모습을 그릴까, 라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또한 허그장면을 그릴때 한 캐릭터가 나무를 끌어안고 있는 상상을 하면서 그린다는 설정이었다. 자신의 품안에 들어오거나 조금 커다란 나무를 껴안고 있다고 설정을 한 다음 한 캐릭터를 그린 다음에 그 나무에 상대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두 캐릭터를 그리는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한 방법인 듯하다. 역시나 수많은 연습이 필수이다.


이 책의 그림체가 조금 예전의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예전이나 현재나 포즈들이 다른 것이 아니기에 밀착캐릭터 포즈를 연습하기에는 좋은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정과 로맨스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이 책을 참조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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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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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이 자기생존본능이 있다고 하지만, 인간만큼 자기생존본능이 강한 생물이 있을까싶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극박한 위험에 처하면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본 인격이 아닌 다른 인격(그것 또한 자신의 인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라고 지칭하고 인식하는)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인간이 인격이 분리될 정도의 충격적인 일을 겪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짐작만 하는 것과 실제 겪는 것은 엄청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여튼 종종 범죄자들 중에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다중인격을 주장하는 것과 소설과 영화 속에서 나오는 다중인격의 캐릭터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인격을 만들어 그 모든 충격과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다른 인격은 무슨 죄인가? 그래서인지 다른 인격은 유독 반항적이고 제멋대로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인격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이며 제멋대로인 것은 그 모든 잘못과 피해를 다른 인격에게 떠넘겨버리는 본 인격이 아닐까.

사족은 접어두고라도 다른 인격을 만들어낼 만큼 고통스러운 일을 겪게 된 사람 또한 자신이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결국 모두 피해자인 것이다.

하승민 작가의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이 바로 이중인격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또한 자신이 온전히 사랑했던 어머니가 바로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염지아는 그 후 다른 인격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른다. '혜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염지아의 다른 인격은 소심하고 무기력한 염지아와는 달리 자유분망하고 거침이 없다. 염지아는 위급하고 힘들때 자신의 인격이 사라지고 '혜수'가 등장할 때마다 그녀가 해놓은 모든 난장판을 고스란히 감당해야했고,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혜수'로 인해 항상 불안했다. 게다가 유일한 가족 아버지마저 인격이 바뀌는 염지아의 정신병을 고친다는 명목으로 학대하기 일쑤였다. 그런 힘든 현실 속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염지아는 어떤 계기로 인해 실종(염지아라는 인격의 실종)이 되어 정신이 들었을 때 묵진의 조대산에서 한 여성의 시체를 묻고 있었다. 그것도 1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과연 19년 동안 염지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묵진에서 '윤혜수'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19년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리고 시체는?

혜수는 지아에게 항상 말했다. '복수'라고. 어머니가 죽은 것은 지아 네 탓이라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복수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지아 앞에 있는 시체는 혜수가 선사하는 '복수'의 끝일까?

지아는 자신을 19년 동안 기다려준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지만 다시 묵진으로 돌아간다. 자신에게 사라진 19년의 시간을 복원하기 위해.

과연 지아는 자신의 19년을 찾을 수 있을까?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장르소설의 가장 큰 소재인 '복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되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을 장르소설로만 분류해야만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야기의 흐름이나 문체의 모습에서 장르소설로만 묶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공들여 쓴 느낌이 만연한 것은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충분히 문학작품의 큰 범주로 놓아도 될 정도로 결코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불편했다. 이유는 너무도 현실적인 캐릭터들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장르소설, 특히 형사물이나 탐정물, 추리물에서는 영웅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니 영웅은 아니더라도 타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결백을 위해서 몸바쳐 뛰어드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1도 없다. 그저 너무도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난무할 뿐.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서라면 약한 존재는 그저 짓밟고, 뭉개고, 가차없이 버리고 마는 욕심의 인간들. 그 모습은 우리네 현실 속 날것 그대로의 인간을 보여주기에 불편한 것을 넘어 절망스러웠다. 우리는 그 무엇에도 기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며 작지 않은 욕심을 내본다.

지아가 살아가기를. 그 어떤 모습으로도.

거울밖 나와 거울 속 나는 결코 손잡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모습이 '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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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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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이라고 쓰고, 어쩔 수 없는 '바보들'이라고 읽는다.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이 꼬옥 안아주고 싶은 작가를 안 것은 '오베라는 남자' 덕분이었다. '베어타운'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 작가에게 반했는데, 3년 만에 낸 이 신작 '불안한 사람들'로 나를 노예로 만들다니, 대단하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작가는 서두에 이 책은 은행강도와 인질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보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정말 이 책은 어쩔 수 없는 '바보들'에 관한 이야기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금이 없는 은행에 가서 권총을 들이대며 6천5백크로나를 요구하는 은행강도(6천5백크로나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원하면 87만원 정도)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급히 옆맨션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옆맨션은 비어있지 않고 오픈하우스로 집을 보러온 사람들(사라, 로게르, 안나레나, 율리아, 로, 에스텔, 토끼, 부동산중개인)이 있었다. 얼떨결에 은행강도는 그들을 인질로(혹은 인질이 은행강도일지도) 삼게 되는 이야기이다.

매번 다른 나라의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사는 이야기는 닮은 구석이 있다라는 것이다. 마치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멀리 떠나 다른 곳에 가더라도 이상하게도 산과 들, 강, 그리고 빌딩들, 주택들, 아파트들, 가게들, 그리고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낯익은 그 무엇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삶을 사는 것은, 살아내는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닮아 있구나 싶다. 그래서 인질들-서로 너무나 취향과 개성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결국 서로의 눈빛을 보고 서로의 손을 잡는 이유는 바로 결국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물웅덩이 위에 덮인 얇은 얼음처럼 갈라졌다. 청ㅁ에는 군가에 실금같은 주름 몇개가 잡히더니 갑자기 온 얼굴로 번졌다. 윗도리 옷깃이 까매졌다. 그녀는 그날 밤에 로에게 들은 이야기, 끔찍한 인간들이 서로에게 저지를 수 있는 이해할 수 없을만큼 잔인한 짓과 전쟁이라는 미친 짓에 대해 생각했다. 그 모든 일에도 로가 남을 웃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생각했다 산을 넘어 도망치는 동안 그녀의 부모님이 유머야말로 영혼의 최후 방어선이라고, 웃는 한 살아있는 거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그들은 어이없는 말장난과 방귀 얘기를 통해 절망에 반항했다. 로는 그 첫날밤에 율리아에게 이 모든 얘기를 들려주었고 이후에 율리아는 이 세상이 모든 일상을 그녀와 함께 보내게 됐다. ] -p376

내가 프래드릭 배크만의 글이 좋은 이유는 그의 글은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때때로 자주 날 울리지만 말이다. 항상 울다가 웃어서 거시기에 뭐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 자신이 살아내려고 하는 '삶', '사랑'이 힘들다면 이 책을 꼬옥 권하고 싶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이 컴컴하고 무섭고, 두렵고, 외로운 세상에서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거기 조용히 울고 있는 당신, 당신은 결코 '삶'에서 진 것이 아님을, 당신 혼자만이 무섭고, 두렵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싶다. 우리 모두는 결국 어쩔 수 없는 '바보'이자 '사람'이 아니겠는가.

오랫동안 사라의 핸드백 속안에 있던 편지에 적혀 있던 네 단어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바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 ] -과연 그 편지에는 무어라고 적혀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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