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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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이라고 쓰고, 어쩔 수 없는 '바보들'이라고 읽는다.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이 꼬옥 안아주고 싶은 작가를 안 것은 '오베라는 남자' 덕분이었다. '베어타운'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 작가에게 반했는데, 3년 만에 낸 이 신작 '불안한 사람들'로 나를 노예로 만들다니, 대단하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작가는 서두에 이 책은 은행강도와 인질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보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정말 이 책은 어쩔 수 없는 '바보들'에 관한 이야기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금이 없는 은행에 가서 권총을 들이대며 6천5백크로나를 요구하는 은행강도(6천5백크로나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원하면 87만원 정도)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급히 옆맨션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옆맨션은 비어있지 않고 오픈하우스로 집을 보러온 사람들(사라, 로게르, 안나레나, 율리아, 로, 에스텔, 토끼, 부동산중개인)이 있었다. 얼떨결에 은행강도는 그들을 인질로(혹은 인질이 은행강도일지도) 삼게 되는 이야기이다.

매번 다른 나라의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사는 이야기는 닮은 구석이 있다라는 것이다. 마치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멀리 떠나 다른 곳에 가더라도 이상하게도 산과 들, 강, 그리고 빌딩들, 주택들, 아파트들, 가게들, 그리고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낯익은 그 무엇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 삶을 사는 것은, 살아내는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닮아 있구나 싶다. 그래서 인질들-서로 너무나 취향과 개성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결국 서로의 눈빛을 보고 서로의 손을 잡는 이유는 바로 결국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물웅덩이 위에 덮인 얇은 얼음처럼 갈라졌다. 청ㅁ에는 군가에 실금같은 주름 몇개가 잡히더니 갑자기 온 얼굴로 번졌다. 윗도리 옷깃이 까매졌다. 그녀는 그날 밤에 로에게 들은 이야기, 끔찍한 인간들이 서로에게 저지를 수 있는 이해할 수 없을만큼 잔인한 짓과 전쟁이라는 미친 짓에 대해 생각했다. 그 모든 일에도 로가 남을 웃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생각했다 산을 넘어 도망치는 동안 그녀의 부모님이 유머야말로 영혼의 최후 방어선이라고, 웃는 한 살아있는 거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그들은 어이없는 말장난과 방귀 얘기를 통해 절망에 반항했다. 로는 그 첫날밤에 율리아에게 이 모든 얘기를 들려주었고 이후에 율리아는 이 세상이 모든 일상을 그녀와 함께 보내게 됐다. ] -p376

내가 프래드릭 배크만의 글이 좋은 이유는 그의 글은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때때로 자주 날 울리지만 말이다. 항상 울다가 웃어서 거시기에 뭐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 자신이 살아내려고 하는 '삶', '사랑'이 힘들다면 이 책을 꼬옥 권하고 싶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이 컴컴하고 무섭고, 두렵고, 외로운 세상에서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거기 조용히 울고 있는 당신, 당신은 결코 '삶'에서 진 것이 아님을, 당신 혼자만이 무섭고, 두렵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싶다. 우리 모두는 결국 어쩔 수 없는 '바보'이자 '사람'이 아니겠는가.

오랫동안 사라의 핸드백 속안에 있던 편지에 적혀 있던 네 단어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바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 ] -과연 그 편지에는 무어라고 적혀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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