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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알콩달콩한 가정을 이루려고…
하였으나 이혼했습니다.
— 책을 읽고나니 문득 결혼은 모두의 축복 속에서, 하지만 누군가의 이혼은 유난히도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는 사람은 드물다. 묻지도 않는데 굳이 나서서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게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지만, 결혼만큼 축하는 받지 못할지라도 이혼을 바라보는 어딘가 걱정스러운 눈빛 정도는 이제는 넣어둬도 좋을 것 같았다. 두 사람만의 지난했던 역사를 단지 ‘왜’라는 질문으로 파헤쳐 이야기거리로 만들기 보다는 그 둘의 서사를 견디고 마침표를 찍어낸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싶어졌다.
그래서, 너는 지금 어때?
그는,
“ 늘 그런 식이었다. 그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순간에만 웃는 사람이었다. 버려지는 순간에만 애틋해지는 사람. 위기의 순간에만 다정한 목소리로 다가오는 사람. 그래서 나를 언제나 안타깝고 외롭게 할 사람. 우리의 기승전결은 그렇게 마무리됐었다. ” | p131
그녀는,
“ 나는 연금술사였다. 사랑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성실' '가화만사성' 건강하게 살자' 이런 지키기 힘든 문장들을 집 안 벽에 가훈으로 주렁주렁 달아놓고 사는 사람들처럼. 지키려고 애를 쓰면 이뤄진다고 믿었다. ” | p134
“ 나는 이혼을 겪으면서 내 양심에는 더 엄격해지고, 타인의 기준에 대해서는 덜 예민해지기로 했다. ” | p7
저자는 서른넷의 나이에 이혼을 하게 되면서 그와 보낸 7년여 세월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해나갔다. 그에게 이혼을 ’청하고’, 법적으로,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한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감정과 이성은 끊임없이 서로 싸우고 할퀴며 그녀를 뒤흔들었다. 그 모든 시간을 스스로 겪어낸 사람이기에 그녀의 인생이 B.C.(Before Crisis, 이혼전)와 A.D. (After Divorce, 이혼후)로 나뉜다는 설정은 지극히 당연해 보였다.
어느 남자와 여자의 흔한 사랑 이야기처럼 이 이혼 이야기도 분명 한 사람의 내밀한 고군분투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혼은 누군가의 고민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눈물일수도,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게 흔하다. 흔하지만 결코 눈에 띄지 않는다. 누구도 선뜻 나서서 꺼내지 않는 조심스런 이야기가 이렇게 예쁜 책에 담겨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잃고 사라져가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어 모든 아픔을 그저 껴안으려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이 잠시라도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되어줄 수 있기를.
/ “ 6주만에 카카오 브런치 누적 조회수 100만뷰 ”
/ 밥공기만 한 눈물과 뚜껑 열릴 정도의 분노를 거쳐
/ 나만의 관계학 이론을 세우기까지
/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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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21세기북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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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분을 울다 보면 다시 이성을 찾는다. 가장 불쌍히 여겨야 할 건 내 자신이라는 생각에. 나를 가장 잘 지켜줄 사람은 나라는 생각에.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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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편이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온 우주에서 나 빼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렇게 혼자가 된다. 나는 그렇게 물러터진 두부가 되어 깜깜한 방을 한없이 부유한다. 잠들 새가 없이 수많은 생각들이 번호표를 뽑고 나타나 착석한다.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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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는 인생에서 나만 점수가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 이혼을 하고 돌싱이라는 벼슬이 생기고 나니 어쩐지 남이 낸 파울에 나만 경고를 먹은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나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집중해 보려고 한다. 하프타임이라고 생각 하자. 이혼은 패널티가 아니고 나는 루저가 아니다. |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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