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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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생각해”
다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뿐.
숲으로 둘러싸인 두 마을은 서로 워낙 붙어 있고 외부 세상과는 다른 나라로 느껴질 만큼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 미래의 어느 날, 마야는 이렇게나 황야와 가까운 곳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기 안의 황야에 더욱 쉽게 닿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그렇듯 과대포장인 동시에 과소평가일지도 모른다고 노래할 것이다. | p15


+ 이 마을은 무언가가 심상치 않다.
공동체.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단단히 묶인 공동체이다.
그러나 그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하여
작가는 이렇게 덧붙인다.


| 거친 숲으로 둘러싸인 공동체에서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실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갈고리로도 연결되어 있기에 누군가가 몸을 너무 빨리 돌리면 다른 누군가는 셔츠만 잃어버리는 게 아니다. 모두의 심장이 뜯겨져 나올수도 있다. | p39


+ 공동체의 뜻을 헤치는 행위나 인물은 살아남을 수 없다.
서서히 구석으로 몰리고 아무 소리도 낼 수 없게 된다.
2년 전, 성폭행 사건으로 온 마을이 시끄러워지자
사건의 당사자였던 마야는 더이상 마을에 머물 수 없어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도시의 음대에 입학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하지만 마을은 그녀가 떠나는 것에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이제 뜨거운 감자같던 골칫거리가 사라졌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
정작 마야의 상처와 치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아무도 그녀에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녀는 아직도 그날의 공포가 엄습해오면
마을에 사는 엄마에게 전화해 데리러 오라고
하고 싶어지는 내면의 어린 아이가 있다.
그러나 ‘어른답게 행동해야’ 하므로
그 모든 감정을 가두어놓을 뿐이다.
-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글의 곳곳에서 아직도 그녀가
자주 공포에 휩싸이고 그럴때마다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음이 비춰진다. 그저 마을을 떠나고
눈 앞에서 사라졌다고 그 일이 없어지는 것처럼..
한 사람의 상처는 시시하게 덮어버리는…
공동체라고 하기엔 너무 차가운 이면이 글의 전반에 비춰진다.


| 그렇게 결정이 된다. 서로를 증오하는 두 마을 사이에 놓인 그 머나먼 숲속에서, 모두에게 최악으로 기억될 폭풍이 불던 날 밤에 태어난 사내아이의 이름. 사냥꾼의 딸이 구한 바람의 아이. 만약 그 아이가 하키를 시작한다면 아주, 아주 훌륭한 동화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동화가 필요할 것이다. 동화가 있어야 장례식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 p89


+ 상처받고 내몰리면서도 모두에게
가장 따뜻했던 존재는 바로 ‘집’, 그리고 ‘가족’.
그 집을 위험에 빠트릴 폭풍이지만,
어쩌면 이 곳에는 폭풍이 필요했다.
모든 것을 쓸어내고 다시 세울 용기를 주는 폭풍.
때마침 불어온 폭풍속의 그날 밤은 이 이야기의
여러 인물들을 동일하게 비추며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춰낸다.
공동체에 뭍혀 사실은 꺼내어지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작가의 세심한 시선으로 엮어낸다.
-
전작에 대한 선행이 없어도 이 글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작가의 이런 세심한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하나같이 복잡한 내면을 담고 있어서 다소 혼란스러웠을만큼,
작가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각각의 인물의 서사를 담아낸다.
나중에 그 모든 서사가 어떤 방향으로 뻣어나갈지,
아직 2권을 읽어보지 않아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 이제 막 사건의 한 중간으로 걸어들어온 느낌이다.
어느 하나 놓칠세라 간신히 끝을 붙잡고 있다가
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봐야겠다.
이 온당한 폭풍의 밤이 지나고,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맺음이 될지…


❄️ #베어타운
❄️ #우리와당신들
❄️ 3부작의 마지막편, <위너 1, 2>

+ #오베라는남자 와는 사뭇 다른
프레드릭 배크만의 때로운 어둡고 강렬한 이야기.
그의 독자라면 누구나 ‘인간 감정의 마스터’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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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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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인간으로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철학으로 완성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철학자로 살고 싶었던 바람과 달리
황제로 살아야 했던 그의 현실은
오늘날의 우리가 날마다 일에 치이면서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갈구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기시미 이치로는 말한다,
| 힘든 일, 원치 않은 일을 해도 마음속에 기댈 곳이 있으면 그곳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안식처가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다면, 힘들게만 보이는 하루하루를 살아도 그 인생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겠지요. | p 40

-
마음속에 기댈 곳, 그것이 바로 철학이었고
그가 남긴 기록의 조각들은 긴 세월 속에서도
살아남아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으로 남아있다.
그가 남긴 언어가 이토록 시간을 거슬러
우리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은 것은
그도 ‘인간’이었고 인간으로서의 고뇌에
우리가 감응했기 때문이리라.

-
모든 것이 덧없고 그 본질이 변하는 것 같아도,
시간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듯이,
변화라는 것도 내가 멈춰있지 않고
스스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삶의 방향이다.
그 변화란, 내가 현실에 안주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
‘지금 당장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사람처럼’
사는 것의 주된 목적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 인생에 적극적으로
사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과거에서도 미래에서도 행복해질 수 없고
또 지금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을,
지금밖에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잊지말아야 한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을
직접 읽기 전에 사전 지식을 얻는 목적으로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가 삶에서 어떻게 철학을 대했는지,
황제로서의 삶, 지리적 여건, 간략한 연보,
기시미 이치로가 뽑은 명상록의 명언까지
아우렐리우스와 기시미 이치로
이 두 사람의 철학이 어떻게 화합을 이루는지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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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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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읽기전에 워밍업하기 좋음. 아우렐리우스와 기시미 이치로 두 사람의 사유를 책 한권에서 읽게되는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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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다가가기 - 우정과 상실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
후아 쉬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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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여러 가지 불완전함과 불안정함을 인정했다. ‘네가 나를 볼 수만 있다면’ (본문에서)

/ 후아 쉬와 켄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며 시시콜콜한 ‘쿨’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의 그들의 삶에서 쿨하다는 것은 곧 존재 그 자체였고, 그 풋내나는 젊음과 냉소가 비슷한듯 달랐던 서로를 끌어당겼다.
-
어느 날, 켄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
때마침 경찰은 켄으로 보이는 신원미상의 남자에 대해 묻고다녔고 그때 그는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 내가 그날 파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의문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았다. 내가 그렇게 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이 모든 일이 어차피 일어날 운명이었을까? | 224


/ 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
작가는 그의 삶에 의미를 주었던 일들을 찾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애썼다. 교사일을 하며 방황하는 아이들을 지켰고, 한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음악도 이제는 승리와 슬픔이 담긴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위로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
그럼에도 켄이 여전히 친구인 것 같았다.
매일 밤 켄에게 편지를 쓰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전했고, 이 모든 일의 바탕이 된 ‘악’의 근원 자체를 이해해 보려고도 했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켄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그들에게는 어떤 자비도 양심의 가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 나는 켄이 범죄의 표적이 된 이유가 아시아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나 범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긴 마찬가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누군가 켄의 죽음을 더 큰 맥락으로 끼워 넣으려고 하면 특히나 속이 상했다. 어떤 더 큰 명분에 켄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 222


/ 그리움이 커질수록
후아쉬는 더 많이 기록하려고 애썼다. 그와의 사소한 일들까지 모조리 일기장에 써내려가고 글자의 의미마다 켄을 담아냈다. 그의 일기장 속 종이 위에서만 살아있는 켄의 이야기는 과연 그 끝이 어디일까. 세상의 모든 종이를 채울법한 이 그리움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 ‘겁이 나.’ 켄에게 글을 썼다. 더 이상 직선형 전개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단어와 줄이 쌓이고 쌓여 단락이 페이지가 되는 지면에서만 전개가 느껴진다고. 이러다간 언젠가 디스크 공간이 부족해질 것 같다고. | 235


/ 삶에서 소중한 존재가 사라져버리는
예기치 못한 상실은 한 인간으로 하여금 끝없이 그의 내면으로 파고들게 만들었다. 후아 쉬가 써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켄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 사람과 한 세대의 성장, 이 사회의 성장이 모두 담겨있다. 너무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그에게 영혼의 끌림을 남긴 켄은 후아 쉬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는 것 같다.
-
존재의 기쁨과 상실,
이 모든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일
사람의 일.
살아가는 일.
살아가는 이유를 잊지 않는 일.
상실에 맞서는 남겨진 이들의 일.

#진실에다가가기
#후아쉬
#알에이치코리아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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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다가가기 - 우정과 상실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
후아 쉬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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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나는 쿨함이 진동했던 두 청년의 우정.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상실을 딛고 일어선 방법은 끊임없이 써내려간 켄을 향한 그리움과 그로 인한 후아 쉬의 성장이었다. 삶은 계속되었다. 진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모든 바탕에는 그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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