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여러 가지 불완전함과 불안정함을 인정했다. ‘네가 나를 볼 수만 있다면’ (본문에서)/ 후아 쉬와 켄이제 막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며 시시콜콜한 ‘쿨’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의 그들의 삶에서 쿨하다는 것은 곧 존재 그 자체였고, 그 풋내나는 젊음과 냉소가 비슷한듯 달랐던 서로를 끌어당겼다.-어느 날, 켄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 때마침 경찰은 켄으로 보이는 신원미상의 남자에 대해 묻고다녔고 그때 그는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내가 그날 파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의문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았다. 내가 그렇게 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이 모든 일이 어차피 일어날 운명이었을까? | 224/ 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 작가는 그의 삶에 의미를 주었던 일들을 찾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애썼다. 교사일을 하며 방황하는 아이들을 지켰고, 한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음악도 이제는 승리와 슬픔이 담긴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위로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그럼에도 켄이 여전히 친구인 것 같았다. 매일 밤 켄에게 편지를 쓰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전했고, 이 모든 일의 바탕이 된 ‘악’의 근원 자체를 이해해 보려고도 했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켄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그들에게는 어떤 자비도 양심의 가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켄이 범죄의 표적이 된 이유가 아시아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나 범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긴 마찬가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누군가 켄의 죽음을 더 큰 맥락으로 끼워 넣으려고 하면 특히나 속이 상했다. 어떤 더 큰 명분에 켄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 222/ 그리움이 커질수록 후아쉬는 더 많이 기록하려고 애썼다. 그와의 사소한 일들까지 모조리 일기장에 써내려가고 글자의 의미마다 켄을 담아냈다. 그의 일기장 속 종이 위에서만 살아있는 켄의 이야기는 과연 그 끝이 어디일까. 세상의 모든 종이를 채울법한 이 그리움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 ‘겁이 나.’ 켄에게 글을 썼다. 더 이상 직선형 전개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단어와 줄이 쌓이고 쌓여 단락이 페이지가 되는 지면에서만 전개가 느껴진다고. 이러다간 언젠가 디스크 공간이 부족해질 것 같다고. | 235/ 삶에서 소중한 존재가 사라져버리는 예기치 못한 상실은 한 인간으로 하여금 끝없이 그의 내면으로 파고들게 만들었다. 후아 쉬가 써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켄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 사람과 한 세대의 성장, 이 사회의 성장이 모두 담겨있다. 너무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그에게 영혼의 끌림을 남긴 켄은 후아 쉬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는 것 같다. -존재의 기쁨과 상실, 이 모든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일사람의 일. 살아가는 일. 살아가는 이유를 잊지 않는 일. 상실에 맞서는 남겨진 이들의 일. #진실에다가가기#후아쉬#알에이치코리아#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