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얻고 소통할 수 있는 ‘상시 접속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멀티태스킹’을 하며 일상을 여러 작업으로 빼곡하게 채워둔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가도 급하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또 다른 세상으로 ‘접속’한다.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다. 늘 곁에 있고, 늘 말을 걸 수 있다.
하지만 그 관계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다른 누군가의 알람 소리에 주의를 빼앗겨 그 자리를 떠나고 만다. 우리는 ’연결되었으나 외로운’ 사람들이다.

“ 복작복작 모여들어 다른 사람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 생각을 웅성웅성 떠들어대는 사람들.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란 하나도 없다는 듯이 어떤 일에든 ‘의견’을 늘어놓는다. ” | 31

✔️ 순간의 자극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고립’과 ‘고독’이다. 다른 사람과 분리되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한다. 반대로 누군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기 위한 ‘행위’에만 지나치게 주의가 쏠려있다.

내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르고
내가 쓴 글을 찬찬히 읽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행위만으로는 본질에 닿을 수 없다. ‘의지’를 갖고 그 안으로 파고들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 생각하고 분석하고 흡수하는 일련의 과정은 고독하거나 고립되지 않고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다른 무언가로 메우거나 억누르지 않고 적절히 헤아리고 의미를 부여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흠뻑 적신 감정을 직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고립이 필요한 것이다. 고립되어야 비로소 자신을 바라보고 스스로와 대화하며 되새기는 시간, 즉 고독을 손에 넣을 수 있다. ” | 157

✔️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건,
사람은 인생 어딘가에서 반드시 멈춰서기 마련이고, 그렇게 멈춰섰을 때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적절한 고독과 철학이 없다면 마치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누구도 나를 멈춰줄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인생 안에 갇혀 자기가 의존하거나 편리하게 다룰 수 있는 타인만을 바라며, 결국 자기 자신으로만 향하는 관심은 자의식을 자극하고 비대하게 만든다. 내가 지닌 생각만으로 세상을 비판하고 평가하며 점차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져드는 것이다. 자칫 나르시시즘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상관없이 내 마음에만 귀를 기울여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외롭지 않고자 했던 일들이 나를 외로움의 중심에 서게 한다.

✔️‘취미’는 고독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떠오른 빛이다.
뭔가를 만들거나 키우는 활동으로 한정시킨 이 취미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행위,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행위이다. 무엇이든 내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수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이 수수께끼를 붙잡고 자기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하나 속의 둘’을 불러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나 자신과 대화하고 미지의 세계 속으로 발을 들이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과 분리되기 위해 선택한 고독과 취미가 나를 다시 세상과 연결시켜준다.

✔️ 자기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고독은
세계와 타인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성립되며, 믿음은 바로 신뢰할 만한 ‘동료’가 키워준다. 나의 믿음이 단단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키워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 타인의 역할이다. 누군가에게 신뢰받고 또 누군가를 신뢰하는 일은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과 타인을 알고자 노력하는 행위의 기반이 된다.

불안으로 내 마음은 텅 비어가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단편적인 자극에만 이끌려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고독해도 된다고, 외로워도 된다고, 혼자 있으면 좀 어떠냐고 말하는 이유는, 이렇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에 타인을 향한 관점을 열어두고 세상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몰라 두렵고 저어될 때,
철학이 바로 ‘생각의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내 삶을 ‘스치고 가는’철학이 얼마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지는 모험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다.

“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가 가진 의문에 뛰어들어 함께 생각해 보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타인의 상상력을 배우고 타인을 내 안에 살게 하는 것은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의문에 뛰어들어 함께 생각해 보는’ 일이다. 그렇게 익힌 몇 가지 상상력이 이번에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문’을 헤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 380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몰라 두렵고 저어될 때, 철학이 바로 ‘생각의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내 삶을 ‘스치고 가는’철학이 얼마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지는 모험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다. 재밌고 의미있어요. 쉬운 철학책 추천 광광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개의 편지를 한 사람에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3
봉주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다시, 이미 알고 있는 생을 기대하게 한다.

‘너를 알지만 모르던 그 때,
사랑을 했지만 다시 사랑하게 될 그 때’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고,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것 처럼
시간을 거슬러 뒤엉켜버리는 기억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고
내일의 나는 또 어떤 마음을 내어줄까.
나의 삶은 어떤 반복을 이어갈까.

봉주연의 시는 삶이라는 기다란 선 위에 오른 우리가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삶의 장면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기대하고, 마음을 다독이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미래를 꿈꾸는
일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반복되는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내일의 시간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미 알면서도 우리는,
똑같이 사랑을 하고 눈물짓고 같은 미래를 만들어간다.
이미 알면서도, 새롭게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험의 의미는. 매번 새롭게 남겨지는 감각은.
그것이 고통일지라도, 상처일지라도,
너의 웃는 얼굴이 그리워, 그 얼굴이 보고싶어,
다시 한번 상처받기를 자처한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좋았다고,
삶이란 나에게 충만한 순간을 선물처럼 건내주고,
웃는 너의 얼굴이 좋아 이 생을 반복한다고,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생을 기대한다고
말하는 ‘나’를 발견한다.

“ 생은 반복으로 지탱된다.
삶의 어느 기점을 지나면 대부분의 일들이 예측 가능한 선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깨닫는다. ‘이미 경험한 미래’ 앞에서 사람은 기대를 잃고 무력해지곤 한다. 그리고 시는 이와 정반대의 일을 한다.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마치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 눈을 반짝이며 귀 기울이는 것. 다 해본 일을 처음 해보는 듯 즐거워하는 것. 끝을 알고 있는 사랑일지라도 일단 빠져보는 것. 서둘러 짐작하려 들지 않는 것. 대화하는 중에 상대의 말을 끊지 않는 것. 지루하단 눈빛을 보내지 않는 것. 이런 순수, 혹은 무지. 이런 아둔함, 혹은 용기가 삶을 반짝이게 만든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이란 물살을 반짝이게 만드는 물비늘.

어떤 과거는 빛나는 미래가 된다.
나는 주저 없이 바닷물에 바짓단을 적신 채로,
모래사장에 주저않은 친구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웃는 채로,
수없이 반복되는 미래의 장면. ”

p162-163, 미래의 냄새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개의 편지를 한 사람에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3
봉주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반복되는 미래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미래를 알면서도 우리는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또 다시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세계인의 삶을 바꾼 테크놀로지의 거인,
혁신적인 비즈니스 리더이자 자선 사업가,
빌 게이츠의 첫 회고록 /

: 엄마 말 안듣는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
하지만 그가 ‘빌 게이츠’라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청년기에 이르는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당시 그가 보여 준 열정과 추구했던 것들에 관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 축복받은 환경; 가족들과 커뮤니티

빌 게이츠가 좋은 환경에서 혜택을 타고난 사람인건 사실이다. 미국의 백인 중산층, 변호사인 아버지와 사회활동을 하시는 어머니, 중산층 커뮤니티(옆집 아저씨가 그냥 은행장, 사업가..)의 유복한 환경에서 그가 누렸던 혜택은 분명했지만, 그 안에서 어떤 특권의식이라던가 거드름을 피우는 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태어나보니 그런 환경이었고, 태어나보니 머리가 좋긴 했지만 좋아하는 과목과 관심 없는 과목의 편차도 컸고, 컴퓨터에 빠지고 나서는 잠도 자지않고 프로그래밍에 매달릴만큼 순수한 열정과 끊이지 않는 지적 호기심이 그를 오늘날의 빌 게이츠로 이끌었을 뿐이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할머니, ‘가미’가 육아를 대하는 태도는 오늘날의 일반적인 할머니와는 달랐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보니 책을 읽을 때 이런 부분이 마치 육아서를 읽는 것 처럼 깊게 다가왔다. 빌이 기억하기로 할머니는 게임에서 진적이 없었다. 게임을 하더라도 설명으로 가르치는 대신 본보기를 직접 보여주는 것을 선호했고,(가미는 장난으로라도 빌에게 져주지 않았다) 빌이 직접 방법을 깨우쳐 가미를 이겼던 날에는 그 누구보다 기뻐해주셨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아이를 봐주셨지만 퇴근이 임박하면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 그 이후의 시간에는 오롯이 부모가 아이들을 책임지도록 했다. 도움을 주지만 개입의 정도가 달랐다고 할까? 할머니라면 당연히 손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예뻤을까.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부모가 나름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부러 거리를 두고 정해진 틀 안에서 충분한 사랑을 쏟아주었다.

빌의 아버지 또한 변호사였지만 자신의 직업을 내세워 아이가 혜택을 보게 하는 일을 없었다. 다만 빌이 법률적인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최선을 다해서 전문적인 도움을 주었고 그에 합당한 페이(최소한 시외전화 통화료라도)를 요구하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되, 자식이라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게끔 두지 않았다.

빌의 어머니는 또 어떤가, 여행을 가더라도 아이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며 그곳의 지형, 날씨, 인구분포, 역사와 같은 자료 조사를 꼭 하도록 시켰고 매일 일지를 쓰며 여행을 통해 하나라도 더 배우도록 아이들을 독려했다.

그냥 태어나고 스스로 자란 사람은 없다. 그 주변에는 이런 조부모와 부모의 가치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내가 아는 것은 부모님이 나에게 필요한 자원과 압박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와 사회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바깥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게 만들었고 어른들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함으로써 어른들의 언어와 생각을 경험하고 학교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도록 도왔다. ”
| 484



- 운명적인 만남,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

하지만 그가 이렇게 좋은 환경을 타고난 사람이었다고 해도 불모지와 같았던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구자였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 당시는 이제 겨우 컴퓨터 단말기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아직도 가정에 보급되는 개인용 컴퓨터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드웨어는 실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씩 다양해지고 나날이 새로운 타입이 출시되고 있었지만 소프트웨어는 ‘가상의 정보’와 같아서 누군가 그것을 설계하고 작성하고 디버깅하고 작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시대였다. 그리고 늘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기에 소프트웨어에 돈을 준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폴와 빌은 개인용 컴퓨터가 점점 더 보급될 것이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첫 시도와 몰입 이 모든게 그가 스무살도 되기 전의 일이다. 십대의 청소년이었던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에는 단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 폴과의 저녁 식사 대화는 계속해서 소프트웨어로 귀결되었다. 소프트웨어는 달랐다. 전선도 필요 없었고, 공장도 필요 없었다. 소프트웨어 작성에 들어가는 것은 두뇌와 시간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할 줄 아는 일이었고, 우리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선도할 수도 있었다. ” | 346

-

이 거대한 책 한 권이 모두
그의 소스 코드에 대한 절절한 사모곡일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어떤 밝은 전망이 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온 것이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탁월한 수학적 두뇌를 가졌지만
통찰력에는 재능이 없었기에
그가 한 일은 그저 우직하게, 한가지 일에 몰두하고
눈 앞의 과제에 최선을 다 쏟아부었던 것.
그것 뿐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 어른이 되어 깨달은 경이로운 한 사지는 세월과 배움을 모두 걷어 내고 보면 나라는 존재의 많은 부분이 이미 처음부터 갖춰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모로 나는 여전히 할머니 댁의 식탁에 앉아 할머니가 패를 돌리길 기다리던 여덟 살짜리 아이와 같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길 열망하는 어린 아이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 | 486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