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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 세계인의 삶을 바꾼 테크놀로지의 거인,
혁신적인 비즈니스 리더이자 자선 사업가,
빌 게이츠의 첫 회고록 /
: 엄마 말 안듣는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
하지만 그가 ‘빌 게이츠’라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청년기에 이르는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당시 그가 보여 준 열정과 추구했던 것들에 관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 축복받은 환경; 가족들과 커뮤니티
빌 게이츠가 좋은 환경에서 혜택을 타고난 사람인건 사실이다. 미국의 백인 중산층, 변호사인 아버지와 사회활동을 하시는 어머니, 중산층 커뮤니티(옆집 아저씨가 그냥 은행장, 사업가..)의 유복한 환경에서 그가 누렸던 혜택은 분명했지만, 그 안에서 어떤 특권의식이라던가 거드름을 피우는 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태어나보니 그런 환경이었고, 태어나보니 머리가 좋긴 했지만 좋아하는 과목과 관심 없는 과목의 편차도 컸고, 컴퓨터에 빠지고 나서는 잠도 자지않고 프로그래밍에 매달릴만큼 순수한 열정과 끊이지 않는 지적 호기심이 그를 오늘날의 빌 게이츠로 이끌었을 뿐이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할머니, ‘가미’가 육아를 대하는 태도는 오늘날의 일반적인 할머니와는 달랐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보니 책을 읽을 때 이런 부분이 마치 육아서를 읽는 것 처럼 깊게 다가왔다. 빌이 기억하기로 할머니는 게임에서 진적이 없었다. 게임을 하더라도 설명으로 가르치는 대신 본보기를 직접 보여주는 것을 선호했고,(가미는 장난으로라도 빌에게 져주지 않았다) 빌이 직접 방법을 깨우쳐 가미를 이겼던 날에는 그 누구보다 기뻐해주셨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아이를 봐주셨지만 퇴근이 임박하면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 그 이후의 시간에는 오롯이 부모가 아이들을 책임지도록 했다. 도움을 주지만 개입의 정도가 달랐다고 할까? 할머니라면 당연히 손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예뻤을까.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부모가 나름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부러 거리를 두고 정해진 틀 안에서 충분한 사랑을 쏟아주었다.
빌의 아버지 또한 변호사였지만 자신의 직업을 내세워 아이가 혜택을 보게 하는 일을 없었다. 다만 빌이 법률적인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최선을 다해서 전문적인 도움을 주었고 그에 합당한 페이(최소한 시외전화 통화료라도)를 요구하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되, 자식이라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게끔 두지 않았다.
빌의 어머니는 또 어떤가, 여행을 가더라도 아이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며 그곳의 지형, 날씨, 인구분포, 역사와 같은 자료 조사를 꼭 하도록 시켰고 매일 일지를 쓰며 여행을 통해 하나라도 더 배우도록 아이들을 독려했다.
그냥 태어나고 스스로 자란 사람은 없다. 그 주변에는 이런 조부모와 부모의 가치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내가 아는 것은 부모님이 나에게 필요한 자원과 압박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와 사회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바깥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게 만들었고 어른들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함으로써 어른들의 언어와 생각을 경험하고 학교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도록 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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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적인 만남,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
하지만 그가 이렇게 좋은 환경을 타고난 사람이었다고 해도 불모지와 같았던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구자였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 당시는 이제 겨우 컴퓨터 단말기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아직도 가정에 보급되는 개인용 컴퓨터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드웨어는 실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씩 다양해지고 나날이 새로운 타입이 출시되고 있었지만 소프트웨어는 ‘가상의 정보’와 같아서 누군가 그것을 설계하고 작성하고 디버깅하고 작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시대였다. 그리고 늘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기에 소프트웨어에 돈을 준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폴와 빌은 개인용 컴퓨터가 점점 더 보급될 것이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첫 시도와 몰입 이 모든게 그가 스무살도 되기 전의 일이다. 십대의 청소년이었던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에는 단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 폴과의 저녁 식사 대화는 계속해서 소프트웨어로 귀결되었다. 소프트웨어는 달랐다. 전선도 필요 없었고, 공장도 필요 없었다. 소프트웨어 작성에 들어가는 것은 두뇌와 시간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할 줄 아는 일이었고, 우리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선도할 수도 있었다. ” |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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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책 한 권이 모두
그의 소스 코드에 대한 절절한 사모곡일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어떤 밝은 전망이 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온 것이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탁월한 수학적 두뇌를 가졌지만
통찰력에는 재능이 없었기에
그가 한 일은 그저 우직하게, 한가지 일에 몰두하고
눈 앞의 과제에 최선을 다 쏟아부었던 것.
그것 뿐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 어른이 되어 깨달은 경이로운 한 사지는 세월과 배움을 모두 걷어 내고 보면 나라는 존재의 많은 부분이 이미 처음부터 갖춰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모로 나는 여전히 할머니 댁의 식탁에 앉아 할머니가 패를 돌리길 기다리던 여덟 살짜리 아이와 같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길 열망하는 어린 아이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 | 486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