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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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아서 후루룩 읽히는데 읽고나서 머리를 한대 쾅 맞은 기분. 읽는게 끝이 아닌 책. 읽고나서 생각할 거리가 더 많은 책 ㅠㅠ 일부러 나 이렇게 머릿속 복잡하라고 각 인물의 스토리 설정한 정해연작가님 천재. 속상해서 잠 못자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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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체인지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8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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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늙을란다! 나를 내버려둬라 이 세상아! 자연스러운 노화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노인 혐오, 가난으로 젊음을 파는 설정이 좀 불편하지만 불편하니까 더 읽어야하는 책이다. 읽고, 마주하고, 스스로의 가치관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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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체인지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8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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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체인지 수술’로 젊음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된 근미래.
자연스러운 노화의 흔적은 흉물이 되었고 노인이 눈에 뛰면 뒤에서 수근거리기 일수다. 늙고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을 포착해 깊이 파고드는 기업 ‘호르몬 리버스’. 그들은 호르몬을 팔고자 하는 셀러와 사고자 하는 바이어를 매칭시켜 호르몬 수술을 성사시키고 거액의 수수료로 매출을 올린다.

누군가의 젊음을 돈으로 산 바이어들은 매달 신선한 호르몬을 주입받고 20대의 몸으로 아름다운 제 2의 인생을 영위한다. 물론 그들은 셀러의 생활 자금이나 병원비용 모두를 부담하며 거액의 자금 부담이 있지만 수술로 되찾은 젊음에 대한 만족은 이 모든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반대로 호르몬을 축출당한 ‘셀러’들은?
한 번 수술을 받고 나면 말도 못하게 쇠약해지는 몸 상태로 2~3주 내내 컨디션 회복에 힘쓴다. 그러다가 반짝 정상 컨디션이 돌아오면 다시 수술대 위에 오르고, 몇 차례의 수술 후에는 돌연 사망하기도 하며 삶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간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그들에게 거액의 돈이 손에 들어오지만 정작 돈을 사용하며 삶을 누릴 수가 없다. 그들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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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들은 호르몬을 팔기까지 저마다의 사정으로 더 이상 사람처럼 살 수 없다고 느낄 때 이 선택을 한다. 그래서인지 책에 묘사된 셀러들은 하나같이 처절하다. 쓰레기 같은 삶을 산다. 돈이 없으면 다 쓰레기가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삶이 다 구질구질한 진창속을 걷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좀 불편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나를 포기하고, 가족의 수술을 위해,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나같이 ‘도망치기 위해’ 이 수술을 택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너무 가혹했다.


-
이렇게 까지 해서 젊어져야 하나.
자연스러운 노화를 인간의 힘으로 거스르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근데 그 희생이 꼭 가난한 사람들이어야 했나.
그들은 죽음이라는 폭탄을 들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돌려막고 있을 뿐 언제 어디서건
죽음은 똑같이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모든 것이 가능한 미래의 사회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늙어갈 권리가 사라졌다.
그 권리를 지키려면 온갖 혐오와 차별을 이겨내야 한다.
물론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고.


-
뭔가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지만
읽는 내내 조금 불편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이런 불편감을 더 극대화시키기 위한
어떤 장치 나오는데, 스포같아서 자세히 말은 못하겠지만,
정말 말문이 턱 막혔다.
미래의 인간은 딱 두 종류로 진화한건가?
아주 똑똑하거나, 아주 멍청하거나.
(나 화난거 맞음 😖)

우리가 맞서야 하는 상대는 노화가 아니라 혐오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늙어가는 것을
누가 거스를 수 있을까.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한 생물로써 살아가는 한, 인간이 인간인 이상 노화는 피할 수 없다.
인간은 성장하고, 나이가 들어 천천히 늙어가며
흙 속으로 사라진다. 그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가치에 대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너무 어렵지 않게 수루룩! 읽혀서 흥미롭고
다만 불쑥불쑥 올라오는 깊은 빡침은 감안해야 한다.

+ 문장들,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저물어가는 신체를 불쌍히 여겨 젊음을 나눠줄 미래 세대를 말이다. | 11

어쩌면 신은 내가 좀 더 고독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게서 친구들을 데려갔던 건데 내가 신의 뜻을 거스른 건 아닐까요? | 70

이 세상이 추악해진 이유는 인간의 욕심입니다. 젊음이 한때의 선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 하는 지나친 욕심이요. |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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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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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그다지 숭고하지 않고,
인간은 스러져 가는 서글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숙명을 알기에 사람들은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을
기꺼이 돕고 너그러이 품어 주는 게 아닐까? p205

‘아픈 엄마’
유방암, 신우암, 폐암을 거쳐 이제 뇌종양으로 다시 입원한 ‘엄마’의 간병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딸 ‘유미’에게도 가족이 있다. 남편과 아직 어린 딸아이를 돌보며 엄마의 병원 생활을 함께 하기란 매일이 전쟁같았고, 살얼음판을 걷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뇌종양 이후 엄마의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 폭언, 섬망 증상과 치매라고 오해할만한 상황들이 수시로 등장했다.

유미는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늘 줄다리기를 한다.
엄마를 지키는 딸 — 가정을 지키는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일까.
아니, 이 선택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선택이 가능하기는 할까.
그래서 유미는, 유미의 삶은…
모든 것이 물음표다.

/ 간병이 아직 낯선 딸과 자유를 찾아 도망친 엄마,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질병의 문제를 두고
/ ‘좋은 죽음’은 곧 ‘좋은 삶’임을 보여주는 모녀의 이야기

-

“ 그리고 생각이 나시면 기억하고,
잊고 싶으면 잊어 주시오
해가 뜨거나 저물지도 않는 희미한 어둠 속에서
꿈을 꾸며 어쩌면 기억하겠지요,
어쩌면 잊을지도 모르지요, ”
| p52,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

그러고보면 ‘엄마’는 한번도 스스로 죽음을 말한 적이 없었다. ‘내가 죽거든…’ 이런 말은 이 책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미 온갖 암을 거쳐오신 어머니는 오히려 ‘나는 운동화를 신으면 용감해져요’라며 스스로의 삶을 지탱하고 일어서는데 온 힘을 다 쏟는 분이셨다. 그러나 이 시를 외우는 순간 만큼은, 조용히 다가오는 죽음을 담담하게 마주하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시 재발한 암, 그리고 믿기지 않는 뇌종양 진단. 유미는 슬퍼할 틈도 없이 간병이라는 현실로 넘어와야 했다. 간병인을 고용하는 하루치 고용비가 12~15만원이 든다는 것을 알까? 한달을 고용하면 쉽게 400만원을 넘어간다. 한달만에 이 모든 일이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간병파산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말이 아니었다.

간병이라는 현실에 한 번 무너지고,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야하는 상황을 마주하며 수도 없이 본인을 원망하고 과거의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달라졌을 미래를, 결코 오지 않았을 미래를 탓하며 유미 또한 무너져갔다.

하지만 무기력한 날도 잠시, 요양원에 모셨던 엄마는
매일 밤 유미에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유미야 나 꺼내줘. 지금 와. 나 못 견디겠으니까.’

뇌종양 수술을 받은 엄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밤마다 잠에 들지 못하고 집 밖을 배회하거나 화장실에서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가고, 알 수 없는 말들을 이어가며 가족들을 당황하게 한다. 유미도 돌봐야할 가정이 있고 갓난 아이의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껏 엄마의 간병으로 뛰어들지 못했던 마음이 내게는 마치 그 속을 들여다 본 것 처럼, 시커멓게 타버린 마음이 이 글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유미의 그 타들어가는 마음이
마치 내 것 같아 속이 뜨거워졌다.

마음껏 엄마를 돌볼수도 없고, 그렇다고 외면하고 싶지도 않은 현실. 어떻게든 내가 이끌어가야하는 현실에서 유미의 고민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마음에 더 없이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한 자리에 매몰되지 않고 이 모든 기록을 남겼다는 것. 낯선 현실을 마주한, 아픈 가족을 둔 사람들에게 전하는 치열한 전투의 기록이 남겨졌다는 것은 간병의 현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지만 그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이 글이 유미와 같이 환자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면 어딘가 아쉬웠겠지만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요양원이나 암병동이 아닌 본인의 집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며 노년을 보내고 계신 어머니의 글로 진정한 끝이 맺어진다는 점이 마치 소박하게 빛나는 희망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 도서제공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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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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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나, 고양이가 된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나”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던 사람들 앞에 별안간 거대 고양이가 나타나 묻는다,

“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사시겠습니까?
고양이로 살기를 원한다면 ‘예’,
원하지 않는다면 ‘아니오’에 체크하시오. ”

이렇게나 갑자기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고양이의 삶을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라니,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찰나,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분명 매혹적인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친구들과 다음 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다음 생에는 결혼을 안할란다, 애도 안낳고 나 혼자 살란다, 아니다, 다 싫다, 나는 그냥 냇가에 돌로 다시 태어날란다.. 우리의 결론은 늘 돌멩이가 되어 끝이 나곤 했다.

그런데 고양이라니? 🐈
그 귀엽고 새침한 작은 생물체?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제안에 갈수록 묘하게 끌리는 나를 추스르며, (결국 나는 고양이는 될 기회가 없었지만), 책을 통해 고양이가 된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볼 수 있었다.

-
이 변화의 물음을 던진 거대 고양이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이 책은 일단 고양이가 된 이후의 사람들과 고양이들의 삶에 더 깊이 관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양이가 되었지만 어떨떨한 마음에 소리내어 울어보지도 못한 채 서둘러 해야할 일들을 처리해내는 남겨진 사람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고양이가 된 배우자, 파트너, 친구를 위해 오롯이 그들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사람들.

“ 그도 귀여운 생물이고, 고양이도 귀여운 생물인데, 그가 고양이가 되니 두 배로 귀여웠다” , p32

나는 좀 슬플 것 같다. 더 이상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손 잡고 거닐며 보내는 시간이, 사람으로서 존재했던 시간이 사라지다니… 그리고 끊임없이 나를 붙잡았던 질문, 그 사람은 왜 고양이가 되길 선택했을까.

“ 내가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나와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아서 차라리 고양이로 사는 쪽을 선택한 거라고… ” | 30

마음을 추스릴 틈도 없이 내가 그를 힘들게했나 싶은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이 책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서로를 지지하는 그들의 소리 없는 연대, 옆에 앉아 같이 눈물 흘릴 줄 알고 위로하고 보살피며, 또 서로의 고양이를 존중하며,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한다는 점이다.

동네 작은 책방을 하던 친구가 고양이가 되면서 어떨결에 사장이 되어버린 번역가, 출판하고싶은 원고를 찾느라 2년 넘도록 책 한 권 출판하지 못한 어느 이름 없는 출판사 사장, 파트너가 고양이가 되어버린 작가

묘하게 책이라는 매개체로 연결된 세 사람.
세상을 짝사랑하는 소박한 마음들, 한없이 서투르기만 해서 세상과 제대로 이어지고 소통해본 적 없는 이들이 용기를 내어 한걸음씩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

고양이와 나
고양이가 된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나

소박한 사랑을 전하는 고양이 판타지 소설 💗
우리의 얼어버린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 같이 읽어볼래요?

+
그는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다. 그런데 그 존재가 고양이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고양이가 된 사람의 수명은 어 느 정도일까? 고양이만큼 살까, 사람만큼 살까?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다니. | 31

물리적 형태가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소리로 바꾸는 것이 '말'이고, 눈으로 볼 수 있게 문자로 옮기는 것이 '글'이다. 그러고 보면 말이나 글은 번역이기도 하다. | 156

우리의 관계가 하나의 방이라면, 그 방의 창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창문으로 상쾌한 바람이 들어오고 나갔다.
우리의 방에 꽉 닫힌 문은 없었다. 언제나 부담 없이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방. 아침의 빛이 들어오기도 하고, 오전이나 오후의 빛이 들기도, 저녁이나 밤, 새벽의 어둠이 내리기도 하는 방이었다. | 181

그때는 우리 사이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고양이가 된 지금은 알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자유롭게 둘 수도 있었다. 고양이가 된 지금의 나처럼 해야만 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을 ‘하는’ 대신 그저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끼기만' 할 수도, 그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 199

그냥 내가 그를 너무 사랑해서. 사람이었던 그도 너무 사랑하고, 고양이가 된 그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건데. 사람이었던 그가 그립고, 고양이가 된 그가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여러 마음이 너무 복잡하게 뒤섞여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 순간이 있는 건데. | 217

(도서제공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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