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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평점 :
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p15
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p21
너도 알겠지만 누군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땐 말이야, 그 일이 맞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견딜 만하니까, 단지 그 이유로 계속하고 있는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야.p143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차배송기사의 시급은 본인이 결정한다. 뛰면 시급이 오르고, 걸으면 시급이 내려간다. 요의를 참으면 오르고, 화장실에 자주 들르면 내려간다. 밥을 굶으면 오르고, 밥을 먹으면 내려간다. 사먹기까지 하면 더 많이 내려간다.p152
"현재만 사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을 때가 있어요. 현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일거리가 죄다 일회적이고, 일거리를 캐치하는 순간에만 노동자가 되는 거니까 나머지 시간엔 노동자로서의 존재감이 희박해지죠. 그런데 자꾸 드는 생각이, 일이라는 게 원래 이런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일거리를 캐치해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래요. 이상해지는 거 같아요. 사람이." p281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목적으로 동료가 수경에게 졸피뎀 약물을 먹였으나 다행히 성범죄를 피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떳떳하고 무탈하게 지내고, 피해자인 수경은 회사를 그만둔다.
남편은 수익보다는 늘 손해를 많이 보는 전업투자자이고, 아버지는 사기로 집을 잃고, 수경의 어머니는 청소일을 그만두고 수경의 집에 함께 산다.
수경의 월급으로 겨우 연명하던 가족들은 수경의 퇴사로 점점 무너지게 되고, 수경은 어떻게 해서든 가족들을 일어서게 하기 위해 엄마와 택배일을 시작하게 되고, '헬프미시스터'라는 앱에 등록해 다양한 의뢰의 일을 한다.
남편은 대리운전을, 아빠는 도보로 음식 배달을 하며 온 가족이 플랫폼 노동에 함께 뛰어들게 된다.
생계를 위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에 발을 내딛고, 그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람들과 마주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구원이 되고, 성장해 가는 과정들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세대를 넘나드는 적나라한 현실과 가족으로 묶여있는 무거운 책임감과 삶의 무게가 담겨있어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사회는 각박하고, 노동은 불안정해 힘든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서로를 보듬는 모습들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