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심 위픽
전건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로 무더위에 지친 여름, 직장 상사때문에 괴로운 화자인 나에게 연인K가 자신의 기이한 경험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K는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를 하다가, 다른 노숙자들과 다르게 늘 예의 바르게 존대어를 사용하던 한 노숙자가 다른 노숙자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것을 보고 구해주고, 국밥 한 그릇을 사준다.
노숙자는 고맙다며 보답을 하고 싶다며 섬뜩한 제안을 한다.
“딱 한 사람 죽여드릴게요. 죽이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까?”
대신 상대가 죽으면 중요한 무언가를 잃게 될거라는 말과 함께.

K는 고민 끝에, 자신의 논문을 가로채 자신의 업적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노예처럼 부려먹던 대학원의 주임교수를 생각하고 그를 죽여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얼마 후 무언가를 보고 경악한 채 사망했다는 교수의 부고 소식을 듣고 동기들과 그의 장례식장을 찾는다.
K는 이야기를 다 끝낸 후 연인에게 의미심장한 제안을 하며 끝이 난다.


미움과 앙심이 켜켜이 쌓여 저주가 되어 누군가를 죽인다는 이야기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뿐 만 아니라, 그로 인해 잃게 되는 무언가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묵직함을 전달한다.
내 소중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야만 원하는 하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에도 통용되는 등가교환이 아닌가 싶다.
죽이고 싶도록 싫고 미운 누군가를 내내 마음에 품고 있는 것 자체가 저주고 지옥인것 같기도 하고....

위픽 시리즈 답게 짧고 굵은 재미를, 전건우 작가답게 묵직한 섬뜩함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