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불멸 위픽
김희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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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아주 많은 이들에겐 다른 사람의 죽음이 더 빠르게 전염되니까요.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죽음은 그 자체로 전염성이 있거든요. 이런 데서 오래 일하다 보면 누구나 다 알게 되는 사실이지요.p16

왜냐하면 우주란 결국, 인간이 각자의 뇌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시공간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생각해봐요. 뇌는 우리 머릿속 이 단단한 뼈 안에 갇혀 있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감각하지 못합니다. 오직 눈으로 들어오는 빛과 귀를 때리는 소리, 코로 맡는 냄새, 손으로 만지는 촉각에 의지해 세계를 파악할 뿐이라고요. 어쨌든, 내 생각은 이래요. 만약 이 지구에 79억 명의 사람이 산다면, 우주 또한 70억 개가 존재하는 거지요.p34-35

자상하거나 친근하지 않았던 사진사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1년전부터 '삼척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해왔고, 돌아가시기 직전, 뼈만 앙상한 손으로 나의 손을 잡고 자신의 침상 아래 열쇠를 챙기라는 말을 한다.
대체 어디에 있는 무엇을 위한 열쇠인지도 모른 채, 나는 그 열쇠를 손에 쥐고 혼란스러워 한다.
나는 아버지의 오래된 캠코더 속에서 영상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곳에는 아버지처럼 삼척이 발명된 곳이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담겨 있었고, 나는 열쇠를 가지고 삼척을 향해 떠난다.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이 무작정 도착 한 삼척에서 삼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기억과 존재, 환상의 경계를 담아낸 작품으로, 삼척 불멸 역시 김희선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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