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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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 머무르긴 정말 쉬워. 어쩌면 우리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가 바로 이것일 거야. 분명히 나만이 아니라, 토마스도 어둠 속에 있을 거야. 나만이 아냐. 그 또한 불안하고 혼탁한 세상에 놓여 있을 거야. 물론 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일 테고.’p293

이미 잃어버렸거나 과거에 속한 것이 미적지근한 현재나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미래보다 훨씬 더 편하다. 우리에게 야기된 피해는 멀리 떠나가 비현실적이 ㄴ것이 되었다. 따라서 이미 일어난 일은 더는 위협이 되지 않고, 예견된 불안과 절망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지도 않는다. 우리는 슬픔으로 살았지만 두렵진 않다. 이미 겪은 두려움은 일단 진정이 되면 다시는 두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기에, 그 안에서 도피처를 찾을 수도 있다.p5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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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운명임을 느낀 소녀 베르타와 소년 토마스!
토마스는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인 스파이로 일할 것을 강요받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일을 하며, 존재하는듯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간다.
토마스가 유학을 끝내고 마드리드로 돌아왔을때 베르타는 전과는 너무 다른 남편의 모습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베르타는 숨기고, 숨고, 속이고, 배신하는 어두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토마스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노력하면 할 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 된다.
국가를 위함이라 합리화 시키며, 어두운 세계로 자신을 더욱 몰아넣는 토마스를 보며 베르타 역시 외로움과 불안, 혼란을 겪으며 무너져간다.

베르타와 토마스가 처한 상황들과 심리 상태들을 섬세하게 그려내 두 사람의 내면을 깊이있게 바라봄으로써 인간의 본실과 존재의 이유를 치밀하고 집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로 인해 발생되는 갈등과 불안, 긴장과 욕망이 교차되며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 철학책 같기도 한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요즘 책태기에 인태기인데 서평기한에 맞춰 벽돌책을 읽어 내려가느라 사실 힘들기도 했다. 책 내용 자체가(심지어 무게까지) 묵직하니 나 역시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 힘들었달까.
하지만 관계의 본질과 인간의 심리를 깊이있게 다루어 무게감이 있어 좋았다. 게다가 스페인 비평상 수상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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