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치광이 이웃 위픽
이소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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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이는 그림을 그려도 영원히 팔 수 없구나. 내 그림은 영원히 몰스킨 안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겠구나. 슬펐어.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일까. 부모도 형제도 나라도 없이 나에게는 오직 나뿐이었는데. 처음으로 누군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네가 너무 부러웠어. 나라가 있는 네가. 가족을 가진 네가.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팔 수 있는 네가. 고지대의 시민권을 가진 네가.p103

극심한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로 생계가 위협받는 근 미래, 베를린에서 미술 유학을 한 유리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생계가 어려운 시대에 문화예술은 낭비라며 문화폭동이 일어나 거의 모든 예술 작품들이 소실 되었고, 그 소실된 명화들을 복구하는 작업을 통해 유명세를 탄 유리는 전시를 위해 다시 베를린을 방문한다.
오랜만에 방문한 베를린에서 그녀는 유학 시절 함께 대학에서 공부하고, 같은 방을 썼던 미아를 떠올리며 그녀를 회상한다.
무국적자이자 난민인 그녀는 예술적 천재성을 가지고 있으나, 나라도, 돈도,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며 그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번번히 좌절한다.
유리는 그런 미아를 보며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천재적 재능을 시기하여 그 결핍과 불행 마저 부러워한다.

읽는 내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생계가 위협받는 시대에 문화 예술 작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들에 대한 반발도 이해되고, 하지만 오랜 역사가 가득한 예술서 가득한 작품들을 소실시켣 될까 싶기도 하고...
두 젊은 예술가의 현실적 고민들과 질투가 둘의 사이를 원만하게 만들지 못하고, 멀어지게 하는 모습들에서도 만감이 교차하고...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꽃 피울 수 없는 무국적자 난민의 미아의 삶에서는 차별과 소외를, 재능만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미아의 고민들은 현시대의 많은 청년들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질투와 시기,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갈망과 결핍이 잘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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