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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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을 애써 보려 하지 않았을까? 재앙을 맞닥뜨린 공공의 조치는 합당했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보살핌을 받아야 타인을 보살필 수 있나? 무엇보다 우리는 이전보다 나아진 것일까?p7

자신이 죽을 뻔했던 위기도, 또 누구 때문에 살아났는지도 응당 모를 것이다. 상관없다. 우리는 어떤 고마움과 보상을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당신이 살아서 내 눈을 보고 내 손가락을 잡을 수 있으면, 그거면 된 거다.p78

자신의 목숨 앞에서 타인의 목숨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의학 통계는 수많은 타인의 평균치다. 기적과 예외를 멸할 수 있는 통계는 존재할 수 없다.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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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의사를 그만둔 후 1년정도 후에 코로나를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 시기 부모님을 3달정도의 간격으로 잇달아 여의고, 견딜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에 빠져 지내다, 코로나 의료봉사에 뛰어든다.
누구도 원치 않는 가장 힘들다는 공공 정신병원에서 그는 물 밀듯 밀려오는 환자들이 버거워 하루하루 고통과 고생의 날들을 보내지만,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하는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들을 보며 그는 조금씩 변화해 간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의 한 가운데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저자의 경험과 시선을 담은 증언문학이기도 하지만, 수 많은 이들을 잃게 하고, 좌절하며 암담한 시간을 보낸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책이기도 하다.

열악할 뿐 아니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의료현장 속에서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과 회복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절절한 이야기가 뭉클하면서도 연대를 통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노력하는 과정들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소중한 생명을 위해, 인간의 존엄함을 위해 그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희생하던 수 많은 이들의 노력과 고생들을 우리는 늘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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