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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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떄가 되면 죽습니다. 이유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건 살아남은 자들뿐이지요."p138-139

"안다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돼. 세상 모든 일은 아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니까. 넌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행동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뭔가가 만들어질 테고 물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것도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야 한단다. 안다는 건 그런 거야. 모르고 있으면 배울 수 없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성장할 수도 없어."p291

"죽은 사람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죽었을 때 그대로잖아. 살아서 움직이고 생각하며 다양한 것들에 부딪히고 상처받고 지쳐 쓰러지는 경험, 그런 건 오직 살아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어. 그러니 살아 있는 사람은 바뀔 수도 있는 거야."p436


또래보다 똑똑한 류타는 자살시도를 한 뒤부터 집 안에 틀여 박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한다. 오랜만에 외출해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류타 앞에 한 소녀가 커터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고는 그 칼을 류타에게 건네는 것으로 시작된 유리코와의 강렬한 만남에 류타는 내내 그녀를 생각한다. 유리코가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 생각한 류타는 그녀를 찾고, 그녀가 다니는 야간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모두가 외면하고 사회에서 부적응자로 낙인 찍힌 그들은 야간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학교 생활을 한다.
유리코에게만 관심 있던 류타는 중고물품 판매점 겸 심부름센터인 '달나라'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는 다이고와 서서히 친해지며 친구가 된다.
자연히 달나라에 잦은 발걸음을 하며, 그 곳에서 인근 공장의 톱밥 속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떼죽음, 잡작스레 자살한 유리코의 삼촌, 죽은 아들의 모습으로 둔갑하는 너구리,부모의 이혼으로 멀어진 자매의 갈등, 유화 속 비밀 등의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주변에 일어난 사건들을 풀어가는 과정들이나 이야기들이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사건을 하나씩 풀어가며, 다른 누군가와 이어지고, 다른 사건들과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11년 전 마을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을 푸는 계기가 된다.
늘 밝게 웃으며 친근하지만, 어느 선까지만 허락하며 비밀을 간직한 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이고와 무뚝뚝하고 늘 방관하며 쌀쌀맞아 보이는 '달나라' 사장 다카에의 묘한 동거의 비밀들이 후반부에 펼쳐지며 가독성을 높힌다.

작고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누군가와의 접점이 되고, 어떤 사건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류타가 할머니의 지지와 야간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 다이고, 그 곳으로 이끈 유리코, 정말 학생을 위했던 야간고등학교 선생님과 형사, 너구리 사건으로 만난 히로키와의 관계들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고 누군가를 위해 사건을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뭉근한 감동을 준다.

서로에게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숨긴 채 가혹하고 처절한 관계성을 이어가는 등장인물들 이야기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11년 전의 일가족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들도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서서히 진실에 가까워질 수록, 놀라움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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