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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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인생이란 건 형편없이 시시한가 보다. 어른들이 죄다 10대 시절이 제일 즐거웠다는 소리를 하는 게 그 증거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매일매일을 찬미하고 부러워하다니,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일이 없을 거라니.p6

사람이 맺는 관계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중단되지 않을 특별함을, 영원한 고양감을 원한다.
그러니 만약 오늘 깨달은 감정의 발아가 언젠가 치카 개인을 향한 커다란 감정으로 성장해도 그건 행복이 아니다. 만남 이상의 무언가, 치카가 없어도 괜찮은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한다.
사람을 향한 감정은 일시적인 위안에 불과하다. 게다가 많은 결단을 방해한다. 그리 쉽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p164

"무언가 마음으로 강렬하게 결심하고 행동할 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건 불가능해. 그렇게 남에게 상처를 주면 언젠가 카야의 소중한 것, 지키고 싶었던 신념도 상처를 받게 돼. 예를 들어, 내 가족을 위해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가족에게 상처를 주게 돼. 그리고 자기 자신도 상처를 받지. 엄마는 카야가 그렇게 될까 봐 걱정하는 거야."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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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도, 삶에 대한 열의도 없는 염세적인 카야는 여느 때 처럼 늦은밤 까지 달리다 버스정류장에서 눈과 손톱만 빛나는 묘령의 소녀 치카를 만난다. 치카는 다른 세계에 살고, 전쟁 중이라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카야에게 느닷없니 나타난 소녀 치카 덕에 카야는 삶에 대한 즐거움과 기대, 설렘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느끼며, 치카에게도 자신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연애와 연인에 대해 알려준다.

카야는 잊혀져 없는 기억이 될까 두려워하며 소중한 마음은 분명 어딘가에 남아 있을거란 막연함 속에서 없을 것 같던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한다.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지만, 함께 할 수 없어 결국 이별하고, 카야는 오랜 시간 치카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인생의 돌풍처럼 다가와 서로의 삶에 음악처럼 스며드는 뭉근하고 애틋한 이야기다.

바람처럼 지나간 강렬한 감정을 뒤로 하고 서로의 안온함을 바라는 카야와 치카의 이야기는 누군가가 내 삶의 의미가 되고, 내가 누군가의 삶에 의미가 되는 값진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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