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우리는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문경민 지음,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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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키우고 싶었다. 주먹을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자신 앞의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한 방에 깨 버리고 싶었다.p148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언젠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때는 계란이나 벽돌 조각이 아니라 단단한 지렛대를 쓰고 싶었다. 더 밝고 더 따듯하고 더 아름다운 곳에 세상을 올려놓고 싶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일이 또 생기겠지만, 보다 나은 모습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흔들리는 건 이미 해 봤으므로.
보리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녕. 나의 열세 살.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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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권고에 맞서다 지방으로 좌천된 아빠와 늘 힘들고 피곤한 엄마의 잦은 다툼에 늘 상처받는 보리와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희망퇴직으로 직장을 잃은 아빠와 입원중인 새엄마, 쌍둥이 동생들을 챙기는 루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거친 언행과 거짓말이 익숙한, 갑작스레 전학 온 세희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는 성장소설이다.

직장을 잃고 고공농성을 위해 철탑에 올라야만 했던 아빠와 바쁘고 힘든 일상에 지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이,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새 엄마와의 생활에 적응하며 어린 동생을 돌보는 아이의 마음이,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아이들 눈에 비친 부조리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뭉클하다.
소통의 부재와 가족과의 갈등, 학교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와 친구와의 관계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겨내려 안간힘을 쓴다.
서툴고 어설프지만, 자신의 진심을 다해 닥친 상황을 해결하려 노력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뜨거운 한때를 겪어 내며 어려운 시절을 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떼며 힘껏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는 문경민 작가의 진심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또 쉽게 상처받고 그 상처를 숨기려 한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하찮게 여기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고 외면하고 모른척 하고...
차가운 현실과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여린 마음을 보듬고 돌봐주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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