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죄를 범하는 자는 돌이킬 수 없는 형태로 자신의 환경까지 파괴해 버린다.p56

사형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피해자의 감정을 유린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곳에 논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p98

"이 나라에서는 흉악 범죄의 피해자가 된 순간, 사회 전체가 가해자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피해자를 괴롭힌들 사죄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요.
.......
결국 유족 입장에서는 모든 잘못을 범인에게 돌릴 수밖에 없어요."p100

형법이 그 강제력으로 지키려는 정의는 어쩌면 불공정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지닌 참사관이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정의라는 이름하에 심판하려 할 때 그 정의에는 보편적인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p110

범죄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침투하여 그 토대를 들어내는 것이다.p131

법률은 옳습니까? 진정 평등합니까?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
사형(私刑)을 허용해 버리면, 복수가 복수를 부르며 끝없는 보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누군가가 대신 해 줘야하는 거죠.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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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난고와 상해 치사 전과자인 준이치는 사형집행까지 3개월 남은 살인범의 무죄를 증명하라는 익명의 독지가의 의뢰에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한다.
사형수인 료는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사건 당일 '계단'을 올랐다는 단편적인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이 계단의 의미와 흔적, 그리고 그가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한 과정들과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담아냈다.

추리소설 형태로 구성된 이야기에는 사형제도에 대한 모순과 한계의 잘못된 점과 허점을 담아 담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과연 감형의 이유와 기준이 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비판할 뿐 아니라, 유족이 용서한다한들 집행된 형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담겨있다.

촘촘하고 탄탄한 구성과 인물들의 개연성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사형제도와 법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법체계의 모순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 공감하게 한다.
깊이 있는 이야기들에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지게 한다.

사형이 흔치는 않아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책을 읽다 사형을 결정하는 것은 법과 판사이지만, 결국 집행하는 사람은 교도관이고,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 역시 한 개인인 교도관이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무겁게 다가왔다.

정말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하는 일에 정말 공정이 있을까.
요즘의 우리 사회를 보면 평등과 공정이란 단어와 뜻이 퇴색되고, 결국은 멸종되는 동물들처럼, 단어 역시 소멸될것만 같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인데, 97년 이후부터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폐지'나 다름없다고 하지만, 폐지면 폐지고 아니면 아니지, 다름 없는 건 어쨌든 여지를 남겨둔거 아닌가.

유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용서할 수 없는 죄이고, 같은 하늘 아래에 살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도 괴로울 것이다. 내가 감히 유족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사법체계 안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 용인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늘 의문이 생긴다.

문유석 작가의 최소한의 선의의 글이 생각났다.
'합법적으로 국민을 죽이는 사회에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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