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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긴카와 남편 쓰요시가 오래된 양조장 공사를 하다 어린아이의 백골이 발견된다. 양조장 당주에게만 보인다는 좌부동자 이야기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과거를 회상하듯 이야기가 흘러간다.
아빠의 꿈을 응원하고, 엄마의 도벽에 괴로워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단단한 긴카, 그림을 포기하고 가업을 물려받은 아빠, 요리를 잘하고 다정하지만 도벽이 있는 엄마 , 엄격한 할머니, 긴카와 한살 차이 나는 고모, 긴카의 남편인 살인자 쓰요시.
등장인물들은 한대 어우러져 서로를 보듬기 보다 자신을 지기키에 급급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남모를 사연과 상처가 존재한다.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무엇이 잘못인지 인지하지 못해, 가족들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짐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린 긴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는 150년전통의 가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이 담겨 있다. 홀로 가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할머니의 우직함, 양조장에 바친 그녀의 삶과 가족들의 상처를 아우르며 당차게 삶을 살아가는 긴카의 서사는 여성들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불륜으로 낳은 아이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딸, 그리고 고모가 버리고 간 자식들을 키우는 사촌의 이야기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갈등과 분열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가족이 끝끝내 붕괴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지키고자 한 마음 아니었을까.
알게 모르게 받았던, 그 어딘가에 존재했던 사랑과 관심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삶을 살아갈 희망이 되는 것.
묵직하지만 단단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