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년째 열다섯 텍스트T 1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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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피해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있는 거야.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야지. 당한 사람에게 묻는 게 아니라."p31

"사람도 그렇더라고.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있지 않아. 그런데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더라. 나쁜 사람 때문에 좋은 사람을 놓치면 안 되잖아."p35

"사람이 동물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야. 우리는 같은 종족을 해치지 않고 지켜.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잖아."p44

"인간들 진짜 잔인해. 누가 자기를 이렇게 창살 속에 가둬 놓고 어디도 못 가게 하고 막 구경한다고 생각해 봐. 입장 바꿔 생각하면 동물원 못 오지. 아니, 안 만들지. 이런 게 교육적으로 왜 필요한 거야? 세상 동물원 싹 다 없애 버려야 해."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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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가을은 오백년 전 열다섯에 생명을 잃을 뻔한 상황에서 야호 '령'에게 구슬을 받고 목숨을 구하는 대신 열다섯의 신체로 영생의 삶을 얻는다.
가을과 마찬가지로 야호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엄마는 열다섯으로 둔갑해 가을과 함께 학교에 다닌다. 가을은 오백년동안 열다섯으로 살아가는 게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할머니와 엄마는 학교를 처음 다녀본다며 신나한다.
호랑족의 피가 흐르는 가을은 야호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야호족 안에서도 늘 배제되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늘 고민하지만, 자신을 위하는 가족이나 가을을 아끼는 령과 휴, 그리고 가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아웃사이더 신우와 좋은 친구가 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조금씩 성장해간다.

최초의 구슬을 빼앗기 위한 호랑족과 야호족의 오랜 시간 계속 되었던 지난한 싸움의 시기가 다가오고, 가을은 이 싸움을 끝낼 결심을 하는데....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해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과 호랑이와는 다르게 인간이길 거부하고 여우는 단군을 도와 웅녀의 부탁으로 최초의 구슬을 받고 야호(여우)족을 이루었다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신화 뿐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우누이, 호랑이 형님, 은혜 갚은 까치 등의 전래동화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읽는 내내 영원한 불멸의 삶이 저주였던 드라마 도깨비도 생각났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삶이 과연 소중한 이들과 함께 늙어갈 수 없는 삶, 가족을 이룰 수 없는 삶,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친구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연을 끊어야 하고, 우연히 만나도 모른척 해야만 하는 삶보다 가치 있는 걸까.
사람에게 흔들리는 마음에 울고, 좋아하는 마음을 억지로 눌러야 해서 울고, 매일이 외롭고 고독한 삶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은 항상 불멸의 삶을 동경하지만 실제 그 누구도 살아본적 없이게 행복할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막연한 삶 속에 역시 답은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 연대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소중한 사람들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들이 기발한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영원불멸의 삶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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