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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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토를 조준해서 쏠때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절망감과 복받침, 그리고 표적 너머에서 어른거리는 전쟁과 침탈과 학살과 기만의 그림자까지도 끊어버리고 둘째 마디의 적막과 평온을 허용해야할 것이다.p159-160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이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간 된 자는 이것을 위해서 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토는 통감으로 한국 에 온 이래 태황제를 폐위시키고 현 황제를 자기 부하처럼 부렸다. 또 타국민을 죽이는 것을 영웅으로 알고 한국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십수만 한국 인민을 파리 죽이듯이 죽였다. 이토, 이자는 영웅이 아니다. 기회를 기다려 없애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얼빈에서 기회를 얻었으므로 죽였다.p236-237

나는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였다. 그러므로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객으로서 신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이토가 한국 통감이 된 이래 무력으로 한국 황제를 협박하여 을사년 5개 조약, 정미년 7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병이 일어나 싸우고 있고 일본 군대가 진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과 한국의 전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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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 시절의 이야기.

조선의 평범한 청년이 독립투사가 되어가는 과정과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거사를 치루기까지, 그리고 처형당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건조하지만 흡인력 강한 문체로 몰입도를 높인다.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감성에 젖지도 않는 군더더기 없는 문체에서 오히려 더 힘이 느껴졌다.

누구의 지시도, 지원도 없이 오롯이 홀로 계획하고 홀로 거사를 치루기 위해 가족을 뒤로한채 나라를 떠나온 과정들이나, 흔들림 없이 이토 히로부미라는 목표 하나만을 생각하는 성정에서 배포가 큰 인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성경에서 인정하지 않는 살인, 그리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했던 필연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기도 했다.

안중근 선생의 후손들 이야기가 궁금해 찾았는데, 참 씁쓸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살리고자 한 안중근의 희생, 살고자 한 자식들의 또 다른 선택.
힘 있는 나라의 국민이었다면 결코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고,
힘 있는 사람이었다면 결코 겪지 않아도 되었을 일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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