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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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평수로 평가되는 경제적 수준 속에서 은근한 차별과 우월감이 존재하는 곳!

22평 전세에 사는 정하는 분리수거때마다 자신을 감시하는 듯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건너편 60평대 아파트에 사는 '앞 동 여자'가 싫다.
관심과 애정을 원하는 정하의 마음과는 다르게 남편은 정하에게 무관심하다. 데면데면한 관계속에 어느 늦은밤, 남편이 피를 묻히고 귀가한 모습과 남편이 남긴 피 묻은 칼을 못본척, 모른척 한다. 그리고 며칠 후 갑자기 사라진 남편!
남편의 실종과 맞물려 60평대에 사는 '앞 동 여자'도 사망했단 소식을 듣게 된다.
남편 실종신고를 해도 성인이기에 자발적으로 나갔을지도 모른다며 딱히 적극성을 가지고 찾지 않는 경찰과 아파트 단지 사람들의 뒷담화들에 정하가 지쳐갈때즈음 앞동 여자의 남편 우성이 정하에게 다가오며, 좋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가 된다.
정하는 우성의 집에 있던 전 부인이 사용하던 화장대 안에는 정하가 재활용 분리수거때 버렸던 화장품통과 정하의 집 열쇠가 들어 있었고, 전 부인이 그녀를 스토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성은 전 남편과 다르게 다정하고, 모든것을 정하에게 맞춰주고, 심지어 부유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정하의 전 삶과는 다른 환경을 제공한다.
60평의 넓은 집에, 문화센터를 다니며 취미생활을 하고, 돈 생각하지 않고 쇼핑을 하고, 자상한 남편과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았던 아들이 10년 전 남편처럼 사라진다.
사라진 아들이 남긴 편지와 피 묻은 칼을 보며 하나씩 퍼즐이 맞춰져가는데....

매일매일이 지루하고 즐겁지 않아 꾸역꾸역 삶을 이어가던 아내 정하.
아내가 아닌 좋아했던 여성을 그리워하며, 글을 쓰던 남편 원우.
기분 나쁘게 정하을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정하가 버린 재활용을 뒤지던 죽은 앞동 여자.
정하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우성.
정하가 몰랐던 사실을 알고 있던 딸과, 사라진 아들.

안개에 낀 듯 묘하게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 약간은 히스테리틱한 화자 정하가 끌고 가는 이야기가 맞물려 아슬아슬한 느낌과 서늘함이 시종일관 감돈다.
원치 않았으나 책임감으로 억지스럽게 삶을 이어가던 두 부부의 이야기나 상대를 위해서인듯 보이나 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방관의 마음들이 섬세하게 잘 그려져 있다.
또한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억눌려 현실도피를 꿈꾸는 마음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자유를 위해, 삶을 위해, 가족이 해체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각자가 가지고 있던 비밀들이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져가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선정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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