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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보이 비 ㅣ 라임 청소년 문학 58
윤해연 지음 / 라임 / 2022년 8월
평점 :
알고 있다. 선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는 걸. 그게 바로 나 같은 인간이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자, 한 번도 누군가의 진심을 받아 보지 못한 자. 사람들은 그런 자들을 경멸한다.
하지만 알고 있을까? 사실은 두려워서라는 걸. 선의의 다른 얼굴을 숱하게 경험한 그들이 할 수 ㅇㅆ는 건 기대를 버리는 것, 그리고 먼저 공격하는 것뿐이다. 그게 덜 아프니까.p67
폭력은 때때로 은폐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강자와 약자, 권력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신을 내세워 싸우기도 하고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상은 모든 폭력 앞에 무력하다. 폭력을 미화하는 한 먹이 사살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p148
공포는 힘이 세다. 비행기를 몰고 가 고층 빌딩에 일부러 부딪치기도 하고거인 같은 포클레인으로 누군가의 보금자지를 짓밟기도 한다. 순전히 공포를 주기 위함이다.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공포는 잘 알고 있다.p170
지방에서 양봉을 하던 연우의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벌떼의 습격으로 사망하고, 연우는 서울에서 양봉 교육을 하고 카페를 운영하던 아버지 지인 진우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또래 해나를 만나게 된다. 해나는 진우의 카페 '허니'에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에도 몰래 오곤할 정도로 허니 카페를 편안해 한다.
연우는 아버지의 폭력에 찌들었던 자신의 상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해나와 동질감을 느끼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가족도 아닌 자신을 돕는 진우삼촌에게 섣불리 마음을 열지 못하지만, 조건없는 선의의 연우는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과 엄마의 방관과 방임으로 연우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자살시도를 하던 해나,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이유 없는 폭력을 당하던 연우, 결국 폭력에 저항하지 못한채 연우를 남겨두고 도망친 엄마와 벌떼에 습격당해 사망한 연우의 아버지 사건을 통해 연우를 비극적 사건의 생존자와 피해자로만 대하는 사회가 아이들을 고통속에 고립시킨다.
폭력을 되물림시키고, 아이가 마치 소유물인냥 함부로 대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어른들 속에서 살아왔던 두 아이의 고통과 상처가 너무도 묵직하게 담겨 있다.
아이를 보호하고 보듬어야 할 부모가 가해자가 되어, 아이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고, 아이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 절규가 벌을 부르는 판타지적 설정은 아이의 깊은 상처와 아픔을 짐작하게 한다.
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들을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려 노력하는 진우삼촌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가족 공동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고, 한결같은 애정과 관심, 조건 없는 선의와 마음으로 인해 상처에 얼룩진 아이들이 위로받고,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 딛을 수 있게 하는 과정들이 섬세하게 담겨있어 뭉클하다.
조금 더 아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사회였으면 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아이들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 말이다.
(뭉클하고 묵직한 와중에도 벌을 매개로 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벌의 역할과 생존, 특성 등이 담겨 있어 그 부분들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