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워지지 않아."
줄리엣과 줄리엣의 사랑을 외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줄리엣들이 던지는 마지막 말.
아무리 당신들이 우리의 사랑을 보지 않으려 해도 결코 우리를 지울 수 없다는 선언.
....
그래, 누군가 외면한다고 해서 존재하던 일이 사라지지 않아. 누군가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필요 없는 이야기라는 뜻은 아니야.p153

아주 훌륭하 희곡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주저앉을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p153-154

결국 무언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단단히 등에 엎고서 공부하고,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중한 사람들이 덜 다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불편해할 것을 알면서도 말을 걸어볼 것이다. 걸음마처럼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씩. 실수가 두려워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면 내가 성장할 기회 역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이것이 지금 내가 온몸을 떨며 빚는 아주 작은 용기가 하는 일이다.p198
.
.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 줄리엣과 줄리엣이 주인공인 퀴어 희곡!
저자인 한송희씨는 배우, 극작가, 소설가로 활동하는 능력자!

앞의 약 100페이지 정도에는 줄리엣과 줄리엣의 희곡 대본이, 그 이후에는 줄리엣과 줄리엣이라는 작품이 탄생에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의 작품에 대한 노력과 애정이 담겨 있다.
듣기만 했지, 직접 공연을 본적은 없는데 매진과 관객들의 N차 관람, 온라인 중계까지 이어진 앵콜 공연, 그리고 55회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에 노미네이트되기까지 했었다고...

여전히 사랑받는 오래된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강렬하고 기발하고 멋지게 재해석해 색다른 재미를 더하고, 줄리엣과 줄리엣이 성장해가며 한 걸음씩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극에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을 당하는 이들이 출연하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레즈비언 줄리엣들을 포함해 젠더 퀴어, 무성애자가 출연해 솔직담백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성애이든, 동성애이든 혹은 무성애이든 상관없이 사랑과 방법, 감정과 표현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올곧게 바라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여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 일뿐이라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작가가 작품에 대한 열의를, 멋지고 섬세하게 글로 담아내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