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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의 기억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40
이토 미쿠 지음,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보이는 세계를 알고 있는 이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무척이나 무섭다. 사고가 난 지 일년도 더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무서웠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아키와 함께 달리기를 하면서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p148
"사람은 변해.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하지만 변해 버리는 것과 변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달라."p215
"보고 싶어. 나는 세상에 있는 모든 걸 보고 싶어.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것도, 모르는 세계를 깨닫게 되는 것도 내게는 모두 보는 거야. 본다는 건...., 눈에 비치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거든."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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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부 송년회 때문에 설을 보내러 지방에 가는 일로 부모님과 다툼이 있던 동생 아키를 위해 사쿠는 아키의 송년회가 끝나면 함께 버스를 타고 내려가겠다고 한다. 12월 31일 사쿠와 아키 형제는 설을 보내러 지방으로 가기 위해 고속버스를 탔다가 사고를 당하고, 형 사쿠는 그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아키는 가벼운 상처만을 얻는다.
사쿠는 맹인학교에 입학해 1년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아키는 형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에 좋아하던 육상을 그만두고, 1년만에 돌아온 사쿠는 아키에게 시각장애인 달리기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다며 가이드 러너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아키는 사쿠가 언제나 열심히고 뭐든 잘하던 형이이었기에 맹인 학교에서도 잘 지냈을거라 생각했으나 도피성으로 입학해 운둔형 외톨이로 지내며 지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사쿠는 아키가 누구보다 잘 달리고, 육상을 시작하며 안정되고 성실하게 변한 동생의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알고 있기에 지겨워서 달리기를 그만뒀다고 하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엄마는 기대가 컸던 아들 사쿠가 실명을 하자, 아키에게 너 때문이라며 상처를 주고, 사쿠가 없는 동안 내내 아키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한다.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 고립된 사쿠도, 죄책감에 자신의 꿈도 포기한 채 하루하루를 괴롭게 사는 아키의 삶이 참 안타까웠다.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두 형제는 각자의 상처가 버거워 갈등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형 사쿠의 제안에 가이드러너가 된 아키는 형과 함께 달리며 나눈 이야기들로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상처를 주는 것도 가족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어쩌면 가족이 아닐까.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시선 그리고 장애 당사자가 겪는 물리적 어려움과 심리적 아픔이 담겨 있어 묵직함이 느껴진다.
또한, 끊어질듯 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달리기를 통해 이어지는 과정들과 상처 하나하나를 치유해 가며 한걸음씩 성장해 가는 모습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따뜻함과 뭉클함 동시에 느낄수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의 노마아동문예상 수상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