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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살아 있을 거야. 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 거야. 너를 따라 죽는 게 아니라 나를 따라 죽게 만들 거야.
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거야.
살아 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 거야.p20
걱정되지?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야. 그 마음을 까먹으면 안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 하고 산다.p95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p151
우는 너를 보고 나는 화가 났다. 그때는 네 옆에 잠시라도 있으려면 널 괴롭혀야 했다. 너와 눈을 맞추려면,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네게 알리려면, 너에게 나란 존재를 새겨넣으려면. 다정하게 말을 걸 수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너의 무표정을 보게 될까봐 겁이 났다. '안녕'하고 말했는데 '안녕'으로만 끝날까뵈. 아니, 그 인사조차 돌려받지 못할까봐.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겉치레 인사 말고, 너의 고유한 표정과 감정을 갖고 싶었다.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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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친구인 구와 담은 어릴때부터 모든 것을 함께 했다. 기쁜 순간에도 슬픈 순간에도, 누군가를 떠나보낼때에도, 학교 생활에서든.
구는 부모가 물려준 빚때문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돈을 벌어야 했고, 담은 할아버지와 살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담이를 데려와 키우며 비구니를 생활을 그만둔다.
구가 일하던 공장에 놀러오던 어린아이 노마가 사고로 죽고, 노마와 사이좋게 지내던 구는 상실의 아픔을 겪으며 담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매일 일을 해도 갚을 수 없는 빚에 허덕이고, 담을 그리워하지만 곁에 갈 수 없는 구는 공장의 한 누나와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마음 없는 관계를 지속하다 헤어지고 군대에 간다.
그 사이 하나뿐인 가족 이모를 잃은 담은 꿈을 포기하고 동네 마트 정육점에서 일을 한다.
몇 년을 헤어져있으면서도 늘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가 이어져있으며 언젠가는 만나게 될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구와 담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제대 후 담의 집앞에 기다리고 있던 구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언제나처럼 늘 함께인 그들에게 행복은 짧았고,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결국은 길바닥에서 죽음을 맞이한 구를 담은 집으로 데려와 깨끗하게 씻기고 뜯어 먹기 시작한다.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게. 오래오래 몸에, 마음에 담아두기 위해.
담이 죽어야 구가 죽는거라고 생각하며...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p151 의 글을 보면서
너무 좋아했던 오래된 드라마 '아일랜드'의 대사가 생각났다.
"나한테 사랑은 함께 불행해도 좋을 사람. 그 사람과 함께라면 불행까지도 행복해져버리는 사람" 이라는...
구를 향한 담이의 사랑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몸을 뜯어먹는다는 표현에 호러소설인가 생각했던것도 잠시, 정말 강렬하고 절절한 사랑이야기였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가 전부였던 외롭고 힘든 두 남녀는 헤어져도 헤어진게 아니라는 믿음 앞에 떨어져있어도 늘 그리워한다.
서로를 향해 저렇게 애절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사랑이, 기구한 그들의 삶이, 죽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사랑이 너무 안타깝고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