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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평점 :
아주 소중한 물건이었어. 너무 소중하게 여겨서 아무도 가져갈 수 없게 깊이 묻어버렸어.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어디 묻었는지, 그게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아.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中-
어쩌면 나는 언제든지 스스로를 망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꿈이나 희망, 기세 좋던 에너지 같은 것들은 그저 근거 없는 자신감만을 양분으로 하고 있던 것일지도.
......
또 다시 완벽한 실패였다. 실패는 아무리 여러번 반복해도 도통 익숙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中-
실패는 인간을 한껏 구겨지고 쪼그라들게 만든다. 날카로운 끄트머리로 살갗을 찢어 낱낱이 해부해버린다. 보지 않아도 될 내장 속 시꺼먼 부분까지 기어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 실패라는 경험이다. 실패에 그럴듯한 의미를 붙이는 사람들치고 제대로 된 성공을 해본 사람이 없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믿었던 현실이 실은, 헬륨을 넣은 풍선처럼 이리저리 정처 없이 나부끼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현실은 전혀 정제되어 있거나 아름답지 않으며, 일상에 연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이라는 사실을.-햄릿 어떠세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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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조의 방
-햄릿 어떠세요?
-세라믹
총 7편의 단편이 담긴 이 책에는 #오늘밤은굶고자야지 에서 박상영 작가가 언급했듯, 자이툰 부대에서 섹스하는 동성애자들, 인스타그램에 빠져사는 관종, 죽도록 바람을 피우는 연인들,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 자해하는 아이와 게이 남창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가 표현한대로 이야기들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는 않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이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니까..
이제는 빠질 수 없는 문학의 한 장르 '퀴어'에서 독보적으로 자리잡아, 소수자의 사랑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박상영 작가의 단편집에는 퀴어 뿐 아니라, 사회에서 배제되고, 방임 당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끊임없이 사랑을 의심하는 이들 또한 담겨 있다.
그리고 삶과 사랑에 서툴고, 끊임없이 실패하고, 버림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드리고 살아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차별받고, 버려지더라도 살아가야만 하는 게 진짜 현실이기에 쓸쓸하지만 발랄하고, 안타깝지만 재미있다.
이번에도 박상영스러운 농담과 박상영다운 유쾌함이 담겨 있어 좋았다.